본문 바로가기

치유센터 소식

[동행] 울릉도사건 47주년에 만난 이성희 선생님

인권의학연구소 이화영 소장이 송씨간첩단사건의 피해생존자 송기복 선생님과 울릉도간첩단사건 피해생존자인 이성희 선생님 자택을 방문했던 지난 3 15일은 울릉도간첩단사건 47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74 3, 당시 거센 유신 헌법 반대에 직면한 박정희 정권은 국민의 저항을 희석하고자 대규모 울릉도간첩단사건을 조작하여 발표하였다. 1974년 울릉도간첩단사건은 중앙정보부가 남산으로 불법연행하여 고문 수사한 47명 중 검찰이 32명을 기소하였고 재판을 거쳐 3명을 사형에 처했던 대규모 조작간첩단 사건이다. 인혁당사건 관련자 8명의 사형이 확정된 1975 4 8일은 또한 울릉도간첩단사건 3명의 사형이 확정된 날이기도 하였다. 불행했던 한국의 현대사에서 대표적 사법살인으로 알려진 인혁당사건은 그나마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져 왔지만, 같은 날 사형선고를 받았던 울릉도간첩단사건은 완전히 잊혀져 있었다.

(사진) 김근태기념치유센터 함세웅 이사장과 인재근의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이성희 선생님

울릉도간첩단사건의 피해자 중 한명인 이성희 선셍님은 1974년 당시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최종 무기징역으로 형이 확정되었다. 이후 광주교도소에서 17년을 복역하면서 1991년 석방될 때까지 재소자를 위한 의술로써 "광주교도소의 슈바이처"라고 불리기도 했다.

 

오랫동안 묻혀 있던 울릉도간첩단사건을 수면 위로 떠 오르게 한 것은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성희 선생님이다선생님은 제1기 진실과화해를위한괴거사정리위원회(1기진화위)에 울릉도간첩단사건 관련자 중 유일하게 진실규명 조사를 신청하였다2010년 1기 진화위가 종료되는 마지막 날이성희 선생님은 일부 진실규명결정을 받아냈다이 진실규명 결정문을 토대로 형사 재심을 신청하였고 드디어 2014년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40년 만에 조작사건임이 밝혀진 것이다.

 

(사진) 40년만에 밝혀진 진실-울릉도조작간첩단사건 무죄 선고받던 날

이후 울릉도간첩단사건으로 기소되어 사형을 당하거나 징역을 살았던 관련자 모두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었만약, 이성희 선생님이 진실규명 조사를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울릉도간첩단사건이 해결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일과 노력이 필요했을까? 이런 점에서 이성희 선생님은 울릉도간첩단사건 해결에 마중물이 되어 수많은 관련자들과 그 가족들의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데 크게 기여하였기에 김근태기념치유센터는 2014년 이성희 선생님에게 감사패를 전달하였다. (첫 번째사진)

(사진) 송기복 선생님이 손수 뜬 목도리를 전해받는 전영주 선생님

이성희 선생님의 나이는 올해 96세이고, 부인인 전영주 선생님은 91세이다. 90이 넘긴 나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이성희 선생님 내외의 건강은 좋아 보인다. 송기복 선생님은 이성희 선생님의 17년간의 투옥 중 모진 고생을 했을 부인을 생각하며 목도리를 손수 떴다고 한다. 노란 목도리를 곱게 목에 둘러주며 바라보는 송기복 선생님의 손길과 눈길에 따뜻한 기운이 가득하다. 자연스레 교도소 이야기를 시작하였고 광주교도소로 이송되어 갈 때 송기복 선생님의 에피소드를 들으며 모두 크게 웃는다. 떠올려 생각하기조차 힘들었을 그 상황을 이제 이야기하며 크게 웃을 수 있는 것은 더는 그것이 마음의 고통으로 남아 있지 않음이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는 모습은 보는 이까지 따뜻하게 한다. 17년을 남편을 감옥에 보내고 떨어져 있어서 지금도 남편을 보면 설레인다는 전영주 선생님의 남은 여생이 지금처럼 환한 웃음으로 가득하시기를 기원한다.

 

(사진) 이성희, 전영주, 송기복 선생님의 미소를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