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맞이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인권의학연구소 후원회원님들,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이번에는 2021년을 여는 시점에서 인권의학연구소의 이화영 소장님과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2021년도 연구소의 계획과 방향은 물론 이화영 소장님의 근황과 개인적인 바람도 물어보았습니다. 특히 최근 서울에 눈이 많이 오면서 ‘넓은 수녀원 마당의 눈 치우기’가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하시는데요. 연구소가 2009년 7월 4일 마포에서 개인단체로 시작한 이후 줄곧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곁을 지킨 이화영 소장님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이화영 소장님. 먼저 회원님들에게 소장님의 근황을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화영) 안녕하세요? 인권의학연구소 회원님들의 건강과 평안을 바라는 마음 모아 새해 인사드립니다. 회원님들도 그러시겠지만 요즘 저는 인권의학연구소 활동 이외에 대면해야 하는 사적, 공적 활동을 거의 삼가고 있습니다. 대신 전화통화나 영상회의 횟수가 늘었네요^^ 매년 1월은 연구소 정기총회 준비로 가장 분주한 달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면 총회가 가능할지 불투명하지만, 최근 저는 지난 한 해의 활동을 정리하면서 2021년 연구소 활동 계획과 총회 준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해 들어 서울엔 매주 눈이 왔어요. 넓은 수녀원 마당의 눈 치우기는 우리 연구소 식구들의 겨울 활동에서 중요한 일입니다.^^
Q. 소장님께서는 지난 2009년 인권의학연구소 개소 이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데요, 소장님에게 2020년은 어떤 한 해였나요?
(이화영) 마포에서 인권의학연구소 개소식을 한 게 2009년 7월 4일이에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한데 그동안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네요. 처음엔 인권의학연구소를 개인단체로 등록하고 시작했지만, 2011년 1월에 사단법인으로 전환했어요. 당시 인권의학연구소 자문위원들께서 연구소가 지속가능한 공익민간단체가 되려면 법인으로 가야한다는 조언을 주셨고,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사단법인 등록을 신청했었죠. 그러고 보니 2020년은 인권의학연구소가 사단법인으로 출발한 지 꼭 10년째 되는 해였네요. 10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 제대로 활동해 온 것인가, 초심을 제대로 지켜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더욱 듭니다.
우리 모두 처음 경험하는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 저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저는 인권의학연구소에서 활동하면서 진료 현장을 떠났었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의료인 참여 요청에 틈틈이 현장에서 의료 자원봉사자로 활동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제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던 것은 인권의학연구소 활동을 통해 자주 만나왔던 고문피해자 분들이 고연령층이어서 대부분 직접 뵙지 못한 한 해였다는 점입니다. 또한, 대면 개인상담, 집단치유도 거의 중단했죠. 매년 6월에 열렸던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행사도 개최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2020년에 피해생존자들 스스로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낸 “국가폭력생존자 자조모임”의 설립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습니다 (사진 참조). 지난 8년 동안 입법하지 못했던 고문피해자 지원법안 등이 7월에 다시 발의되도록 지원했고, 훈포상취소 가해자 명단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Q. 새로운 한 해, 2021년을 맞이했는데요. 2021년의 개인적인 계획이나 바람은 무엇일까요?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에서 제공하는 피해자 지원의 목표는 트라우마 사건 이전과 같은 원래의 삶으로 회복하는 것인데요. 트라우마 사건으로 인해 빼앗기고 포기했던 “일상의 삶”을 회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2020년에 코로나-19 상황을 직면하면서 이 “일상”이란 단어의 의미가 모두에게 크게 다가오고 있는데요. 일상의 삶에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죠. 모두들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낀 것 같아요. 2021년은 트라우마 피해생존자를 포함해 우리가 모두 일상의 삶을 되찾고 소소한 즐거움이 함께하는 새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Q. 그렇다면, 2021년 인권의학연구소의 계획과 방향은 무엇일까요?
(이화영) 2021년도 인권의학연구소 활동 방향은 국가폭력 피해자 지원시스템 마련과 가해자 책임을 촉구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고문피해자 지원법안” 등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서 입법화되는 것입니다. 고문피해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 사회적 지원없이 잘 생존해 왔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인데요. 이들이 현재 고령인 점을 생각하면,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지난해에 제2기 과거사법이 통과되어 2021년에는 과거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조사받는 과정에서 재외상회나 2차 피해를 겪어서는 절대 안 될 일입니다. 연구소 교육사업팀은 진실규명과정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조사관 대상 교육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인권의학연구소와 김근태기념치유센터를 내원하는 트라우마 피해생존자들에게 보다 전문적이고 배려깊은 치유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 심리상담 전문가 네트워크를 조직했는데요. 2021년에는 심리상담사뿐 아니라 인권피해자를 지원하는 의료인, 예비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교육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는 비대면 교육 방법으로 지속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한다 하더라도 회원님들과의 소통 활동을 계속하고자 합니다. 페이스북과 뉴스레터 뿐 아니라 편지, 전화 등을 통한 소통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드리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연구소 후원회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릴께요.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가 트라우마 피해자 지원을 할 수 있는 동력은 오직 후원회원님들의 힘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비영리 ·민간단체여서 기업이나 정부의 지원 없이 회원님들의 자발적 후원에 의해서만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분 한분 직접 뵙고 후원의 의미와 감사의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만 이렇게 글로나마 먼저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연구소에서는 올해 “회원 배가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저희 인권의학연구소를 널리 알려주시고, 회원님께서 각자 한 명의 신규 회원님을 추천해 주신다면 트라우마 피해자를 지원하는 연구소 활동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제 회원님께 좋은 기억으로 남는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드리며 마치고자 합니다. 또 뵐 때까지 얼굴, 허리 그리고 마음까지 쭉 펴면서 건강 또한 잘 지키세요.
이화영 소장님은 2021년의 개인적인 바람으로 ‘트라우마 피해생존자’를 포함해 모두가 일상의 삶을 되찾고 소소한 즐거움이 함께하는 것을 말해주셨습니다. 항상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이화영 소장님께 이번 2021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화영 소장님은 회원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연구소는 올해 ‘회원 배가 운동’을 진행한다고 하셨는데요. 이 글을 읽고 계신 후원회원님들, 꼭 기억해주시고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박민중 활동가가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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