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공동체에 '함께' 다녀왔습니다]

 

지난 목요일(29일), 연구소에서 김장호, 윤혜경, 이숙희 선생님과

함께 도봉구에 위치한 오늘공동체에 다녀왔습니다.

 

오늘공동체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박민수 대표, 이화영 소장, 김장호 선생, 윤혜경 선생, 이숙희 선생이 같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오늘공동체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박민수 대표, 이화영 소장, 김장호 선생, 윤혜경 선생, 이숙희 선생이 같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개인가구가 늘어나는 요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는 오늘공동체인데요!

 

오늘공동체에 거주하고 있는 분에게 직접 오늘공동체 공간을 소개받고 있다. 

너무 멋있는 공간에서 대안적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오늘공동체에서 우리 선생님들과 커피 한 잔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 연구소의 후원회원이기도 한 오늘공동체와

무언가 재미난 일들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법률] 최근 재일동포 조작간첩사건 재심의 심각한 문제점 

 

 군부독재 시절, 수많은 조작간첩 사건들이 날조되었다. 당시 대서특필되었던 간첩단 사건들. 그리고 그 사건을 조작했던 국가 공무원들은 특진과 함께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그렇게 4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조금씩 당시 수사와 재판이 얼마나 엉터리이었는지 재심을 하나씩 통해 밝혀지고 있다. 그 시절 자행된 수많은 조작 사건들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를 지난 2010 7 15일 재일동포 이종수 간첩사건의 재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이강원 부장판사가 판결문에서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사건은 재일동포 유학생을 간첩으로 조작하기 위하여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보안사(국군기무사 전신)
안기부
(국정원 전신) 명의로 피고인을 불법 연행하여 39일간 강제구금한 상태에서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내고, 
그로 인하여 피고인이 5 8개월간 아까운 청춘을 교도소에서 보내게 된 사건이다. 재외국민을 보호하고 내국인과
차별대우를 해서는 안 될 책무를 가진 국가가 반정부세력을 억누르기 위한 
정권안보 차원에서,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피고인이 한국어를 잘못하여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을 악용하여
, 재일동포라는 특수성을 무시하고
오히려 
공작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이 판결문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국가기관들은 모국을 찾은 재일동포들의 약점(특수성)을 파고들어 국민을 보호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린 채 재외국민들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작정치의 희생양으로 활용했다. 또한 그 행위가 정당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불법 연행과 강제구금, 그리고 모진 고문으로 조작된 증거들을 가지고 그들의 손아귀에 있는 사법부에서 하나의 통과의례로 치른 것이 재판이었다. 이 모든 과정이 불법이었다는 점을 전제로 40여 년이 지난 지금 재심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재일동포 故 김병주 선생과 故 손유형 선생의 재심 과정에서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목도되고 있다. 1980년대 모국을 찾은 두 명의 재일동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간첩누명이었다. 불법구금, 강제구금, 그리고 모진 고문의 결과 각각 14 6개월과 17년을 모국의 감옥에서 살아야 했다. 이후 이들은 출소하고 모국이 아닌 일본으로 돌아가 고문 후유증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 정신적 및 경제적 고통을 함께 보고 겪어야 했던 유가족이 재심을 청구해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진-1> 5월 13일 고 김병주 선생 재심 후, 조영선 변호사와 생존자 모임 회원들이 질의 응답하다.

  故 김병주 선생의 경우, 지난 1 29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40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내렸지만, 특수탈출 혐의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변호인은 즉각 항소를 제기하여 5 1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이 개시되었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던 재판은 지난 7 6일 검찰 측에서 2명의 증인을 추가로 요청하였고,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재판이 지연된 상태다.

 

<사진-2> 7월 6일, 고 김병주 선생 재판에서 검찰의 증인신청이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지고 향후 재판에 대해 변호사와 생존자 모임 회원들이 대화를 나누다.  

   손유형 선생의 경우 지난 5 25일 서울 고등법원에서 재심을 신청한 유족들이 모두 최후진술을 마쳤고, 당시 재판부는 재판의 재심 개시 결정이 늦어진 점에 대해 사과하며 7 13일 선고를 예정했다. 그러나 지난 7 13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손유형 선생에게 20년을 구형했으며, 재판부는 이 재판의 주범인 손유형 선생에 대한 선고는 8 31일로 연기하고, 종범인 손종규, 손유승, 손유배 선생에게만 무죄를 선고했다.  손유형 선생의 선고는 오는 8 31일 오후 2 20분에 있을 예정이다. 일본에 있는 유가족들은 또다시 피가 마르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사진-3> 5월 25일 고 손유형 선생 재판 후 김중민 변호사에게 유가족, 생존자 모임 회원들이 설명을 듣다.   
<사진-4> 7월 13일 고 손유형 선생 재판 후 김중민 변호사와 유가족, 생존자모임 회원들이 선고연기에 대한 우려를 나누다.

 아이러니하게 과거 간첩사건이었던 두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은 국가보안법이나 간첩죄가 아니었다. 핵심은 이 재판이 재심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이 군부독재 하의 당시 원심 법정에서 했던 진술이 법적 효력이 있는지를 다투고 있는 부분이다. , 당시 안기부, 보안사, 치안본부 등과 같은 국가기관에 의해 불법 구금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고 조작된 증거를 가지고 피고인들이 법정에 나와 자신들의 범행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 2021년 재심 재판에서도 법정 증거로서 효력이 있는지를 다투고 있는 것이다.

 

두 가지 심각한 문제점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어떤 부분이 이 재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야 하는가? 첫째, 사회적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재판부의 접근방식이다. 앞서 이강원 부장판사가 판결문에서 지적했듯이, 과거 재일동포 조작간첩 사건은 국가가 재일동포라는 약점을 이용해 불법 연행하여 강제 구금하고, 거기에 모자라 모진 고문으로 조작해낸 사건이다. 이 일을 했던 기관들이 국가기관들인데, 그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피고인이었던  김병주 선생과  손유형 선생은 법정에서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과 다른 진실을 말할 수 있었을까. 당시 재판정에는 피고인들을  고문했던 수사관들이 방청석에 앉아있었고, 법정에서 공소장 내용과 다른 말을 하면 다시 고문 수사하겠다고 협박하였음을 앞서 진행되었던 재심  피고인들의 진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1975년 서울의대 간첩단 사건의 한 피해자는 모진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허위 자백을 했지만, 원심 재판 법정에서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했다. 그리고 용기 내어 진술한 진실의 대가는 더 가혹한 고문이었다. 그 피해자는 다음부터 법정에서 자신의 양심에 따라 진술하지 않고, 철저히 수사관들이 원하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지금 2021년 재판부는 1970-80년대 재판부의 현실이 지금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대적 맥락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피고인 두 명은 이미 고인이 되어 방어권을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두 분 모두 재일동포이면서 동시에 이미 고인이 되어버려 당시 재판 과정에서 자신들이 허위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말할 수가 없다. 만약 이분들이 재일동포가 아니었다면, 당시 재판에 가족들 또는 친구들이 참석했을 개연성이 높으며, 그들이 지금 재심에 증인으로 나와 당시 재판 상황을 증언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이 현재 살아계시다면 재심 법정에서 왜 당시 법정에서 허위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말을 할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모두 고인이 되어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법정 증거주의와 같은 법리를 내세워 당시의 시대적 맥락 그리고 고인이 되어버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어진 80년대 법정 증언을 가지고 이것이 2021년 현재 재심 과정에서도 법정 효력이 있는지를 열심히 다루고 있는 것이 현 실태다. 모국을 찾은 재일동포를 아무런 영장도 없이 불법 구금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40일 이상씩 고문하면서 만들어낸 간첩죄. 그리고 고문수사를 받으면서 했던 자백과 다른 진실을 법정에서 말하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전보다 더한 고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피고인이 과연 무슨 용기로 진실을 내뱉을 수 있을까. 그리고 연행부터 불법으로 점철된 이 같은 사건들의 진상을 밝히고자 2021년 재심을 시작한 것인데, 여전히 재판부는 시대적 맥락과 고인이 되어버려 방어권을 상실한 피고인의 상황을 묵인한 채, 단순히 교과서에 쓰인대로 재심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7 14 () 오후 5, 인권의학연구소는 제3차 정기이사회를 온라인 줌회의로 개최하였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서 지난 제2차 이사회에 이어 현장 회의 대신 온라인 회의방식을 결정하였다. 이날 이사회에는 함세웅 이사장, 이화영 상임이사, 박재영 이사, 백재중 이사, 손창호 이사, 유충희 이사, 이상희 이사, 주영수 이사, 최창남 이사와 염형국 감사가 참석하였다.

< 사진 1.  줌회의로 개최한 인권의학연구소 제 3 차 이사회  (7.14)>

이화영 상임이사의 지난 2차 이사회 회의록 보고에 이어 사무국에서 2021년도 2분기 사업과 재정에 대해 보고하였다. 사업 보고 후 교육팀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의료인 대상 인권교육사업 교재의 단행본 출간 여부에 대한 박재영 이사의 질문과 후원 중지 회원의 중지 이유에 대한 유충희 이사의 질문이 있었다.

 

<사진 2.   온라인 줌회의로 개최한 교육사업 기획회의>  
< 사진 3.   온라인 줌회의로 개최한 교육사업 자문회의 >  

이어진 ”2021년 국제고문피해자 지원의 날과 김근태기념치유센터 개소8주년 기념행사 안건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행사 개최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신 수녀원 마당에서 고문피해자들의 고문피해자 지원법을 제정을 촉구하는 피케팅 퍼포먼스로 대체했음을 보고했다. 또한 현재 준비 중인 자료집 디자인 작업을 마치면 8월 중 자료집을 출간하여 후원회원에게 발송하기로 하였다.

< 사진 4.  2021  국제고문피해자지원의 날에  ” 고문피해자 지원법안 제정 “ 을 촉구하는 고문피해 생존자들

세 번째 안건 토의를 위해 이화영 상임이사가 국가폭력 피해생존자를 위한 평생교육안에 대한 제인 설명을 하였다. 참석이사들은 교육 내용, 장소, 명칭, 시간대 등을 당사자 요구도에 맞춰 계획할 것과 피해생존자 대상 특정교육으로 운영할 것을 주문하였다.

 

네 번째 안건은 2020-21년 신규회원 및 10년 이상 장기후원자에 대한 비대면 웰컴,감사 파티안이다. 온라인 만남의 장을 통해 회원들의 기부효능감을 증대하고, 연구소 활동에 회원들의 적극 참여를 독려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비대면 웰컴파티와 감사파티 및 릴레이 인터뷰 사업을 제안했고 참석이사들은 이 제안을 전폭 지지하였다.

 

다섯 번째 안건은 고문가해자 정보공개 안건이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2018년부터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훈포상 취소 고문수사관 명단공개를 촉구하는 행정소송을 진행하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인권의학연구소는 고문수사관의 명단을 취합 작성하여 보도자료와 SNS를 통해 고문수사관의 실명을 공개하고자 하는 안건을 이사회에 제안하였다. 참석이사들은 실명을 공개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고문수사관의 역공이 예상되더라도 공익을 위한 실명공개이므로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훈·포상 취소 고문수사관들의 실명을 공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하였다.

 

다음 이사회(4) 2021 10 13 () 6, 인권의학연구소 1층 소강당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제3차 이사회를 마무리 하였다.

 

(끝)

[동행] 하원차랑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1 7 21일 오후 6시30분, 하원차랑 선생이 소천했다. 향년 81. 이튿날 22일 오전 소천 소식을 접한 인권의학연구소 이화영 소장은 김장호 선생, 임채도 선생, 박민중 활동가와 함께 경상남도 밀양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빈소가 마련된 밀양병원 장례식장에서 하원차랑 선생의 영정을 마주하니 모두 가슴이 먹먹했다. 특히, 지난주 하원차랑 선생이 병원을 퇴원하면 국가폭력 피해생존자 자조모임  회원들과 함께 밀양 방문을 계획하고 있던 터라 그 아쉬움은 더욱 진하게 남았다.

<사진-1> 하원차랑 선생의 영정 사진이 있는 장례식장 모습.

  하원차랑 선생은 1941년 경상북도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이후 부산에서 주로 사업을 했으나, 1970년대 말 오일쇼크로 국내 경제 불황으로 일본 오사카 숙부를 통해 일본에 건너가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였다. 그떄 현장 감독의 부탁으로 귀국하면서 부산에 살고 있는 감독의 친척에게 잠바 하나를 선물로 전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1983년 7월 하원차랑 선생은 보안사에 의해 느닷없이 불법 연행되어 무자비한 고문을 당한 후 간첩이 되었다. 보안사는 일본에서 잠시 일했던 공사 현장 감독의 부탁으로 선물 하나를 심부름 했던 하 선생을 지령을 받고 국내 잠입한 간첩으로 조작하였다. 당시 보안사에 두달 가까이 불법감금되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문을 당한 하 선생은 허위자백을 할 수 밖에 없었으나, 이 허위자백을 증거로 당시 법원은 간첩죄로 형을 선고하였다. 

 

 하원차랑 선생은 1990년 10월 2일 출소하기까지 약 8년의 시간을 억울하게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그 기간 동안에 하원차랑 선생은 계속된 전향공작과 회유를 뿌리쳤다. '간첩인 적이 없으니 전향할 것도 없다' 면서 끝까지 전향을 거부했던 선생의 감옥 생활은 더욱 가혹했다. 8년을 출역도 없이 독방에서 홀로 버텼으니 이를 통해 선생의 올곧고 강직한 성격을 쉽게 짐작하게 한다.

 

 1970-80년대 재일교포 등 일본 관련 조작간첩 사건에 연루된 많은 피해자들이 그렇듯 하원차랑 선생도 터무니없는 국가 공작에 의해 인생의 황금기를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1970년대 말, 숙부를 통해 일자리를 얻고자 일본으로 간 선택이 간첩으로 몰리게 될 줄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렇게 건너간 일본에서 선생은 공사현장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 공사현장에서 만난 현장감독이 알고 보니 조총련계였다. 하원차랑 선생과 그 감독은 단순히 일하는 직장에서 만난 사이였다. 그러나 당시 보안사가 발표한 하원차랑 선생의 죄목은 그 감독에 의해 간첩 지령을 받고 국내에 잠입했다는 것이다. 그때 하원차랑 선생이 부탁받은 것이라곤 지령이 아니라 현장감독의 국내 처조카에게 전달할 잠바 하나였다. 직장 상사의 처조카에게 잠바 하나를 전달해준 것이 간첩 행위이고, 그것으로 8년의 옥살이를 했다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일까.

 

 당시 한반도는 분단되어 있었지만, 일본 오사카의 조총련과 민단 사이엔 38선이 존재하지 않았다. 조총련과 민단의 관계가 당시 남한과 북한처럼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당시 남한의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은 조총련이라고 하면 무조건 북한과 연결해 왜곡하여 이용하면서, 국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력을 연명하기에 급급했다. 하원차랑 선생도 그 한반도의 분단과 정통성 없는 군사독재 정권이 만들어낸 수많은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사진-2>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는 유족들.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던 결정, 그리고 공사현장에서 만난 현장감독의 잠바 전달 부탁은 하원차랑 선생의 인생에서 40대를 지우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의 40대의 삶이 사라지는 동안 그의 가족 또한 말로는 다 옮기지 못할 모진 사회적 냉대와 아픔을 경험해야만 했다. 그와 그의 가족의 삶 전체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다.

 

 8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하원차랑 선생은 중장비 기술을 가지고 공사현장을 뛰어다니며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았다. 어찌 보면 국가에 의해 망가져버린 자신과 가족의 삶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 사회에서 다시 일어서는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간첩이라고 하면 가족도 받아들이지 못하던 당시 한국 사회의 정서를 고려해보면, 이미 가족에게 남겨진 상처의 깊이는 생각처럼 쉽게 아물지 않았을 것이다. 이 부분이 하원차랑 선생도 그리고 그 가족에게도 가장 큰 아픔이자 비극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다 피해자다.

 <사진-3> 하원차랑 선생 장례식에 참석한 이화영 소장, 김장호 선생, 임채도 선생이 하원차랑 선생의 부인이 구정자 선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례식에서 영정으로 남아 있는 하원차랑 선생과 그 옆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뇌리에 깊이 남았다. 조문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여러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 국가와 사회는 과연 국가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가 어떻게 한 개인과 가족의 삶을 파괴하였는지 알려고 하는 것일까. 그리고 가족 역시 피해자이나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는 각자의 상처로 인해 가족끼리도 소원해질 수 밖에 없었던 그 아픔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나. 이것은 단순히 사법부의 재심 무죄선고와 배보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철저히 피해자 중심의 사고에서 우리 사회와 국가가 전면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그 이유는 국가가 저지른 범죄이고, 피해자와 가족은 여전히 그 상처로부터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폭력 피해자 선생들의 소천 소식이 향후 계속해서 들려올 것이란 생각에 공연히 마음이 바빠진다. 생존해 있는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고통의 무게를 나누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피해자이다. 그럼에도 서로의 관계가 원상으로 회복되지 못한 그들의 남은 삶에 지금 우리 사회가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들의 고통을 기계적으로 계산한 배보상금으로 해결하려는 국가의 사과 방식과 이를 당연한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에 큰 오류가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폭력 피해자의 구제는 개인과 가족의 삶을 파괴하였다는 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모든 구제지원책은 파괴된 개인과 가족의 관계, 삶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것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진-4> 조문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밀양역 앞에서 김장호 선생과 이화영 소장.

 하원차랑 선생을 동료 그리고 친구로 여기며 평소에 매일같이 통화로 일상을 나누던 김장호 선생의 글을 공유한다. 김장호 선생은 하원차랑 선생을 영원한 우리의 친구라 부르고 있다. 피해자들이 미처 가족과도 못했던 이야기와 정을 서로 나누고 있었음을 짐직하게 한.

 

 

영원한 우리의 친구!!

 

7 20일 오후 6 30분, 하원차랑 선생님은 우리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렇게도 아파하시던 선생님께서 이제 더는 아프시지 않을

영원한 안식처로 편안히 가셨답니다.

 

가시는 길에 북망산 굽이굽이 돌아 저희들을 생각하며 되돌아보셨을지,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아직도 형, 갑장, 동생 하며 부르시던 모습이 우리의 온몸에 꽉 차 있건만,
여전히 하원차랑 선생의 모습이 우리의 뇌리에 아지랑이처럼 맴돌기만 합니다.

 

너무도 아쉬운 부분은 무죄 선고받고 이제 좀 재미있게 세상에서 두 어깨 으쓱이며 남부럽지 않게 가족들과 좋은 곳으로 여행도 제대로 못 하시고, 우리와 해외여행도 한번 가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원차랑 선생을 놓아주면 안 되었지만,
잘 가라 친구야 하며 고작 머리 숙여 인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원차랑 선생이 영원한 안식처에서 이제 더는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하원차랑 선생이 우리 곁에 안 계시지만,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면 하원차랑 선생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실 것입니다.

 

2021년 7월 22일

김장호 드림 

[영원한 우리의 친구!!]

 

7월 20일 오후 6시 30분경 하원차랑 선생님은 우리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렇게도 아파하시던 선생님께서 이제 더는 아프시지 않을

영원한 안식처로 편안히 가셨답니다.

 

가시는 길에 북망산 굽이굽이 돌아 저희들을 생각하며 되돌아보셨을지,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아직도 형 갑장 동생 하며 부르시던 모습이 우리들의 온몸에 꽉 차 있건만, 여전히 하원차랑 선생의 모습이 우리들의 뇌리에 아지랑이처럼 맴돌기만 합니다.

 

너무도 아쉬운 부분은 무죄 선고받고 이제 좀 재미있게 세상에서 두 어깨 으쓱이며 남부럽지 않게 가족들과 좋은 곳으로 여행도 제대로 못 하시고, 우리와 해외여행도 한번 가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원차랑 선생을 놓아주면 안 되었지만, ‘잘 가라 친구야’ 하며 고작 머리 숙여 인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원차랑 선생이 영원한 안식처에서 이제 더는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하원차랑 선생이 우리 곁에 안 계시지만,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면 하원차랑 선생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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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평소 하원차랑 선생님을 동료 그리고 친구로 여기며 평소에 매일같이 통화로 일상을 나누던 김장호 선생님께서 먼저 소천하신 하원차랑 선생님을 생각하며 쓰신 글입니다.

 

이 글을 통해 피해자 선생님들은 차마 가족과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와 정들을 서로 나누고 있음을 그리고 있었음을 조심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조문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기 전 밀양역 앞에서 김장호 선생님과 이화영 소장님.

[기억] 유엔이 정한 2021년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아

 한국 정부의 고문피해자 지원책을 살펴본다.

 

  매년 6 26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이다. 유엔은 1984 12 10일에 고문방지협약을 채택하고, 그 협약을 공식 발효한 1987 6 26일을 기념하여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United Nation’s International Day in Support of Victims of Torture)을 제정하였다.  UN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은 오늘은 이 땅의 수많은 고문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이들의 희생에 존경을 표하는 날입니다 하고 하였다. 그들의 희생을 거름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자라났기 때문이다.

 

   <사진 1.> 2021년 국제고문피해자재활협회(IRCT)의l 6.26 캠페인 : "고문 이후의 피해자 삶을 지원하라" (김근태기념치유센터는 2016년에 IRCT의 회원단체로 승인되었다.)

  6 26,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아 고문피해자에 대한 지원에 대한 국제 및 국내의 노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유엔은 1984 12월에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의 방지를 목적으로 고문방지협약을 채택하였으나, 우리나라는 10년이 지난 1994 12월에 국회 동의를 얻어 1995 2 8일에 정식 발효하였다. 이 고문방지협약 제14 1항을 보면, “당사국은 국내 법체계 안에 고문 피해자가 구제를 받고, 완전한 재활 및 공정하고 적절한 배상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또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피해자 가족이 배상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엔 범죄 및 권력 남용 피해자에 관한 사법의 기본원칙 선언“ (1985) 19조를 보면 국가는 권력 남용을 금지하고 그 피해자를 구제하는 기준을 국내법에 편입시켜야 한다. 특히 구제에는 피해 배상 및 보상 그리고 필요한 물질적, 의료적, 정신심리적, 사회적 지원을 포함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먼저,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에는 1998 고문피해자 구제법안 (Torture Victims Relief Act of 1998)을 제정하고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Health and Human Service (HHS)에 예산을 책정하여 다음과 같이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 고문의 신체적 정신·심리적 후유증 치료를 포함한 고문피해자 재활서비스

  - 고문피해자의 법적 사회적 서비스

  - 치유센터 보건의료인들을 위한 교육과 연구

 

 

  미국에는 약 50만명의 고문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고문 피해자들은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또는 아시아 등에서 자국의 내란 또는 정치적 핍박을 피해 미국에 난민신청을 해온 피해자들이다. 엄격히 말하면 미국 정부가 만들어낸 고문 피해자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치유와 재활을 위해 미국 정부는 법을 제정하고 행정부는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불행했던 과거사에서 독재정권이 양산한 수많은 고문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인재근의원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2012 12월에 고문방지 및 고문피해자 구제지원에 관한 법률안”(58명 공동발의)을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이후 법사위 법안소위에 상정되었으나 당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등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논의 자체가 무산되었고 결국 2016 5월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인재근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에 재선의원으로 당선되자, 2016 6월에 20대 국회 시작과 함께 첫 법안으로 고문방지 4법안 (55명 공동발의)을 대표 발의하였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가 단 한번도 열리지 못한 상태에서 2020 5월에 다시 한번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21대 국회의원에 3선의원으로 당선된 인재근 의원은 2020 7월에 고문방지 4법안” (130명 공동발의)을 대표 발의하였다. 19대와 20대에 앞장서 반대의견을 표명한 김진태 전 의원은 현재 21대 국회에 없으나, 여전히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소위에 회부되어 계류 중일 뿐 특별한 논의조차 없는 실정이다.

<표1.> 인재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 고문방지 및 고문피해자 구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에 총 130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2020년)

 올해 6 26일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았지만, "고문피해자들의 삶의 원상회복을 위한 고문방지 4법안 10년째 그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다. 피해자 당사자뿐 아니라 시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국내법에 고문피해자 구제법안 통과를 외치고 있으나 한국의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20여 년 전에 고문피해자 구제법안을 제정한 미국 입법부와 행정부의 노력에 비하면 참으로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제 70~80대 노령으로 접어든 한국의 고문 피해자들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야만 하는 것일까? 2021 6, 고문 피해자 지원의 날에도 구제법안과 지원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우리 사회는 고문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진 2.> 2021년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에 "고문피해자 지원법을 제정하라" 촉구하는 고문생존자들 (김근태기념치유센터에서)

 [교육] 2021년 국가인권위 인권단체 협력사업으로

의료인 인권교육사업을 시작하다.

 

  지난 2, 인권의학연구소는 한 언론사 기자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 배뇨장애로 응급실을 방문한 80대 여성 환자의 아들에게 응급실 간호사가 노모의 하의를 벗기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노모는 수치심에 저항했으나 간호사가 이러면 처치할 수 없다 라는 말에 결국 아들의 도움을 받았다. 아들은 당시 간호사에게 바로 문제 삼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상처를 준 것에 후회가 막심해 언론사에 제보했다

 

  당시 응급실 인력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응급실 간호사는 신속하게 처치를 하고자 했거나, 또는 보호자가 간호 보조업무를 해왔던 것이 의료기관 관행이어서 무심코 그렇게 행동하였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 진료과정에서 존엄하게 대우받아야 할 환자 권리가 침해된 것이었다. 높은 수준의 의료 장비와 의술에도 불구하고 의료현장에서 이와 같은 환자 인권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인권침해가 발생하여도 의료인이나 환자가 모두 의료 관행 정도로 여겨 큰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은 인지하였다 하더라도 낮은 수가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가능성도 있다.

 

  인권침해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그것을 문제점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동학대의 경우, 서구사회에서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이 바로 발생률을 저하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만약 의료인을 대상으로 인권을 체계적으로 교육한다면 그동안 의료계 관행으로 여겨졌던 의료기관에서의 인권침해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인권의학연구소는 이와 같은 필요성에 근거하여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 협력사업으로 의료인 대상 인권교육 자료개발과 교육사업을 신청하였고국가인권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실행하고 있다. 

 

< 사진 1.  교육사업 제 1 차 기획회의를 온라인 줌회의로 개최하다  (5.27)>

 사업의 첫 걸음으로 인권의학연구소 교육팀 운영위원들을 중심으로 사업기획팀을 구성하고, 5 27일 첫 회의를 개최하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회의방식으로 진행한 회의에 백재중(내과), 신좌섭(의학교육), 최규진(의학교육), 최용준(사회의학) 위원들과 이화영 상임이사가 참석하였다. 이화영 상임이사가 사업의 배경, 목적 , 사업 내용, 방법과 전체 일정을 설명하고 제1차 기획회의 안건으로 교육핵심내용안의 검토를 제안하였다.

 

< 사진2 .  교육사업 제 1 차 기획회의에 참석한 인권의학연구소 운영위원들  (5.27)>  

 교육자료의 대상은 의료인과 예비의료인(학생)으로 정하고 핵심교육내용에 대한 의견들을 공유하였다. 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교육내용과 집필진을 구성하고, 또한 의료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우리사회의 아직도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취약계층의 건강권 이슈들도 포함하였다, 또한 환자의 권리뿐 아니라 의료현장에서의 의료인 안전과 인권 문제도 교육 내용에 포함하여 "의료인이 알아야 할 환자 인권과 건강권 이슈"에 대한 교육내용을 검토하였다.

<사진 3 .  사업기획회의에서 검토한 의료인 대상 교육자료 핵심내용(안)  >  

  이후 교육자료와 교안이 개발되면 시범교육을 거쳐 오는 11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다. 사업 결과, 의료인의 인권교육에 필요한 사례 중심의 인권 표준교재와 교안이 개발된다면 의료계 인권 교육의 시도와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늦었지만 환영하는 국가기관의 사과, 그러나 ....

 

 1970-80년대 억압적 권위주의 정권에서 국가권력기관들은 앞다투어 조작간첩을 양산했다. 그 대표적인 기관들이 바로 안기부(현 국정원), 보안사(현 안지사), 그리고 치안본부(현 경찰청). 이들은 당시 각각 고문실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곳에서 수많은 국가폭력 희생자들을 고문했다. 그리고 그 고문을 견디지 못한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이 거짓 진술을 해야만 했다.

 

 현재 남영동에 위치한 민주인권기념관이 과거 치안본부(현 경찰청)가 운영했던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이곳에서 고문을 받았던 대표적인 피해자가  박종철 열사와  김근태 의원이다. 그리고 이외에 수많은 청년들이 이곳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고문을 당했다. 이러한 고문의 결과로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간첩사건들은 30-40년이 지나서야 모두 국가기관과 공무원들의 고문에 의한 조작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사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새롭게 문을 연 민주인권기념관.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5 20일경, 1980년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7년의 징역형을 받았던 김 모 선생에게 인천 중부경찰서 안보과 소속 2명의 경찰관이 찾아왔다. 김 모 선생에 따르면, 2명의 경찰관이 집으로 와서 김 모 선생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고, 인천 중부경찰서의 여러 경찰관 앞에서 과거 김 모 선생이 어떻게 치안본부에 의해 고문을 당했는지 등과 같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김 모 선생은 경찰들 앞에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거절하고 식사 한 끼 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2주 후, 그 두 명의 경찰관은 A4 용지 1장짜리 서한문을 들고 그 식사자리에 왔다.

(사진) 인천중부결창서 서장 명의로 김O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전달된 서한문.

 인천 중부경찰서에 확인한 결과, 인천 중부경찰서는 진실화해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경찰청으로 공문이 내려와서 그 공문에 따라 피해자에게 찾아가 사과를 한 것이다. 또한, 이 공문은 올해 갑자기 경찰청에만 내려진 것이 아니다.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과거사 업무지원단 이행송무과의 서모 사무관에 따르면, 1기 진실화해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산되고 그 업무를 이어받아서 처리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과거사 업무지원단은 지난 2010년부터 진화위 결과에 의거해 분기마다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개인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 기관이 직접 나서서 사과를 한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늦었지만 과거 국가폭력을 저지른 국가기관이 직접 나서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은 환영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그 사과의 방식이 피해자를 고려하지 못할 경우, 그 사과가 아무리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할지라도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김 모 선생은 지난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기 전까지 보안관찰법에 따라 출소하고 나서도 고통스러운 경험을 해야만 했다. 예를 들면, 20일에 한 번씩 직접 경찰서로 찾아가 자신의 이동상황을 보고해야 했으며, 지방에 거주할 때는 경찰들이 지방에 있는 집까지 찾아와서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했다. 이러한 경험은 트라우마로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김 모 선생 또한 처음 경찰서 안보과에서 자신을 찾아온다고 했을 때 마음이 이상했다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안보과의 경찰관이 김 모 선생에게 인천 중부경찰서의 여러 경찰관들 앞에서 과거 고문 경험을 들려줄 수 있냐는 제안은 사과가 아니라 오히려 2차 피해의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다. 평생 동안 고문 후유증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피해자에게 찾아와서 자신을 고문했던 후배 경찰들 앞에서 과거 자신이 어떻게 고문을 당했는지 들려달라는 이야기는 매우 무례한 요구이자 명백한 2차 피해다. 그 이야기를 듣는 경찰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고문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과정이다.

 

 이에 두 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첫째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피해자를 고려하지 못한 사과라는 점이다. 피해자가 과거 경험한 고문의 트라우마와 출소 후 보안관찰의 경험을 고려한다면 피해자를 향한 사과는 더욱 피해자 관점에서 이루어졌어야 한다. 둘째는 현재 경찰청 이외의 국정원과 국방부는 이 같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 과거사 업무지원단이 지난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공문을 보내고 잇따른 사법부의 재심 무죄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과거 조작간첩을 가장 많이 만들었던 현 국정원과 국방부(안지사)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이번 고문 피해자를 향한 경찰청의 사과는 늦었지만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앞으로 과거 국가폭력의 가해자였던 국가기관들을 향해 세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사과는 행정편의적 또는 가해자 중심이 아니라 철저하게 피해자 중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사과의 무게는 과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가했던 무게에 상응해야 한다. 단순히 A4 용지 한 장의 서한문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셋째,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실(또는 감사원) 및 국방부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세 기관(경찰청, 국정원, 안지사)의 활동을 감시하고, 피해자 중심의 사과가 이루어지는지 철저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강연] 함세웅 이사장, 청소년들에게 지혜를 말하다

 

 지난 6 7일 오후 7,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평화를 만들어가는 이야기학교에서 인권의학연구소 함세웅 이사장의 강의가 있었다. 함세웅 이사장은 평화를 실현하는 지혜라는 주제로 약 1시간 30분에 걸쳐 강의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날 이 자리에는 이야기학교의 7학년부터 12학년까지 총 34명의 학생들과 약 10명에 이르는 학교 교사 및 학부모가 참여했다.

<사진-1> 함세웅 이사장이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이야기학교 강당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번 강의는 지난 5 20일 기독교 대안학교인 이야기학교의 교사와 학생의 공식적인 요청에서 비롯되었다. 이 학교에는 줄탁동시라는 진로탐색 동아리가 있는데, 이 동아리에서 마련한 진로특강은 직업뿐만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잡아가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삶을 살아간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라고 한다. 특강을 통해 학생들은 강사의 삶의 태도와 자세, 가치관을 듣고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생각을 확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야기학교 진로특강 동아리 학생들은 함세웅 이사장에게 특강 요청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함세웅 신부님의 민주화 운동과 지금까지 살아오신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가치관과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디 참여해주셔서 진로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사진-2> 강의 시작 전, 이야기학교의 장한섭 교장을 비롯해 교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3> 이야기학교 강당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까지 약 50 명이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

 함세웅 이사장은 교사와 학생의 공식적인 특강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6 7일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평화를 실현하는 지혜라는 주제로 열정적인 강의를 했다. “5시간 뒤에 종말이 온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직접 건네며 강의는 시작되었다. 본인의 어린 시절을 예로 들며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인생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초등학교 시절 경험했던 6.25의 기억, 대학교 1학년 시절 경험했던 4.19 혁명의 순간들을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특히 인생에서 목적의식이 어떠한 의미인지,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선택과 책임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주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신학 공부를 하고 돌아온 1973, 함세웅 신부는 왜 군부독재에 맞서 저항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내렸는지, 그리고 그러한 선택으로 인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겪어야만 했던 과거의 고난들이 자신이 내린 선택에 따른 책임이었음을 청소년들에게 들려주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접했던 이야기들을 그 시대의 중심에 있었던 산증인으로부터 생생하게 듣게 되자 끝까지 경청하고 강의 후에는 여러 질문들을 쏟아내었다.

 

  <사진-4> 함세웅 이사장이 학생에게 마이크를 들고 직접 질문하고 있다.  
<사진-5> 함세웅 이사장이 자신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열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함세웅 이사장은 청소년들을 향해 라틴어 호모 카락티릭스를 언급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이 단어는 개성 있는 인간을 의미하는데, 함세웅 이사장은 그날 강연에 참여한 이야기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본인이 가진 개성을 찾고, 잃지 않고 살아가며 한반도의 분단의 현실을 해소하며 평화를 실현하는 각자가 되기를 당부했다. 강의가 끝나고 강당에서 모두 다 같이 단체사진을 찍고 마무리했다. 그리고 함세웅 이사장이 가려는 찰나에 몇몇 학생들이 함세웅 이사장의 책에 저자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사진-6> 강의를 마치고 다 같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7> 강의 후, 학생들이 함세웅 이사장의 저서에 저자 사인을 받고 있다.

[법률] 고문 가해자의 이름이 국가안보라는 행전안전부의 주장

 

 지난 14() 오후 3, 서울 행정법원 B220호에서 행정재판이 있었다. 이 재판은 지난 2019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부적절한 서훈 취소자(고문가해자)의 정보공개 요구하는 행정소송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오는 7 2일 선고를 앞두고 원고(인권의학연구소)측과 피고(행정안전부)측이 각각 최후진술을 하고 마무리되었다.

<사진-1> 재판을 마치고 행정소송에 참여한 국가폭력 피해생존자들과 함께 '고문가해자 처벌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피고 측의 마무리 발언에 따르면, 서훈 취소 대상자들의 이름과 소속 등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국정원 등과 협의를 거쳐 비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국가안보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원고(인권의학연구소)측이 이 업무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오히려 당당한 자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원고 측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덕수의 김성주 변호사는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주권주의를 천명하고 있으며, 본 사건은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 심대하게 침해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1기 진화위 조사를 통해 이미 서훈 취소 대상자들의 불법구금 행위와 고문 가해행위가 드러나 있으며, 이같은 불법적 고문 가해행위는 국가안보와는 전혀 무관한 업무임을 강조했다.

<사진-2> 지난 3월 12일 있었던 4차 변론 후 김성주 변호사와 재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이번 행정소송은 지난 2018 7월 행정안전부의 ‘80년대 간첩조작사건 관련자의 서훈을 대대적으로 취소한다는 발표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표와 달리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에서 피해자의 이름은 버젓이 공개했으나 서훈 취소 대상 가해자 명단을 김 OO 등으로 표시하고, 서훈 사유조차 거짓 공적으로 단순 표기하는 등 가해자 책임을 묻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료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대해 인권의학연구소는 즉각적으로 서면을 통해 고문 가해자의 이름과 서훈 취소 사유 공개를 요청하였으나 행정안전부는 비공개 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에 인권의학연구소는 이 사안을 재판을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기로 결정하고 2019 3 29 1차 소송이 시작되었다.

<사진-3> 지난 2018년 7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로 고문피해자의 이름은 공개되어 있으나 이들을 고문한 가해자의 이름은 가려져있다.   

- 2018.07: 행안부는 1980년대 간첩조작사건을 비롯해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                등 53·2개 단체에 수여된 56점의 훈·포상을 취소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

- 2019.03.29.: 1차 소송 시작 

- 2019.07.26.: 원고(인권의학연구소) 승소 

- 2020.10.16.: 2차 소송(재소송시작 

- 2021.03.12.: 4차 변론과 JTBC 인터뷰 (김장호김순자김철) 

- 2021.05.14.: 마지막 변론 (양측 최후진술) 

- 2021.07.02.: 선고 예정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연구소는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김성주 변호사에 따르면, 2019 1차 행정소송의 핵심 쟁점은 절차적 위법성이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하면서 처분의 근거와 사유를 명시해야 하는데, 2018년 행정안전부는 서훈 취소를 발표하면서 이를 따르지 않았다. 이에 지난 1차 소송에서는 원고인 인권의학연구소의 주장이 반영되어 판결에서 행정안전부의 절차적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결하였다.

 

<사진-4> 이번 사건의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덕수의 김성주 변호사.

 반면, 2차 소송은 실체적 정당성이 핵심 쟁점이다. 1차 소송이 행정안전부의 업무 처리 과정에 대한 행정적 다툼이었다면, 2차 소송은 행정안전부의 서훈 취소 자체가 정당 한 지에 대한 실질적 다툼이라고 할 수 있다. , 현재 피고(행정안전부)측이 주장하고 있는 거부처분 주장 자체가 법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한 다툼입니다. 행정안전부는 정보를 관리하는 유관 정부부처인 국정원이 반대하고 있고, 정보공개법 상으로 사생활 우려 등과 같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며 고문 가해자의 이름과 서훈 취소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권의학연구소와 김성주 변호사는 이 주장 자체가 거부처분의 정당한 사유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고 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7 2일 재판부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지만, 이 소송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와 사법부는 과거사 청산 및 국가폭력 피해회복 과정에서 가해자를 국가로 한정하며 실제적으로 국가와 정부의 지침에 따라 국가폭력의 가해행위를 실행했던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문제제기, 진상규명, 책임 부여 등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이번 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서 고문 가해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진상규명으로 이어지기는 어렵지만, 향후 국가폭력의 진상을 더욱 세밀히 규명하고 피해자분들의 명예를 회복하는데 긍정적인 영향과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는 7 2일 선고될 재판부의 결정이 중요하다. 국가폭력으로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는 피해생존자들에게 사법부가 올바른 판결로 사죄하기를 바란다.

<사진-5> 지난 5월 14일 JTBC 뉴스룸에서 방송된 이번 재판관련 보도에서 김순자, 김철, 김장호 선생이 인터뷰하는 장면이다.  

 

 아래 링크는 지난 5 14일 이번 행정소송과 관련된 JTBC의 뉴스 영상이다. 이 영상에는 국가폭력 피해생존자인 김장호, 김순자, 김철 선생 세 분의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0gz2LxKa-o

(위 링크를 클릭하시면 뉴스 영상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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