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과] 고문피해자를 향한 국방부의 오싹한 사과

-날 고문했던 그들이 39년만에 우리집 초인종 눌렀다-

 

 지난 24() 오전 8 30분경,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이하 안지사) 소속 신모 직원은 과거 보안사령부에 의해 모진 고문을 당한 피해 생존자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그 이유는 과거 보안사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한다면 받을 의향이 있는지 묻기 위함이었다. 이 고문 피해 생존자는 얼떨결에 문을 열어주고 신모 직원과 약 5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고, 안지사 소속 이 직원은 오늘의 대화는 부대로 복귀해 상관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고 한다. 과거 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 의해 불법구금과 고문을 당하고 간첩으로 조작되어 9년을 감옥에서 살아야 했던 이 피해 생존자는 이 일로 인해 하루 종일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사진 -1>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부대원의 정치적 중립과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모든 행위 금지, 직무 범위를 벗어난 민간인에 대한 정보수집 및 수사 금지를 골자로 한 사령부령에 따라 기무사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 (출처: 오마이뉴스)

 

고문 트라우마를 재발시킨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하루 종일 불안감에 휩싸였던 이 고문 피해자는 1982년 부산 보안대로 끌려가 약 30일 동안 불법 구금과 극심한 고문을 당했다. 건장한 남자들에 의해 잡혀갔던 당시 부산 보안대는 삼일공사라는 나무 간판이 있었으며, 이 피해자는 그 지하에서 성기와 양쪽 손가락에 전기를 흘리는 전기고문, 손톱 밑을 이불 꿰매는 긴 바늘로 찌르는 고문 등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고문들을 당하며 허위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이 고문 피해자는 그 허위자백으로 간첩이 되어 징역 15년형을 받고, 이후 9년을 감옥에서 살고 1991 5월 가석방됐다. 그리고 지난 2011 28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과거 보안사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되어 여전히 고문 트라우마 속에 살고 있는 이 고문 피해자는 갑자기 오전 8 30분경에 찾아온 안지사 직원 때문에 하루 종일 불안감에 휩싸였다. 안지사 소속 직원은 이 고문 피해자의 집을 찾아와 자신이 속한 안지사의 전신인 보안사령부의 잘못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피해자에게 고생 많이 하셨다라는 언급만 했다고 한다. 또한, 피해자에게 만약 우리(안지사)가 선생님에게 사과를 한다면 사과를 받을 의향이 있는지 등을 물어보고 5~6분 정도 있다가 일어났다고 한다. 현관문을 나서며 이 직원은 자신은 부하직원이어서 힘이 없고, 오늘 대화는 부대로 돌아가 상관에게 보고하겠다며 떠났다고 한다.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

 

 안지사 소속 신모 직원이 떠나고 이 고문 피해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그 직원이 자신의 집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는 집은 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 이 피해자는 보안사령부 후신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아직도 자신의 개인정보를 사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안지사 신모 직원과 통화를 했으나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 과거사 업무지원단에 확인해보았다. 확인 결과, 이번 국가기관의 사과는 지난 1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의 진실규명 결과에 기반해 지난 2010년부터 행정안전부 과거사 업무지원단이 지속적으로 각 부처(대표적으로 국정원, 국방부, 경찰청)에 공문을 보낸 결과라고 한다. 그 결과 최근 국정원과 경찰청을 비롯해 담당 부처에서 조금씩 나서서 사과를 하고 있다. 국가기관의 이 같은 변화와 노력은 고무적이지만, 이 사과의 방법에 많은 문제점들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해자의 사과, 무엇이 문제인가?

 

 1970-80년대 아무런 죄 없는 국민들을 불법 구금하고 고문해 간첩으로 조작했던 대표적인 국가기관인 국정원(과거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방부(과거 보안사령부), 경찰청(과거 치안본부) 등이 고문 피해자들을 찾아 사과를 하고 있다. (관련기사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에게 전달된 경찰의 사과문, 아쉽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과의 사례들을 보면 몇 가지 중대한 결함이 내재되어 있다.

 

 첫째, 반인륜적 범죄와 대비되는 지나치게 소극적 형태의 사과라는 점이다. 불법구금, 고문으로 대변되는 범죄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반인륜적 범죄다. 그럼에도 이들의 사과는 상부에서 시키기 때문에 마지못해 하는 사과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날 안지사 신모 직원도 이 고문피해자를 만난 자리에서 본인은 부하직원이며, 현재 이 지역(그 고문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와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둘째, 피해자를 고려하지 못한 사과 형식이다. 불법 구금, 고문 등의 반인륜적 범죄로 피해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의 일생을 망가트린 장본인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그들의 고통과 피해를 조금이라고 헤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사고체계가 전제되었다면 이 같은 형식의 사과는 있을 수 없다. 어떤 공식적인 사전 요청 또는 공식문서도 없이 어떻게 아침 8 30분에 불쑥 초인종을 누르고 찾아올 수가 있는가. 그리고 단지 5~6분 정도 이야기하고는 상부에게 보고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떠날 수 있는지 도무지 피해자를 고려한다면 이 같은 사과의 형식은 있을 수 없다.

 

 마지막은 구체성이 결여된 사과 내용에 있다.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은 간첩조작 피해자들의 판결문을 보면 그들이 국가기관에 의해 어떻게 불법으로 연행했는지, 며칠 동안 구금했는지, 그 기간 동안 어떤 고문을 자행했는지, 법정에서 수사관들이 어떻게 사법부를 농락했는지 등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 같은 공적 문서를 기반으로 먼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사과의 시작일 텐데, 갑자기 찾아와서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다는 한 마디로 자신들의 잘못을 희석시키려는 것은 사과라고 할 수 없다.

 

 이 같은 일이 지난 금요일(26) 전남 여수에 거주하고 있는 고문 피해 생존자에게도 있었다. 이에 인권의학연구소는 국방부의 이 같은 미숙한 대처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향후 고문 피해 생존자들의 일상에 트라우마가 재발하지 않도록 미리 연락을 하는 등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겠다. 피해 생존자 분들이 과거와 달리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래 링크는 이번 사안에 대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뉴스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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