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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행사] 인권의학연구소, 후원회원들과 영화 상영회를 가지다

[행사] 인권의학연구소, 후원회원들과 영화 상영회를 가지다

 

 지난 17() 오후 2, ()인권의학연구소는 종로 3가에 위치한 CGV 피카디리 1958에서 상영관 하나를 대관해 약 70여 명의 후원회원들과 공동체 상영회를 가졌다. 이날 상영한 영화는 지난 12 9일 전국 개봉한 김철민 감독의 나는 조선사람입니다였다.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  20여분 동안 김철민 감독과의 대화를 가지고 이날의 상영회는 마무리되었다.

<사진 -1> (사) 인권의학연구소가 주최한 공동체 상영회에 약  70여 명의 후원회원이 참여했다 .

 이번 영화를 연출한 김철민 감독은 2005 잊을 수 없는 원한이라는 단편 영화 이후 지속적으로 한반도 분단, 통일, 그리고 국가보안법 문제 등과 같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민감한 주제를 꾸준히 다뤄온 감독이자 활동가다. 김철민 감독은 지난 2002년 금강산 관광에서 재일조선인을 처음 만나고, 그 이후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그들의 삶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번 영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김철민 감독에 따르면, 재일조선인들에게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라고 밝히는 것은 단순히 본인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정의 내리는 것이며, 동시에 무엇에 맞선다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20세기 한반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소외당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일본은 차별하고 한국은 외면했지만, 단 한 번도 조국을 버리지 않았던 재일조선인들의 역사가 담겨 있다. 그 역사 속에서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는 삶을 살아낸 재일조선인들의 숭고한 삶이 기록되어 있다.

<사진 -2> 상영회가 끝나고 연구소의 후원회원들이 김철민 감독(맨 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권의학연구소가 이 영화를 후원회원들과 함께 보기로 결정한 이유는 이 영화에 출연하는 재일동포 강종헌, 유영수, 이동석, 이철 선생님 등과 인권의학연구소가 깊은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이분들은 지난 1970-80년대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모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유학 온 청년들이었다. 모국에서의 유학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일본을 떠난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간첩조작이었다.

 

 당시 시민들의 선거가 아닌 무력으로 권력을 잡은 군사정권은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힘없는 재일동포들을 활용했다.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보안사령부(현 안보지원사령부), 치안본부(현 경찰청)로 대표되는 국가기관은 이들을 짧게는 1, 길게는 2달씩 불법구금하고 고문해 허위자백으로 이들에게 간첩죄를 뒤집어 씌웠다. 일본에서 자랐지만, 조선학교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모국 유학을 온 이들에게 모국은 너무도 가혹했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그리고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모국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분은 약 14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다음과 같이 결심했다고 한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겠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복수다.

그리고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

<사진-3> 왼쪽은 지난 2015년 재일동포 이철 선생이 고등법원에서 무죄를 받을 때  법정에 함께 동행한 사진이며,오른쪽은 지난 2015년 오사카에서 1975년 11.22사건 40주년 행사를 하고 있는 사진이다.

 이번 영화는 이같이 재일조선인들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일반인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생각을 어떻게 가질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그 이유는 식민지 시대에 일본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재일조선인 1세부터 재일조선인 5세에 이르기까지 재일조선인의 뿌리를 가르치는 조선학교에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차별이 심해지는 일본 정부로 인해 현재 조선학교는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아픔과 상황이 영화에 오롯이 담겨 있다. 특히 영화를 마치고 상영회에 함께 했던 이부영 선생은 본인이 직접 일본에 가서 조선학교 아이들과 함께 먹은 급식을 먹었던 일화를 소개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낯선 일본땅에서 조선인의 정체성을 지키지 위해 그렇게 고생할 때, 과연 우리 사회와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냐며 목소리 높였다.

<사진 -4> 영화가 끝나고 이부영 선생이 조선학교의 실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이날의 영화 상영회는 우리에게 감동과 아픔, 그리고 또 다른 과제를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