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치유센터 소식

[치유] 생존자 모임 회원들, 제주도 역사기행을 다녀오다.

[치유] 생존자모임 회원들, 제주도 역사기행을 다녀오다.

 

  

지난 11 15-17, 국가폭력 생존자모임 회원들이 2 3일의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단순히 관광이 아니라 1945년부터 약 7년 동안 지속되었던 4.3사건의 역사현장을 둘러보는 역사기행이었다. 특히 4.3사건이 국가의 이름으로 시민(국민)들을 향해 공권력이 가한 무차별한 폭력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970-80년대 국가폭력 피해자이자 생존자들로 구성된 생존자모임 회원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발걸음이었다. 그러나 인권의학연구소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같은 의미도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회원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드리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번 제주도 역사기행에 함께한 인원은 총 20명이었다. 그 가운데 생존자 모임 회원이 14,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는 2명의 간첩조작 사건의 생존자(임문준, 강광보 선생),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는 인권의학연구소 장남수 후원회원, 일본인이면서 오랜 세월 한국의 양심수 지원에 일생을 바쳤던 이시이 히로시 선생, 마지막으로 인권의학연구소 이화영 소장과 박민중 사무국장이 함께 했다. 

 

< 사진 -1> 생존자 모임 회원들이 둘째날 아침 제주 4.3평화기념관 앞에서 다같이 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도 역사기행의 시작은 2022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년 전, 국가폭력 생존자모임의 회원 한 명이 연구소로 찾아와 국가폭력 생존자들의 행복한 일상을 위해 사용해달라는 기부지향을 밝혔다. 이후 연구소는 이 기부금의 명칭을 행복추구사업이라 정하고, 어떻게 사용할지 기부자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 시국에 생존자모임 회원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할 때 대면 모임에 제한이 있어 계획수립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점차 코로나 방침이 완화되면서 11월 제주도 역사기행으로 확정하고 준비에 돌입했다.

 

2022년 행복추구사업으로 제주도 역사기행을 선택하게 된 것은 제주도가 관광지이기 이전에 70여년 전 그곳에서 있었던 국가폭력과 생존자모임 회원들이 경험해야 했던 국가폭력이 역사적으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현재 제주도에서 수상한집 광보네를 운영하고 있는 강광보 선생이 생존자모임의 회원으로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상한집 광보네는 제주시 도련동에 위치한 국가폭력 기억공간이자 여행객들이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이에 생존자모임의 회원들이 첫째날 숙소로 수상한집 광보네를 가게 되었다.

<사진-2> 둘째날 아침, 수상한집 광보네 앞에서 이옥분 선생이 이시이 선생 사진을 찍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11 15일 시작된 제주도 역사기행. 12명의 회원들은 오전 10시 김포공항에 모여 제주도로 출발하였고, 2명의 회원은 여수에서 곧바로 제주도로 합류하였다. 첫 번째 일정은 제주4.3트라우마센터를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이미 오래전 초대를 받았던 연구소와 생존자모임의 회원들은 이 센터를 방문해 현재 제주도에서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어떻게 트라우마 치유를 받고 있는지 설명을 듣고 센터를 둘러보았다.

<사진-3> 생존자 모임 회원들이 제주 4.3트라우마센터를 방문해 김성한 부센터장을 통해 활동을 안내받고 있다.

센터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이틀 동안 제주 4.3사건을 중심으로 역사기행 해설을 담당해주실 신영태 해설사를 만나 제주시내에 위치한 관덕정에서 본격적인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구시가지가 되어버린 제주의 골목들을 걸으며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제주의 아픈 역사의 흔적들을 하나씩 둘러보았다. 제주의 맑은 하늘과 바다를 보고 미소를 머금던 생존자모임 회원들은 조금씩 조금씩 그 역사의 아픔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서 아름다운 제주의 바다를 배경으로 찾은 곤흘동 마을. 그곳은 1949 1월 초토화 작전으로 군인들에 의해 가옥 70여 채가 불타고 주민 30여 명이 희생된 잃어버린 마을이었다.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뒤로 보이는 마을의 쓸쓸한 모습과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는 회원들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왔을지 회원들의 뒷모습을 통해 느껴졌다.

< 사진 -4> 잃어버린 마을  곤흘동에서 회원들이 설명을 듣고 사라진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곤흘동 마을을 뒤로 하고 첫째날의 마지막 일정은 제주항일기념관이었다. 조천에 위치한 이곳은 1919년 제주에서 3·1운동의 관문이었으며, 321일부터 324일까지 4차에 걸쳐 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다. 해방 정국에서는 5.10선거를 반대해 좌익 활동을 활발하게 한 대표적인 마을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196-70년대에 일본으로 도피한 사람들이 많아 독재정권 하에서 간첩조작 사건이 빈번히 발생해 고통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 사진 -5>  첫째날 마지막 일정으로 방문한 항일기념관 앞에서 회원들이 이 탑의 의미를 듣고 있다.

 

저녁 7시가 지나서야 마무리된 첫째날의 일정. 생존자모임의 회원들은 첫째날 숙소인 수상한집 광보네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모두 모인 회원들은 흑돼지를 안주 삼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고령의 나이를 감안하면 피곤할법도 하지만, 이들은 늦은 밤까지 서로의 안부와 인생을 나누며 첫째날을 이어나갔다.

 

 

* 제주도 역사기행의 둘째날, 셋째날은 다음 기사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