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치유센터 소식

[치유] 연구소, 가족 화해를 위한 예술활동을 시작하다

[치유] 연구소, 가족 화해를 위한 예술활동을 시작하다

 -2022년도 예술로 협업사업-

 

인권의학연구소의 예술로 협업사업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섰다. 올해 인권의학연구소는 한국예술인 복지재단이 지원하는 “2022년 예술인파견지원-예술로 협업사업에 선정되어 지난 4월부터 5명의 예술인들과 지속적인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예술인파견지원-예술로 협업사업은 기업 및 기관이 가진 여러 이슈를 예술인들의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협업을 통해 해결하는 사업이다.

 

< 사진 -1> 2022년  예술로 사업 포스터 사진

지난 3, 인권의학연구소는 한국예술인 복지재단에 신청서를 접수해 예술인들의 지원을 받는 협업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연구소의 활동과 2022년도 제안서를 보고 몇몇의 리더 예술인이 지원을 하였고, 연구소는 그 가운데 한 명의 리더 예술인을 선정하였다. 선정된 리더예술인과 4월 한 달 동안 회의를 거쳐 4명의 참여 예술인을 추가적으로 선정하였다. 이렇게 4월 말 5명으로 구성된 팀이 완성되었다. 이들과 함께 5월 한 달 동안 매주 연구소에서 회의를 통해 사업의 방향과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예술인들은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기념치유센터의 중요한 행사인 6월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기념행사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이번 사업에서 만나게 될 다양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 사진 -2> 지난 6월 27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기념행사에 예술인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인권의학연구소가 이번 예술로사업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이슈는 가족 화해. 연구소는 본 사업을 통해 국가기관의 고문으로 인해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그리고 공감받기 어려운 아픔을 가진 가족의 회복을 기대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국가에 의해 평범했던 가장은 하루아침에 간첩이 되고, 평범했던 자녀는 하루아침에 간첩의 자녀가 되어야 했던 그 아픔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자 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피해자지만, 오랜 시간 동안 쉽사리 이들의 갈등은 해결될 수 없었다. 많이 늦었다고 느껴지지만, ‘영상이라는 예술적 도구를 통해 조금이라도 이들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인권의학연구소가 예술로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는 예술은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제도로 해결할 수 없는 인간의 아픔과 갈등을 해결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 때문에 연구소는 지난 10여 년 동안 예술을 통한 치유활동을 해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4, 울릉도간첩단 사건의 40주년을 기념하여 서사치유연극 상처꽃을 약 2달 동안 대학로 극장에서 기획·상영했다. 또한, ‘예술로 들여다본 상처와 치유라는 주제로 문화치유강좌를 개설해 일반인들에게 강의하기도 했다. 이 두 사례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활동이었다면, 고문피해자를 위한 예술치유 활동으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했던 길음 판소리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판소리 모임에 어려움이 생기자 2021년부터는 잼베, 카혼 등 타악기를 활용한 음악 치유 모임을 진행했다. 판소리와 마찬가지로 타악기를 활용해 이들이 트라우마에서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 사진 -3> 인권의학연구소 소강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판소리 모임(왼쪽)과 타악기모임(오른쪽) 사진

이처럼 인권의학연구소는 지금까지 고문피해자의 삶의 회복을 위해 예술을 활용해왔다. 이번에는 영상이라는 예술적 도구를 통해 고문피해자와 그 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영상의 내용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이제는 인생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으로 다가가고 있는 고문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서로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아픔, 미안한, 서운함들을 영상에 담고자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버거운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결하기 못했던 가족의 갈등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길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다.

 

10월 말 완성을 목표로 5명의 예술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오는 8월부터는 매주 두 분의 고문피해자와 가족을 만나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직은 갈길이 멀고,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연구소와 예술인 모두 조심스럽게 동시에 진정성을 담아 접근할 계획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가족의 아픔을 해소하는데 이번 예술로사업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