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희신부의 성당건축 살펴보기 - 롱샹성당
롱샹 성당 (The Chapelle of Notre Dame du Haut in Ronchamp)
프랑스
유충희 (신부, 천주교 원주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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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바젤에서 서쪽으로 가면 스위스와 독일의 국경 근처인 프랑스 벨포르(Belfort)가 나오고 거기서 북서쪽으로 조금 더 가면 롱샹(Ronchamp)이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롱샹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150m 언덕 위에 20세기 가장 빼어난 종교 건축물로 칭송을 받는 성모 순례 성당이 우뚝 솟아 있다. 이 성당은 스위스 출신의 화가요 건축가요 도시설계가인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 1887-1965)의 설계로 지어졌다.
<롱샹성당>
프랑스 브장송 대교구의 뒤부르(Dubourg) 대주교는 1950년 초 개신교도요 사회주의자인 르 코르뷔지에에게 성당 건축을 맡기고 싶어 레되르(Ledeur) 신부를 그에게 보내 설계를 부탁했다. 레되르 신부는 르 코르뷔지에와 친분이 있던 쿠튀리에(Couturier) 신부와 함께 르 코르뷔지에를 설득해 설계를 맡기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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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샹성당>
<롱샹성당>
르 코르뷔지에는 1950년 6월 롱샹 지형을 자세히 살펴보고 파리로 돌아가 자신의 설계 사무실에서 목탄으로 성당 설계 초안을 그렸는데 거의 이 초안대로 성당이 완성되었다. 르 코르뷔지에가 이 성당의 설계를 하면서 지붕 구조물의 영감을 얻은 것은 1946년 뉴욕의 롱아일랜드 해안에서 주운 게의 껍질과 비행기 날개였다고 한다. 1953년 9월에 시작하여 1955년 6월에 완성된 이 성당은 2백 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본당 하나와 부속 소성당 셋, 순례자들이 많이 모일 때 옥외 미사를 집전할 수 있게끔 외벽에 설치한 제대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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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샹성당>
1955년 6월 25일 헌당식에서 르 코르뷔지에는 1954년 소천한 뒤부르 대주교 후임으로 취임한 뒤부아(Dubois) 대주교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 대주교님, 저는 이 성당을 건축하면서 침묵과 기도와 평화와 내적 기쁨의 장소를 짓고자 했습니다. .... 저는 몇가지 상징과 몇몇 글자로 동정녀를 찬양코자 했습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형틀인 참 십자가를 이 방주에 설치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드라마가 이제 이 장소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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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당식 날 뒤부아 대주교는 성당이 너무나도 파격적인 데 불만을 품은 나머지 축성 후 임종 때까지 다시는 이 성당을 참배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건축가들은 지어진 지 50년이 지난 이 롱샹성당을 ‘현대에 지어진 최대의 매너리즘 건물’로 평하면서 건축 순례의 으뜸으로 꼽고 있다.
이 성당을 보면서 얻게 되는 교훈은 지각 있는 건축주와 능력 있는 건축가가 만나야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롱샹 성당은 불과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의 성당이지만 성당 외벽에는 일 년에 두 번 있는 순례미사를 위한 야외 제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1만 명이 동시에 옥외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설계 되었다.
롱샹 성당의 신선한 발상을 보면 자연을 마구 훼손하면서까지 대성당을 짓는 한국교회의 모습이 과연 옳은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속이 얼마나 허하면 동양 최대, 세계 최대의 성당을 짓겠다고 설치겠는가. 정부가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4대강 사업이나 성지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경쟁이라도 하듯 각 교구가 짓는 성당 건축물은 금수강산을 파괴하는 행위요, 엄청난 경제적 낭비라는 서글픈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롱샹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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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희신부의 성당건축 살펴보기 - 롱샹성당
프로필
유충희 (신부, 천주교 원주교구)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서강대학교에서 철학 석사와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상트 게오르겐 대학에서 부제서품을 받고 현재 천주교 원주교구에서 가톨릭 사제로 사목 중이다.
다석학회 회장이며 종교다원주의를 지향하는 정양모 신부와 함께 여러 해 동안 유럽과 중동지역의 여러 건축물들과 미술관들을 답사하고 집필하였다. 저서로 예수의 최후만찬과 성만찬, 종교간의 대화(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 등이 있다.
- 이글은 (사)인권의학연구소 뉴스레터 2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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