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가 말하는 국가폭력]

 

“국가가 자연의 도리를 어기는 부조리한 착취를 정당화하고 다수를 억압하기 위해 공권력을 행사한다. 심지어 국가는 그런 부조리함에 저항하는 민중에게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폭행하고 심지어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 더구나 국가는 그런 잘못을 미화하고 은폐하려들기 때문에 더욱더 나쁜 존재이다.”

 

-톨스토이의 국가는 폭력이다중에서

 

197-80년대 독재정부에 의해 국가기관에 의해 삶이 사라져 간 수많은 민중들이 있습니다. 당시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졌던 그 폭력의 작동원리를 100여 년 전 톨스토이는 분명하게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국가의 폭력도 분노스럽지만, 여전히 그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사과는커녕 가해자들의 잘못을 미화하고 은폐하기 급급한 국가를 보며 답답하기만 합니다.

 

 

 

 

[강연] 함세웅 이사장, 청소년들에게 지혜를 말하다

 

 지난 6 7일 오후 7,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평화를 만들어가는 이야기학교에서 인권의학연구소 함세웅 이사장의 강의가 있었다. 함세웅 이사장은 평화를 실현하는 지혜라는 주제로 약 1시간 30분에 걸쳐 강의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날 이 자리에는 이야기학교의 7학년부터 12학년까지 총 34명의 학생들과 약 10명에 이르는 학교 교사 및 학부모가 참여했다.

<사진-1> 함세웅 이사장이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이야기학교 강당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번 강의는 지난 5 20일 기독교 대안학교인 이야기학교의 교사와 학생의 공식적인 요청에서 비롯되었다. 이 학교에는 줄탁동시라는 진로탐색 동아리가 있는데, 이 동아리에서 마련한 진로특강은 직업뿐만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잡아가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삶을 살아간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라고 한다. 특강을 통해 학생들은 강사의 삶의 태도와 자세, 가치관을 듣고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생각을 확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야기학교 진로특강 동아리 학생들은 함세웅 이사장에게 특강 요청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함세웅 신부님의 민주화 운동과 지금까지 살아오신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가치관과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디 참여해주셔서 진로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사진-2> 강의 시작 전, 이야기학교의 장한섭 교장을 비롯해 교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3> 이야기학교 강당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까지 약 50 명이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

 함세웅 이사장은 교사와 학생의 공식적인 특강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6 7일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평화를 실현하는 지혜라는 주제로 열정적인 강의를 했다. “5시간 뒤에 종말이 온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직접 건네며 강의는 시작되었다. 본인의 어린 시절을 예로 들며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인생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초등학교 시절 경험했던 6.25의 기억, 대학교 1학년 시절 경험했던 4.19 혁명의 순간들을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특히 인생에서 목적의식이 어떠한 의미인지,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선택과 책임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주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신학 공부를 하고 돌아온 1973, 함세웅 신부는 왜 군부독재에 맞서 저항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내렸는지, 그리고 그러한 선택으로 인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겪어야만 했던 과거의 고난들이 자신이 내린 선택에 따른 책임이었음을 청소년들에게 들려주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접했던 이야기들을 그 시대의 중심에 있었던 산증인으로부터 생생하게 듣게 되자 끝까지 경청하고 강의 후에는 여러 질문들을 쏟아내었다.

 

  <사진-4> 함세웅 이사장이 학생에게 마이크를 들고 직접 질문하고 있다.  
<사진-5> 함세웅 이사장이 자신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열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함세웅 이사장은 청소년들을 향해 라틴어 호모 카락티릭스를 언급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이 단어는 개성 있는 인간을 의미하는데, 함세웅 이사장은 그날 강연에 참여한 이야기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본인이 가진 개성을 찾고, 잃지 않고 살아가며 한반도의 분단의 현실을 해소하며 평화를 실현하는 각자가 되기를 당부했다. 강의가 끝나고 강당에서 모두 다 같이 단체사진을 찍고 마무리했다. 그리고 함세웅 이사장이 가려는 찰나에 몇몇 학생들이 함세웅 이사장의 책에 저자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사진-6> 강의를 마치고 다 같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7> 강의 후, 학생들이 함세웅 이사장의 저서에 저자 사인을 받고 있다.

  강정에 발을 디디는 일은 마치 순례와도 같다. 수많은 정보와 소통수단을 통해 강정의 소식을 듣고 한달에 한 번씩 방문하여 변화와 분위기를 느끼는 일이나, 이렇게 책을 통하여 내가 볼 수 없는 또는 바라보지 못했던 내면을 알게 되는 일은 마음 어디가에 깊이를 하나하나 쌓으며 기도하는 일이다. 쌓은 기도는 마치 지층과도 같다. 과거의 어떤 날은 너럭바위의 부드러움과 바람에 실린 파도의 거침을 만나는 자연의 감동이었다. 어떤 날은 중덕삼거리가 막히고 구럼비가 파괴되는 아픔이었다. 어떤 날은 막무가내의 폭력 앞에서의 아픔이었고, 세상의 변화 앞에서는 막연한 기대였다. 그리고 기대와 다른 변화는 허탈함이었다.

 

 누군가의 강연을 만나는 날에 평화의 의미를 깨닫는 날이었다. 성토를 듣는 날엔 현실에의 암담함이었고 누군가의 글은 안타까움이었다. 그리고 먼 과거의 역사를 지금의 현재에 끌어들여 이어지는 트라우마의 아픔을 듣는 일은 시공간속에서 현상의 입체감있는 이해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만들어진 그런 이해는 기도의 지층을 한 층 형성하는 일이었다.

 

 4.3의 트라우마를 현재의 강정에 끌어들이는 일은 어떤 면에서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살아있음이 죄로 죽임을 당해야했던 시대와, 공사방해를 했다는 이유로 고착을 당하고 고소와 연행을 통해 구속이나 벌금형을 받은 현재가 같을 수는 없지만, 하나하나의 가족사에 공권력의 폭압이 아품과 막연한 두려움으로 새겨진 사람들의 공동체가 오랜 시간 후에 다시 공권력을 마주하는 일은, 각인되었던 두려움이 어쩔 수 없이 가슴 한 켠에서 고개를 드는 일이며 잊고 지냈던 트라우마가 마음 어딘가에서 존재감을 강렬하게 발산하게 만드는 일이다. 사실 겪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이를 이해하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90세가 넘은 강정마을의 노인이 자신이 겪은 4.3과 현재의 해군기지 문제에 쉽게 말을 하진 않다가, 종이에 또박또박 죽은자의 이름가지 모조리 기억해 적어내며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의견을 적어내는 모습은, 마을공동체를 관통하는 과거의 트라우마와 현재의 아픔이 얼마나 깊고 거대하며 심정적인 연결선이 얼마나 굵고 질긴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깨닫게 해 준다.

 

 책은 가볍다. 읽기도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씨줄과 날줄처럼 엮인 과거와 현재의 트라우마를 마음으로 느끼고 난 후엔 강정에 대해 입으로 말하고 글로 쓰는 일이 조심스러워지고 부담스러워진다. 한 개인의 상처도 남이라는 입장에서는 함부로 말하기 어려울 일일진대, 길게 이어온 역사와 현재의 규모를 지닌 공동체라는 생물이 지닌 상처를 함부로 재단하고 입에 담는 것은 어떠한 말과 글이라도 상처에 생채기를 더하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이 책을 읽고난 이들이여, 혹시 강정에 대해 해군기지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과 생각을 말하던 사람들일지라 하더라도,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에는 내가 사는 세상의 아픔과 타인의 상처에 대해 한번쯤은 눈을 감고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가? 입은 다물고 손은 모으고.. 조용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이 글은 민욱아빠의 블로그(http://blog.daum.net/heroyw1)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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