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6개월 동안의 치유센터 건립기금 모금과 설립추진과정을 거처 마침내 지난 6월 25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성가소비녀회(수녀원)내 성재덕관에서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숨'(이하 치유센터)이 문을 열었습니다.
개소식 날 축하 손님들은 낮부터 미리 오셔서 치유센터 내부와 뜰, 잔디마당을 둘러보셨습니다. 따가운 6월의 햇살도 구름 속에 숨었고 산들바람이 간간이 수녀원 나무 그늘로 불어 행사 준비를 하는 일꾼들은 한결 일이 수월해졌습니다. 전철 길음역에서 내린 손님들은 길가에 나붙은 행사 포스터와 오렌지색 풍선길을 따라 쉬이 치유센터를 찾아오셨습니다.
치유센터 3층 대강당에서는 사전행사로 오후 4시부터 장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가 상영되었습니다. "남영동 1985"는 김근태 민청령 의장이 1985년 악명놓은 경찰청(당시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이근안 등 고문경관들로부터 가혹한 고문을 당한 사건을 그린 영화입니다. 여러 수녀님들을 포함한 200여 명의 관람객들은 고문의 참상과 이를 저항하는 고문피해자의 사투를 참담하게 또 뜨겁게 지켜보았습니다.
영화 상영이 마칠 즈음 도착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3층 대강당에서 '고문 근절'과 '피해자 치유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인사말을 드렸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인권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국가보안법의 폐해와 고문이라는 국가폭력을 책("야만시대의 기록-1,2,3)으로 출판했던 고문조사와 기록의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고문피해자들을 비롯한 내빈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치유센터 내부를 함께 둘러보았고, 집단치유 진행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6시부터 성가소비녀회 수녀원에서 마련한 '소박한 밥상' 나눔이 피정의 집에서 있었습니다. 수녀님들이 준비한 150명분의 식기는 금방 동이 났습니다. 급히 식기를 더 준비하였고 조금 늦게 식당을 찾은 분들은 작은 접시에 식사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모두 맛나게 저녁식사를 마쳤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치유센터와 잔디마당은 삼삼오오 김근태 의장과 인권의학연구소의 활동 사진을 둘러보고 치유공간을 산책하는 분들로 살짝 붐비는 느낌마저 주었습니다.
행사장 곳곳에서 함세웅 설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와 차 클레멘스 총장수녀님, 70여 명의 설립추진위원들,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장이 함께 손님을 맞았습니다.
참석하신 손님들 중에는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과정에서 국가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각자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거나 정부나 의회,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분들도 많지만, 지난 시기 국가폭력의 상흔과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한 동변상련의 감정은 모두를 예전의 하나 된 모습으로 되돌려 놓고 있습니다.
개소식 본행사는 "마당음악회"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서울 성북구에서 청소년 대상 봉사활동을 해오고 계시는 센트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5중주의 따듯한 음악이 파릇한 잔디마당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사회자 권해효 님은 축하객들에게 반가운 인사말을 드렸습니다. 함세웅 신부님, 성가소비녀회 총장 차 클레멘스 수녀님, 인재근 국회의원께서 차례로 뜻깊은 개소식을 맞은 소회를 담담하게 말씀하였습니다. 2012년 1월 김근태 의장 영결미사에서 고문피해자 치유센터를 처음 약속했던 함세웅 신부님은 남다른 감회를 들려주셨습니다. 인재근 의원님은 하늘에 계신 김근태 의장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특히, 클레멘스 총장수녀님은 이 모든 것이 있기까지 수고하신 모든 이들에게 평화의 축복을 기원하셨습니다.
특히 재일동포 모국유학생 조작간첩 사건의 대표적 피해자인 이철 선생님은 오사카의 생업까지 잠시 미루고 멀리 일본에서 오셔서 치유센터 개소식에 참석하였습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많은 고문피해자들을 대신하여 치유센터의 발전과 조국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말씀을 드려습니다.
마당음악회의 클라이맥스는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의 독창, 합창이었습니다. 참석하신 분들의 후문에 따르자면, "아베 마리아"를 들으며 영혼이 맑아지는 큰 감동을 받았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학생수녀님들의 합창도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치유센터 소식을 듣고 꼭 참석하고 싶다는 연락을 먼저 해 오신 남성중창단 "별 헤는 밤"의 씩씩한 남성중창 소리에 인근 주민들도 하나둘 씩 행사장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행사 중간에 짙어진 구름이 비가 되어 잠시 내렸습니다. 먼저 가신 고문피해자들의 얼어붙은 한이 조금씩 녹아 흐르는 것이었을까요. 참석자들은 내리는 비를 다같이 맞고 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이름없는 고문피해자들이 혼자 비를 맞도록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녁이 이슥하면서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개소식은 막을 내렸습니다.
6월25일, 이 날은 고문과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치유 지원하기 위한 작은 첫걸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만남을 통해 한 분 한 분의 치유가 시작된 날이었습니다. 마음에 전해진 깊은 울림과 감동으로 모두들 위로받는 밤이기도 했습니다.
(개소식 날 마당음악회를 "라이브 서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을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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