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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치유] 국가폭력 생존자 모임, 2022년 송년회를 가지다.

[치유] 국가폭력 생존자 모임, 2022년 송년회를 가지다.

부제: 말할 수 있는 곳 -

 12 21일 수요일, 인권의학연구소 1층 소강당에서 2022년 국가폭력 생존자 모임 송년회 파티가 있었다. 이 행사에는 함세웅 인권의학연구소 이사장을 비롯해 생존자 모임 회원들(김수정, 김순자김양기김희유김장호나종인안승억이동석이사영최미경최양준, 박순애유동우, 이옥분 선생)이 함께 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연구소 직원까지 모두 약 20여 명이 모인 송년회 파티는 준비된 뷔페를 함께 먹고 마시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순서들이 진행되며,  5시간 동안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참석자 모두 돌아가면서 2022년을 돌아보며 소회를 밝혔다. 한 사람도 마이크로부터 배제되지 않는 따뜻한 시간이 이어졌다.

< 사진 -1> 2022년 송년회 파티에 참여한 생존자 모임 회원들이 다양한 장신구를 착용하고&nbsp;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2022년 송년회를 위해 이틀 전부터 연구소 직원 모두가 함께 1층 소강당을 파티장으로 꾸미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테이블과 의자를 파티에 알맞게 배치 및 조정하고, 소강당 벽면을 크리스마스 장식과 풍선을 붙여 장식했다. 소강당 안쪽 벽면 중앙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두 그루와 현수막, 양탄자, 선물들을 놓아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게 포토존을 꾸며내었다. 당일에도 준비는 여전히 이어졌다. 종일 그치지 않고 내리는 눈으로 연구소 앞마당은 눈밭이 되었고, 이를 넉가래와 빗자루로 모두 밀어내 참석자들이 오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였다. 또한 커피, 홍삼차, 음료와 뷔페 음식을 비치하며 식사 준비를 마쳤다. 파티 준비는 송년회 시작 전까지 계속해 빠진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고 준비했다.

< 사진 -2> 2022년 송년회 파티가 열렸던 인권의학연구소 1층 소강당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송년회 시작 시간인 12시를 전후로 한, 두 분 생존자 모임의 회원들이 연구소에 도착했다. 이날 송년회에서는 참석자들에게서 2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드레스 코드이며, 다른 하나는 모두가 한 손에 선물을 들고 참여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이번에 인권의학연구소가 송년회를 준비하며 참석자 전원에게 일주일 전부터 2가지 미션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1) 드레스 코드: 참석자들은 하얀색, 초록색, 또는 빨간색이 있는 옷을 입고 참여하기!

2) 선물 준비: 참석자들은 선물교환식을 위해 2만원 이하의 선물을 준비하기!

<사진-3> 왼쪽부터 빨간색 옷을 입고 참여한 유동우 회원, 초록색 옷을 입고 참여한 이동석 회원, 흰색 옷과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고&nbsp; 참여한 박순애 회원이 각각 자신의 드레스 코드를 설명하고 있다.

 

이에 회원들은 모두 송년회의 드레스코드인 빨강, 초록, 하양의 세 가지 색상 중 하나가 포함된 복장을 멋들어지게 입고, 한 손에는 선물 교환에 쓰일 선물을 들고 왔다. 회원들은 서로의 옷을 확인하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선물을 트리 아래 두고 회원들은 준비된 뷔페 음식으로 송년회를 시작했다. 특히 이날은 여수에서 아침 일찍 올라온 김양기, 김희유 선생 내외가 여수에서부터 공수한 광어회가 더해져 식사가 더욱 풍성하였다. 

<사진-4>&nbsp;다양하게 준비된 뷔페는 물론 여수에서 김양기 회원과 김희유 회원이 직접 들고 공수한 광어회로&nbsp; 푸짐한 점심시간을 가지고 있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회원들은 맨 앞에 마련된 포토존에 수시로 모여 크리스마스 장식이 된 머리띠와 안경 등 다양한 장신구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전까지 이런 장신구를 착용해본 적이 없는 회원들은 처음에는 다소 낯설어했지만, 이내 서로 이것저것 추천하며 즐거운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 사진 -5> 점심 식사를 하며 회원들은 앞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다양한 장 신구를 착용하고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다.

그리고 이어진 시간은 퀴즈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서로의 생일, 사는 동네 등을 퀴즈로 내고 서로 손을 들고 정답을 맞혔다. 정답을 맞힌 회원들에게는 미리 준비된 선물들이 주어졌다. 그렇게 웃음이 지속되는 사이 회원들은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어떤 활동들이 있었는지 영상을 보며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선생 한 분마다 그간에 가지고 있던 소회와 회포를 풀어내었고, 이화영 소장과 함세웅 이사장의 소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선생들은 각자의 마니또를 맞춰보고 선물과 덕담을 나누고, 단체사진을 찍으며 송년회는 마무리되었다. 

< 사진 -6> 회원들이 퀴즈를 맞추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

송년회 파티를 성황리에 마치고 남아서 정리를 마친 후 문득 떠올리며 생각한다. 송년회 파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생존자 모임 회원 한 분마다 제 자신의 소회와 회포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내었던 시간이었다.

 

말할 수 있는 곳’. 회원들에게 있어 연구소는 말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누구나 제 말을 한다. 너무나 많은 얘기들을 너무나 많이 얘기해서, 어떤 얘기들은 귀에 닿지 않은 채 이야기들에 파묻힌다. 너무나도 많은 소란과 소음으로 가득한 이야기들에게 중요한 것은 화자의 목소리가 아닌 청자의 듣는 귀이다. 말하는 자에게는 듣는 이, 특히 경청하는 이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말할 수 있는 곳이란 들어주는 이가 있는 곳이다. 제 자신이 스스럼없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아픔과, 슬픔을 기탄없이 이야기 할때, 이야기할 수 있게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공감하는 이들이 있는 공간. 그곳이야 말로 말할 수 있는 곳이다. 인권의학연구소는 다가오는 새해에도 생존자 모임 회원들이 계속해서 말할 수 있도록 분주히 발로 뛰고 부지런히 몸을 놀려 말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새해에는 더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며, 함께 말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나가며 말할 수 있는 이가 되어주길 바라본다. 

 

< 사진 -7>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회원들과 연구소 직원들이 다같이 단체사진을 찍고 2022년 송년회 파티는 마무리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