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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행사] ‘제2의 전태일’을 만나는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행사] ‘2의 전태일을 만나는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인권의학연구소, 공동체 상영회를 가지다-

 

 지난 토요일(22) 오후 3 30, 인권의학연구소는 종로 3가에 위치한 CGV피카디리 극장에서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공동 상영회를 가졌다. 이번 상영회는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인해 최대 100명을 모집하였는데, 모집 3일 만에 신청 마감되었다. 인권의학연구소의 후원회원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진 이번 상영회는 영화 관람 후 감독 및 출연진과의 대화시간을 마련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사진-1> 영화 『 미싱타는 여자들 』 공동 상영회 장면(오른쪽 아래)과 상영이 끝나고 출연진과 국가폭력 피해자들이함께 찍은 사진(오른쪽 위)이다.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은 지난 20()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봉준호, 박찬욱 감독을 비롯한 수많은 인사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근래 본 가장 아름다운 다큐라는 평을 남겼다. 미싱타는 여자들 1970년대 평화시장에서 노동인권에 눈을 뜨며 성장하고 연대했던 어린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를 다닐 12-14세의 나이에 평화시장에 취업해 하루에 13-4시간씩 일해야 하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이들은 어떻게 견디고 승리했는지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1970년대 노동과 인권이라면 우리 사회는 전태일 열사만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다른 전태일들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당시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바로 제2의 전태일이었다. 특히 청계피복의 여성노동자들은 노동교실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배우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용감하게 맞섰다. 노동인권 신장을 위해 그렇게 용감하게 맞섰을 당시 그들의 나이는 20세가 채 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2의 전태일 그리고 여자 전태일이었다.

<사진-2> 출연진의 어린 시절 초상화를 활용한  『 미싱타는 여자들 』의 영화 포스터.

 이 영화의 주인공은 3(신순애, 이숙희, 임미경)인데, 그중에 2명은 인권의학연구소와 깊은 인연이 있다. 이숙희 선생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인권의학연구소를 후원하고 있는 후원회원이며, 신순애 선생은 얼마 전 인권의학연구소에 국가로부터 받은 민사 배상금 전액을 기부했다. 이 기부를 통해 올해부터 인권의학연구소는 장학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진-3> 영화의 주인공인 신순애 선생(왼쪽)과 이숙희 선생(오른쪽). 

 108분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끝나고 두 명의 감독(이혁래, 김정영), 세 명의 출연진(신순애, 이숙희, 임미경)과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관객과 출연진 모두 영화의 감동이 가시지 않는 듯 대화를 나누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특히, 같은 시절 같은 여성노동자였던 몇몇의 관객은 출연진들을 향해 그 어려운 시절을 잘 견뎌줘서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전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흐르는 눈물을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건네는 그 말속에서 지난날의 아픔과 애환을 가늠할 수 있었다.

<사진-4> 영화가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장면(왼쪽)과 영화의 주인공인 신순애 선생이 자신의 저서인"열 세살 여공의 삶"에 사인하고 있는 장면(오른쪽)이다.   

 이날의 행사는 인권의학연구소의 함세웅 이사장의 발언으로 마무리되었다. 토요일 오후 시간임에도 함께 해주신 후원회원을 비롯한 약 100여 명의 참여자들에게 함세웅 이사장은 이 영화에 대한 소감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신학적·역사적 맥락에서의 안타까움이었다. 이 여성노동자들은 잘못된 역사를 바꾸는데 가장 앞장섰고, 이들의 희생에 의해 역사는 진전되었으나 그 열매는 오롯이 이들이 아닌 다른 자들이 취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여성노동자들이 바로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산업화의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외면하고 잊고 있었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다고 함세웅 이사장은 강조했다.

 

어제의 청춘이 오늘의 청춘에게 보내는 안부라는 부제의 이 영화는 이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미화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 담백한 안부 속에서 이날 상영회에 참여한 관객들은 각자 자신만의 또 다른 숙제를 안고 이날의 상영회는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