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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법률] 법원, 고문 가해자 실명 공개 판결을 내리다

[법률] 법원, 고문 가해자 실명 공개 판결을 내리다

  - ()인권의학연구소, ‘부적절한 서훈 취소 관련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승소-

 

 지난 11 12(), 서울 행정법원 제1(재판장 안종화) 1970-80년대 고문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를 통해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국민들이 드디어 과거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사건을 조작해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은 고문 가해자들의 이름과 이들의 서훈 취소 사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사진-1> 지난 12일(금), 선고가 끝나고 서울 행정법원 앞에서 재판에 참석한 함세웅 이사장(왼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해 고문 피해 생존자분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재판은 ()인권의학연구소(이사장 함세웅)가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제기한 간첩조작 관련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 등의 부적절한 서훈 취소 관련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이었다. 이 소송은 지난 2018 7 10일 행정안전부가 고문 가해자 서훈 취소 관련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보도자료에서 행정안전부는 고문 가해자의 이름과 서훈 취소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오히려 고문피해자의 이름은 공개하면서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번 2차 피해를 주었다.

<사진-2> 지난 2018년 7월 10일,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고문 가해자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으면서,오히려 고문 피해자의 이름은 공개했다.  

 

 이에 ()인권의학연구소는 2018 7 17일 행정안전부에 공식적으로 서훈 취소 대상자 명단과 구체적 취소사유를 비롯한 내용 공개를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으로 행정안전부는 서훈 취소 대상자들의 담당 부처인 국방부, 국정원, 경찰청, 보건복지부에 의견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세 기관(국방부, 국정원, 경찰청)은 공개 거부를 명확히 했다. 보건복지부만 공개를 결정했고, 2018 8 27 형제복지원 인권 침해사건과 관련한 서훈 취소 명단을 공개했다.

 

국방부, 국정원, 경찰청의 입장

 

 그렇다면,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국방부, 국정원, 경찰청의 고문 가해자의 이름과 서훈 취소 사유를 끝까지 거부했던 사유는 무엇일까? 재판에서 내세운 법적 근거는 구 정보공개법 제9조와 구 국가정보원법 제6조다. 먼저, 행정안전부는 재판 과정에서 구 정보공개법 제9 1 2조에 의거해, 고문 가해자의 이름과 서훈 취소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이 정보들이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구 국가정보원법 제6조에 의거해, 국정원은 국정원의 조직소재지 및 정원은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 국정원의 대공수사를 담당했던 직원들의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 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행정안전부의 주장을 요약하면, 고문 가해자의 이름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이 흔들리는 중대한 정보이며 동시에 국정원 요원은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판단

 

 국방부, 국정원, 경찰청을 비롯한 행정안전부의 이 같은 법적 주장에 대해 이번 재판부는 어떠한 판단을 내린 것일까먼저 구 정보공개법 9조 관련, 재판부는 해당 사건들의 내용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활동 등을 통해, 대부분 이미 공개가 된 내용으로 이에 기반한 서훈 취소 결정 과정이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라고 판단했다.

 

 다음으로 구 국가정보원법 제6조 관련, 서훈의 공적내용을 보면 당시 구체적인 직무수행 내용이나 직책 등이 전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정보를 통하여 국정원의 조직, 소재지 및 정원 등을 추론해 낼 수 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 행정안전부가 고문 가해자의 실명과 서훈 취소 사유를 비공개 정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재판부는 이 같은 피고의 주장이 역사적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주장임을 판결문에서 지적하고 있다. 판결문은 다음과 같이 적시하고 있다.

 

“피고가 주장하는 대공업무 등에 종사하였던 시기는 1970 ~ 1980년대이고, 이로 인한 서훈을 수여받은 시기는 
1980년부터 1989년까지로, 이로부터 적어도 3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현재 이 사건 서훈취소 대상자들의
성명과 당시 소속, 계급 또는 직위가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주장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국가의 독립, 영
토의 보전, 국가기관의 유지 등의 국가안전보장이나 국방에 영향을 미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

 

이번 판결은 법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성숙해지는데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첫째, 이번 판결은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의 개인적인 권리구제를 도모할 수 있고, 나아가 그동안 국가가 국가폭력 사건의 가담자들에 대해 공정하고 면밀한 조사를 했는지 등에 대한 검증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이번 사건의 서훈 취소 사유는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받아 내어 간첩조작을 하였다는 것이거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이번 판결은 자신들에 대하여 직접적인 가해행위를 한 사람의 성명 또는 단체의 명칭을 파악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사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둘째,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며, 우리 사회가 다시는 이 같은 유형의 국가폭력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1차적으로 고문 피해자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하는 역할과 함께 국민 일반으로 하여금 국가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서훈 취소 과정의 공공성·투명성·정당성을 검증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 전체가 다시는 이러한 국가폭력이 재발되지 않도록 인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재판부도 판결문의 마지막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하고 있다.

 

“이 사건 서훈취소 대상자들의 성명 및 그 취소사유를 공개함으로써 얻는 공익과
피해자들의 권리구제 이익 등이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 사건 서훈취소 대상자들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이익보다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