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고문 피해 생존자들, 축하 공연을 하다
-고문 피해 생존자들, 김근태기념도서관 개관식의 대미를 장식하다-
12월 4일(토), 고문 피해 생존자들이 도봉구에 위치한 김근태기념도서관 개관식에서 축하 공연을 가졌다. 이번 공연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날 개관식에서 마지막 현판 제막식과 함께 대미를 장식했다. 인재근 의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을 비롯해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개관식에서 고문 피해 생존자들은 김근태기념도서관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다.
故 김근태 전 의원의 이름을 딴 김근태기념도서관은 민주주의·인권 특성화 도서관을 표방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과 언론은 김근태 전 의원을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그 이전에 그는 독재정권에 의한 ‘고문 생존자’였다. 1987년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받기 전, 1988년 독일 함부르크 재단에서 세계의 양심수로 선정되기 전, 그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문을 당한 ‘고문 생존자’였다.
이런 맥락에서 이날 10명의 고문 피해 생존자들의 타악기 공연은 김근태기념도서관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었다. 아래 글은 이날 공연을 하는 고문 피해 생존자들을 소개하는 글귀다.
김근태 선생의 이름으로 된 인권도서관이 문을 여는 날입니다.
한없이 기쁩니다.
우리는 김근태 선생을 고문 생존자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우리가 고문 생존자이기 때문입니다.
‘김근태기념치유센터’에서 북을 치면서 트라우마 치유를 시작했습니다.
그 첫 공연을 김근태 선생과 함께하여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이름은 구명우, 김장호, 김순자, 박순애, 안승억, 윤혜경,
이동석,이사영, 최미경, 최양준, 황영애입니다.
이날 개관식에 참여한 이인영 장관은 축사에서 “김근태의 삶과 실천은 민주화 투쟁에만 가둬지지 않습니다. 도서관이 김근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폭넓게 공유하는 근거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축사의 인식이 민주화 투쟁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민 김근태가 국가로부터 받은 고문 피해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날 많은 시민들 앞에서 타악기 공연을 했던 고문 피해 생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 이유는 민주화 투쟁과 그 결과는 우리 사회가 지금껏 조명하지 않은 이분들의 희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도서관이 개인 김근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폭넓게 공유하는 근거지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김근태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인권 피해자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더 폭넓게 공유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 도서관은 개인 김근태를 기념·기억하는 공간의 의미도 있지만, 김근태로 대변되는 수많은 인권피해자들을 끌어안는 따뜻한 장소가 되는 것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표방하는 도서관의 지향점에 부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 하에, 12월 4일 민주주의와 인권 특화 도서관을 표방하는 김근태기념도서관 개관식의 주인공은 장관 또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김근태 전 의원과 같은 고문 피해 생존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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