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주강정마을 주민/인권활동가 정신건강 실태조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는 강정동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경진 의원(민주당)의 요청으로 4월 13일 오후 3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인권 보장 및 증진 조례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임채도 인권의학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이 정책토론회에서 '공권력 피해자 권리구제 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를 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 http://www.sis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175764,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129238)

 

인권의학연구소는 2012년 7월부터 8월까지 제주강정마을 주민과 인권활동가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전체 응답 주민의 57.1%가 우울증 등 한 가지 이상의 정신심리적 이상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살충동을 느낀 주민이 31.6%에 달하고 9.1%는 심각한 자살충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음은 임채도 인권의학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이 2012년 7월 31일 1차 실태조사를 다녀와서 작성한 글이다. 

(관련 기사: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122159, http://www.sis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163207)

 

인권의학연구소는 2012년 7월 19일부터 7월 24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현지를 방문하여 6년째 해군기지 설치반대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마을주민들과 인권활동가들의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지난 2007년 5월 정부와 해군당국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설치 계획을 발표하였고, 마을 주민은 그 이후 끈질긴 해군기지 설치반대투쟁을 전개해오고 있습니다. 또 강정마을 문제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문정현 신부를 비롯하여 각지의 시민과 인권활동가들은 강정마을 현지에 정착하여 주민들과 함께 반대투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마을주민들로서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화목한 공동체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는 위기감과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공사를 밀어붙이는 정부와 해군당국의 처사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정부는 대법원의 해군기지 공사 적법 판결(2012년 7월 5일) 이후 공사 강행의 명분을 내세우가 있으나 주민들의 반대운동과 작년 국회의 관련 예산 삭감 등에 부딪혀 공사진척율은 15% 내외에 머물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6년 여 투쟁을 거치면 주민들의 정신건강은 현재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고, 마을 공동체는 해체되어가고 잇습니다. 이미 2009년 9월에 '서귀포신문'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마을 주민의 75.5%가 적대감, 우울, 불안, 강박 등 정신적인 이상 소견을 보였습니다. 그 후 오늘까지 여전히 문제해결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주민들의 삶을 보호하고 지원할 대책도 전무한 상황입니다.

 

 

 

이에 인권의학연구소는 의료지원분과, 조사연구분과 운영위원들을 중심으로 긴급조사단을 구성하여 강정마을 주민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과학적으로 조사·규명하고 고위험군에 대한 긴급한 의료적 구제 방안 제시와 스트레스 대처법 등 정신건강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실태조사에는 한국대학생문화연대 보건의료분과(대표 류우리) 소속 '길벗' 등 보건의료게 대학생 100여 명이 참여하여 주민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현지방분기간 중 이화영 소장 등 연구소 실태조사단은 주민뿐만 아니라 현지 인권활동가들을 심층 인터뷰하였는데, 이들의 분노, 불안, 스트레스 척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소 의료지원분과 운영위원인 손창호 원장(나눔정신과 의원)은 2012년 7월 21일 저녁 6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주민과 현지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대처와 수면법"등 정신건강교육을 실시하고 개별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현재(2012년 7월 31일) 인권의학연구소는 실태조사를 마치고 귀경하여 자료 분석과 실태조사 보고서를 작성 중입니다.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강정마을의 위기를 시민들에게 알릴 예정입니다.

  강정에 발을 디디는 일은 마치 순례와도 같다. 수많은 정보와 소통수단을 통해 강정의 소식을 듣고 한달에 한 번씩 방문하여 변화와 분위기를 느끼는 일이나, 이렇게 책을 통하여 내가 볼 수 없는 또는 바라보지 못했던 내면을 알게 되는 일은 마음 어디가에 깊이를 하나하나 쌓으며 기도하는 일이다. 쌓은 기도는 마치 지층과도 같다. 과거의 어떤 날은 너럭바위의 부드러움과 바람에 실린 파도의 거침을 만나는 자연의 감동이었다. 어떤 날은 중덕삼거리가 막히고 구럼비가 파괴되는 아픔이었다. 어떤 날은 막무가내의 폭력 앞에서의 아픔이었고, 세상의 변화 앞에서는 막연한 기대였다. 그리고 기대와 다른 변화는 허탈함이었다.

 

 누군가의 강연을 만나는 날에 평화의 의미를 깨닫는 날이었다. 성토를 듣는 날엔 현실에의 암담함이었고 누군가의 글은 안타까움이었다. 그리고 먼 과거의 역사를 지금의 현재에 끌어들여 이어지는 트라우마의 아픔을 듣는 일은 시공간속에서 현상의 입체감있는 이해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만들어진 그런 이해는 기도의 지층을 한 층 형성하는 일이었다.

 

 4.3의 트라우마를 현재의 강정에 끌어들이는 일은 어떤 면에서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살아있음이 죄로 죽임을 당해야했던 시대와, 공사방해를 했다는 이유로 고착을 당하고 고소와 연행을 통해 구속이나 벌금형을 받은 현재가 같을 수는 없지만, 하나하나의 가족사에 공권력의 폭압이 아품과 막연한 두려움으로 새겨진 사람들의 공동체가 오랜 시간 후에 다시 공권력을 마주하는 일은, 각인되었던 두려움이 어쩔 수 없이 가슴 한 켠에서 고개를 드는 일이며 잊고 지냈던 트라우마가 마음 어딘가에서 존재감을 강렬하게 발산하게 만드는 일이다. 사실 겪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이를 이해하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90세가 넘은 강정마을의 노인이 자신이 겪은 4.3과 현재의 해군기지 문제에 쉽게 말을 하진 않다가, 종이에 또박또박 죽은자의 이름가지 모조리 기억해 적어내며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의견을 적어내는 모습은, 마을공동체를 관통하는 과거의 트라우마와 현재의 아픔이 얼마나 깊고 거대하며 심정적인 연결선이 얼마나 굵고 질긴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깨닫게 해 준다.

 

 책은 가볍다. 읽기도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씨줄과 날줄처럼 엮인 과거와 현재의 트라우마를 마음으로 느끼고 난 후엔 강정에 대해 입으로 말하고 글로 쓰는 일이 조심스러워지고 부담스러워진다. 한 개인의 상처도 남이라는 입장에서는 함부로 말하기 어려울 일일진대, 길게 이어온 역사와 현재의 규모를 지닌 공동체라는 생물이 지닌 상처를 함부로 재단하고 입에 담는 것은 어떠한 말과 글이라도 상처에 생채기를 더하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이 책을 읽고난 이들이여, 혹시 강정에 대해 해군기지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과 생각을 말하던 사람들일지라 하더라도,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에는 내가 사는 세상의 아픔과 타인의 상처에 대해 한번쯤은 눈을 감고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가? 입은 다물고 손은 모으고.. 조용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이 글은 민욱아빠의 블로그(http://blog.daum.net/heroyw1)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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