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공권력 피해 진행 중···인권조례 서둘러야

 

제주도의회 ‘인권조례 제정 토론회’
임채도 “강정주민은 공권력 피해자, 정신건강 심각”

 

 

제주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신영근)는 13일 오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인권보장 및 증진 조례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6년째 표류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강정마을 주민 절반이 우울증과 강박증 등 정신·심리적 이상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제주도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주의 경우 4.3사건과 해군기지 건설 등으로 인한 공권력 피해자들의 인권이 실종되어, 이들의 인권보호 및 권리구체를 위한 '인권조례' 제정을 서둘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신영근)는 13일 오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인권보장 및 증진 조례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역 차원의 인권 보호·증진을 위해 지자체의 역할을 규정하라는 지침을 내린데 따라 제주지역 인권 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의견수렴 차원에서 마련했다.

 

주제발표를 한 이발래 국가인권위원회 법제개선팀장은 "이제 인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가치로 자리매김되고 있다"며 지역 차원의 인권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인권조례가 곧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화의 주요한 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임채도 인권의악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지난해 실시한 강정마을 주민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제사하며 권리구제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강정마을주민과 활동가 등 128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다. 조사 결과, 응답 주민의 절반이 넘는 57.1%가 한 가지 이상의 정신심리적 이상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증상으로는 우울증(38.8%)이었고, 이어 강박증(33.7%), 불안증세(33.7%), 정신증(29.6%), 신체화 증상(28.6%), 공포·불안(25.5%), 적대감(24.5%), 편집증(19.4%), 대인 예민증(19.4%) 등 순이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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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학연구소 임채도 실장은 특히 "최근 일주일간 자살충동을 느긴 주민이 31.6%에 달하고, 9.1%는 심각한 자살충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에 해당됐다"면서 "특히 남성들의 경우 알코올 의존비율이 33.3%로 높게 나타났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게다가 응답 주민의 50%는 본인 또는 가족이 4.3사건을 직접 겪었거나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현지 주둔한 경찰과 군인들을 보고 당시 기억을 떠올리거나 적대감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임 실장은 공권력 피해를 입은 강정마을 주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공권력 피해사실에 대한 지속적인 규명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1990년 중반 이후 지금까지 과거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사실에 대한 진실규명 작업이 나름대로 성과가 적지 않았지만, 4.3사건의 경우를 보더라도 아직까지 연좌제 등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피해주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조례안 제정을 통해 피해구제의 대상을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주도의 인권조례 제정과 공권력 피해자들을 위한 공동체기반의 치유사업의 제안은 적절한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중앙정부는 자신들의 할 일을 지자체가 먼저 추진하고 나선 마당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2013년 5월 13일 '제주의 소리'에 게재되었던 기사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기사 원문은 아래를 클리하세요)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129369

 

  강정에 발을 디디는 일은 마치 순례와도 같다. 수많은 정보와 소통수단을 통해 강정의 소식을 듣고 한달에 한 번씩 방문하여 변화와 분위기를 느끼는 일이나, 이렇게 책을 통하여 내가 볼 수 없는 또는 바라보지 못했던 내면을 알게 되는 일은 마음 어디가에 깊이를 하나하나 쌓으며 기도하는 일이다. 쌓은 기도는 마치 지층과도 같다. 과거의 어떤 날은 너럭바위의 부드러움과 바람에 실린 파도의 거침을 만나는 자연의 감동이었다. 어떤 날은 중덕삼거리가 막히고 구럼비가 파괴되는 아픔이었다. 어떤 날은 막무가내의 폭력 앞에서의 아픔이었고, 세상의 변화 앞에서는 막연한 기대였다. 그리고 기대와 다른 변화는 허탈함이었다.

 

 누군가의 강연을 만나는 날에 평화의 의미를 깨닫는 날이었다. 성토를 듣는 날엔 현실에의 암담함이었고 누군가의 글은 안타까움이었다. 그리고 먼 과거의 역사를 지금의 현재에 끌어들여 이어지는 트라우마의 아픔을 듣는 일은 시공간속에서 현상의 입체감있는 이해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만들어진 그런 이해는 기도의 지층을 한 층 형성하는 일이었다.

 

 4.3의 트라우마를 현재의 강정에 끌어들이는 일은 어떤 면에서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살아있음이 죄로 죽임을 당해야했던 시대와, 공사방해를 했다는 이유로 고착을 당하고 고소와 연행을 통해 구속이나 벌금형을 받은 현재가 같을 수는 없지만, 하나하나의 가족사에 공권력의 폭압이 아품과 막연한 두려움으로 새겨진 사람들의 공동체가 오랜 시간 후에 다시 공권력을 마주하는 일은, 각인되었던 두려움이 어쩔 수 없이 가슴 한 켠에서 고개를 드는 일이며 잊고 지냈던 트라우마가 마음 어딘가에서 존재감을 강렬하게 발산하게 만드는 일이다. 사실 겪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이를 이해하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90세가 넘은 강정마을의 노인이 자신이 겪은 4.3과 현재의 해군기지 문제에 쉽게 말을 하진 않다가, 종이에 또박또박 죽은자의 이름가지 모조리 기억해 적어내며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의견을 적어내는 모습은, 마을공동체를 관통하는 과거의 트라우마와 현재의 아픔이 얼마나 깊고 거대하며 심정적인 연결선이 얼마나 굵고 질긴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깨닫게 해 준다.

 

 책은 가볍다. 읽기도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씨줄과 날줄처럼 엮인 과거와 현재의 트라우마를 마음으로 느끼고 난 후엔 강정에 대해 입으로 말하고 글로 쓰는 일이 조심스러워지고 부담스러워진다. 한 개인의 상처도 남이라는 입장에서는 함부로 말하기 어려울 일일진대, 길게 이어온 역사와 현재의 규모를 지닌 공동체라는 생물이 지닌 상처를 함부로 재단하고 입에 담는 것은 어떠한 말과 글이라도 상처에 생채기를 더하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이 책을 읽고난 이들이여, 혹시 강정에 대해 해군기지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과 생각을 말하던 사람들일지라 하더라도,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에는 내가 사는 세상의 아픔과 타인의 상처에 대해 한번쯤은 눈을 감고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가? 입은 다물고 손은 모으고.. 조용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이 글은 민욱아빠의 블로그(http://blog.daum.net/heroyw1)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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