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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울릉도 48주년을 맞아 전영주, 이성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어제(29일), 날씨만큼이나 따뜻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 만남은 1974년 울릉도간첩단 사건의 피해자인 이성희 선생님과 부인이신 전영주 선생님을 뵙는 일이었습니다.
 
 
오후 2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아파트 현관에서 초인종을 누르려고 보니 현관문이 이미 열려 있었습니다. 점심을 드시고 벌써 두 선생님은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들어가자 저희를 너무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오늘은 이성희 선생님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모님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고 하니 사모님께서 이미 할 이야기를 준비해두셨다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고 시작된 전영주 선생님의 심층 인터뷰. 들을수록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야 듣는구나. 그리고 그동안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과 그동안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 가족으로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시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사실 상상이 가질 않았습니다.
 
교수의 아내로 살다가 갑자기 남편은 간첩으로 조작되어 17년 동안 감옥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동안 남편 법원에 가기 위해 아이 셋을 데리고 서울로 이사를 왔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생계에 뛰어들어야만 했습니다. 처음에 사형을 받았던 남편, 그리고 무기징역으로 감형이 되었지만 언제 나올지 모르는 남편을 기다리며 17년을 가슴을 졸이며 살아내셨습니다.
 
남편이 미울 수도 있고 우리 사회가 증오스러울 법도 하지만, 전영주 선생님은 그래도 남편과 지금까지 같이 지낼 수 있어 좋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두 분은 여전히 어디 갈 때마다 두 손을 꼭 붙잡고 다니십니다.
 
저는 2시간 가까운 인터뷰 내용을 들으며 가슴이 아픈 것과 동시에 어떻게 저렇게 큰 아픔을 저렇게 소화하실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들면서 존경스러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담소를 마치고 둘러앉아 한바탕 웃으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다섯 시가 넘어서야 집을 나섰습니다. 현관을 나와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아파트를 올려봤더니, 두 분은 여전히 저희를 보고 계셨습니다.
 
 
 

 
사진에서는 두 분의 얼굴만 작게 보이지만, 저는 두 분은 내려다보시면서 두 손을 꼭 잡고 계실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너무도 힘든 시간을 견디신 간첩조작 사건의 전영주 선생님께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97세, 92세의 나이에도 서로를 저렇게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셔서 너무 따뜻했습니다.
 
이성희, 전영주 선생님!
더 오래오래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