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5.14 불법 사찰 피해자의 고통 (1)
  2. 2013.04.25 25년 전 보안사에 의해 압수된 ‘진실’

불법 사찰 피해자의 고통

 

2012년 8월 초, 2009년 기무사에 의한 불법 사찰 피해자였던 엄윤섭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엄윤섭씨는 우울증을 알아왔다고 한다.

 

 

고 엄윤섭님 영정 ⓒ 최석희 오마이뉴스

 

미국의 권위 있는 언론지인 뉴욕타임지는 한국의 민간인 불법사찰(illicit surveillance of civilian) 사건을 1972년 당시 닉슨대통령을 사임하게 했던 워터게이트호텔 도청사건에 비유해 한국판 워터게이트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지는 또한 모든 한국 대통령이 공무원의 비리조사와 고위공지인사 검증을 위해 경찰, 검찰, 세무 당국의 협조 하에 조직을 운영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사찰 피해자로 드러난 이들은 공직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다만, 현 정부에 비판적 말과 행동을 표현한 적이 있던 민간인들이었다. 사찰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국가기관의 사찰대상이었음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심각한 스트레스로 고통 받았고, 그 중 한 명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 사회의 불법 민간인 사찰을 처음 확인한 것은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에 의한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1990년이다. 물론 과거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새지설에 수많은 정치적 불법 사찰이 존재했지만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던 윤석양 이병은 1995년 올해의 인권상을 수여받았고, 당시 사찰 리스트에 올랐던 1,300여 명 중 145명은 국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998년 재판부는 '보안사가 군과 무관한 민간인을 사찰한 것은 명백한 헌법위반'이니 200만원의 위자료를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그 후 보안사는 기무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기무사의 불법 정치사찰은 근절되지 않았다. 2008년 8월 쌍용차파업 농성장에서 민주노동당과 가족의 일상을 촬영한 동영상과 수첩이 공개되면서 그 실체를 또 드러냈다. 동영상에는 최근 자살한 엄윤섭씨와 그의 가족 동영상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신경과 치료를 받았던 엄씨는 "생업을 위해 일하는 작업실 앞에서 버젓이 동영상을 찍은 것을 보고 소름이 끼친다"고 했고 자신의 부인이 직장에 출근하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은 피해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고 엄윤섭씨가 2009년 8월 17일 오후 국회 민주노동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관 민간인 불법 사찰 관련 피해자 증언 및 2차 동영상 공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모습이 촬영된 동영상을 보이며 기무사로부터 불법 사찰을 폭로하고 있다.

ⓒ 유성호 오마이뉴스

 

2010년, 이제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의 지시로 사찰대상자 파일의 삭제시도가 추가 폭로되면서 그 파장은 걷잡을 수없이 커지는 듯 했다. 사찰 피해자로 드러난 김종익씨는 블로그에 이명박 정권의 정책 비판 동영상을 올린 이유로 사찰을 받았고 국민은행 하청업체 사장이었던 그는 직장을 잃었다. 이 정도 사실로 사찰을 해왔다면 얼마나 많은 정치적 사찰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인 전 KB한마음 대표가 2012년 4월 1일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청와대 하명 불법 국민사찰 규탄 집중유세'에 참석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오마이뉴스 

 

민간인 사찰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해야할 국가의 의무를 위반하는 명백한 위법이다. 국가기관이 민간인을 사찰함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사샐활권을 침범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인데 과연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그 진상을 낱낱이 규명할 수 있을까 심히 우려된다.

 

사찰 피해자였던 엄윤섭씨의 자살 소직을 접하며 사찰이 한 개인에게 가하는 정신심리적 폭력의 무게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느껴진다. 과연 사찰 피해란 무엇이고 어떻게 치유되어야 할 것인가? 그대로 방치해 둔다면 제2, 제3의 엄윤섭씨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불행히도 국가기관에 의한 사찰 피해 관련 정신심리학적 논문이나 학계의 공식적 발표는 없다. 그러나 한 개인을 지속적으로 미행하고 괴롭힌다는 점에서 국가기관에 의한 조직적 스토킹(organized stalking)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구에서 오랜 기간 동안 연구되고 발표되어온 스토킹 피해를 준해 사찰 피해와 그 치유책을 살펴보았다.

 

민간인 불법사찰이 처음 알려졌던 2010년 12월 7일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원충연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사무관의 수첩 사본 중 일부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스토킹 피해자 치료에 초점을 둔 한 리뷰 연구는 피해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이하 PTSD), 불안, 우울 증상을 특징적으로 보고하였다. 피해자의 80% 이상에서 극도의 불안과 수면부족, 과다경계, 비판적인 말과 행동 회피 등의 증세를 보였다. 피해자의 약 25%에서 공포와 무력감, 우울감을 극복하지 못해 자살 시도를 하였다. 불만 해소를 위해 담배나 알콜 섭취가 증가되었다. 심리적 고통 이외에도 오심, 피로감 같은 신체적 증상이 심해지고 고혈압이나 천식과 같은 기존의 질병이 악화되기도 했다. 1999년 한 연구는 대조군에 비해 스토킹 피해자들은 PTSD의 빈도와 강도가 훨씬 높았고, SCL-90R 결과 우울과 대인예민성이 매우 증가하였음을 보고하였다. 이 연구는 피해 당사자 뿐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 자녀, 직장동료, 친구들에게도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국민을 보호해야할 국가가 자신을 감시하고 미행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누구나 심각한 분노와 불안을 느낄 수 있다. 한 개인이 스토킹 하는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함을 서구의 연구들에서 확인하였는데, 사찰 대상자들도 누군가의 감시에 높여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 유사하게 극도의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악몽, 자기검열, 우울증에 시달리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거대한 권력을 가진 국가기관이 도청이나 개인정보 수집 등 전문적이고 다양한 사찰 방법을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사찰 피해자가 느끼는 심리적 고통은 개인의 스토킹 경우보다 훨씬 더 클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미행당하고 도청당하고 있다는 것은 실제로 가해지는 신체적 폭력만큼이나 큰 심리적인 폭력일 수 있다. 그 결과 스트레스와 분노 반응, 지속적인 자기검열과 경계 때문에 비판적인 말을 삼가게 될 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제한을 결과한다. 결국 사찰 피해자들은 사찰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인 대인관계,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해나가기 힘든 것이다. 즉 내가 누구를 만나면 그 사람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을 피하게 돼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피해자를 고립하게 만든다.

 

 

당시 민주노동당이 공개한 엄윤섭 씨 등의 사찰 내용이 담긴 기무사 수첩 

 

이러한 피해자 고통을 완화시키는데 정신심리 전문가에 의한 교육과 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피해자들의 분노, 불안, 과다경계, 자책감, 무력감, 우울, 고립과 같은 증상들이 사찰과 같은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하는 정상적인 반응임을 교육과 상담을 통해 이해시킨다. 인지행동요접은 피해자의 이 세상에 대한 잘못된 사고들을 변환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아무도 믿을 만한 존재가 이 세상에는 없다는 사고들을 재고할 수 있게 한다. 심호흡법과 이완요법은 심각한 불안 증세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집단치료는 피해자의 고립과 소외감을 덜게 한다. 또한 사찰로 인한 분노, 상실, 좌잘을 떨치고 안전하게 지지적인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다. 다만 그룹치료진행자는 정신건강전문가로 기술적, 정서적으로 숙련자여야 한다.

 

모든 피해자 치료의 주된 목표는 피해자 고통을 완화시키고, 정상적인 대인관계, 직장생활, 사회생활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치료는 더 이상 사찰을 받지 않는 것이지만 사찰이 중단되어도 적절한 치료적 개입이 없으면 피해자의 삶은 그 이전으로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거대권력의 감시와 미행에 놓여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인간관계의 제한 등으로 우울증이 오고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면 자살까지도 결과하게 되는 것이다. 사찰 피해자의 고통을 개인적인 문제로 방치하면 안 되고 가능한 빨리 전문가에 의한 치료적 개입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피해를 돌아보면서 결코 국가기관에 의한 민간인 사찰은 정당화될 수 없고 이는 국가권력의 남용이자 국가가 저지른 범죄임이 명백해진다. 엄윤섭 씨의 경우, 국가가 그를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었다는 정황에서 사회적 타살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사찰 사건의 진상 규명과 함께 사찰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글은 (사)인권의학연구소 뉴스레터 제23호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김근태기념치유센터
진실과정의2013.04.25 14:59

 아는 사람을 아는,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그러나 안다고 하는 사람도 잘 모르는, 그리고 모른다고 하는 사람도 사실 다 알고 있는 그런 일이 있다. 고문 문제다. 

 과거 독재정권하에서 발생한 고문 문제에 관한 매우 의미 있는 도서가 재출간되었다. 재일동포 김병진 씨가 최근 다시 펴낸 『보안사(2013. 이매진)라는 책이다.

 

 

『보안사』김병진 씨가 1984년부터 1986년 사이 약 2년동안 보안사에서 근무하면서 경험한 고문의 실상을 충격적으로 증언한 기록물이다. 저자 김병진 씨는 1986년 보안사 근무를 마치자마자 탈출하듯 일본으로 돌아가 원고를 썼다고 한다. 그 원고는 1987년 일본 아사히 신문 논픽션 부문 공모작에 당선되어 일본어로 출판되기도 했다. 198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국내에서 출판(소나무 출판사)되었을 때는 당국에 의해 대부분 압수되었고, 곧 절판되어 지금까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이 책에 나온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의 진실이 하나둘씩 사실로 밝혀져 피해자들이 수십 년 만에 무죄판결을 연이어 받으면서 이 책의 내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재일동포 3세인 김병진 씨는 1980년 일본에서 대학을 중퇴한 뒤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에 유학와 1983년경 같은 대학원에 재학하면서 삼성연수원 일본어 강사로 일하던 중,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에 불법 연행되어 구금된 후 고문을 당하고 '공소 보류' 처분을 받았다. 「국가보안법」(제20조)과 「공소보류자 관찰규칙」에 의하면 '공보 보류' 처분은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에 대해 2년 동안 협조를 요구하고 보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보류자가 수사기관의 지시·요구에 불응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보류 처분 취소와 재구속하여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처분에 따라 김병진 씨는 그 후 2년 동안 보안사에서 재일동포 간첩사건 수사의 통역과 번역 업무를 강제로 담당하게 되었다.

 

 

<김병진 사건 보도기사(동아일보, 1983. 10. 19.자)>

 

 김병진 씨가 보안사에서 근무한 1983년부터 1986년까지는 보안사에서 일본 관련 간첩사건을 여러 차례 발표한 시기이다. 당시 보안사는 매년 80~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연행해 조사했다고 한다. 근년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재일동포 이종수, 허철중, 윤정헌, 조일지 씨 등이 모두 이즈음에 보안사에서 수사한 사건들이다. 이 책은 같은 시기 보안사에서 일어났던 재일동포 간첩조작의 전말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1984년 로마 교황 방한을 앞두고 보안사에서 가톨릭 사제를 대상으로 진행한 '평화공작', 기독교계를 대상으로 한 '거미줄 공작' 등 일반인의 시각에서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되었으리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들이 자세히 드러나 있다.

 

국내 유일한 고문관련 내부자 고발서 

 

지금까지 고문 문제에 대한 저술들은 피해자의 피해 증언 기록이 대부분이었다. 워낙 고문이 지하 밀실에서 목격자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가해자들이 입을 다무는 한 피해증언만 있고 통상 목격 진술이나 가해 진술은 없게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병진 씨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보안사 수사관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직접 목격한 당시 고문 장면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점에서 『보안사』는 국내 고문 관련 문헌자료 가운데 유일한 내부자 고발서이며, 과거 독재정권하에서 발생한 고문 폭력에 관한 사실 여부 논란에 동지부를 찍는 증거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아가 이 책은 고문 폭력의 매커니즘과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상태 등을 이해할 수 있는 흔치 않은 1차 자료로서 의미가 크다. 예를 들어 이 책에는 승진과 (수사)공작금 수령을 위해 혈안이 된 수사관들의 무차별적인 고문조작의 형태와 함께 이에 가담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으로 몰래 눈물을 흘리는 가해자의 모습도 나타나 있다.

 

 

<추재엽 고문피해자 김병진, 나종인 씨 고법에 탄원서 제출 ⓒ안민 기자>

 

  『보안사』초판본(소나무)과 다른 점으로 2013년 재출판된 『보안사』에는 저자 김병진 씨와 당시 보안사 수사관 추재엽 씨(양천구청장)와의 질긴 악연이 일지형식으로 추가되어 있다. 김병진 씨는 추재엽 씨의 당시 고문가담 사실 여부를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1988년 초판에서 "보안사를 조국의 땅에서 매장해버리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민족의 미래는 없다"고 했던 저자는 2013년 개정판 서문에서 "가해의 진실까지 밝히지 않으면 진정한 과거사 청산이 아니다"라며 "천인공노할 짓을 서슴지 않던 자가 훈장을 받고, 포상금을 나누고,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진급하고, 지금은 정년퇴직해 나라에서 주는 연금으로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는데, 피해자와 그 가족은 인생이 파괴되고, 고문후유증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괴로워하고, 주위의 눈총까지 받으며 살아야 하는 비참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결과 과거사 청산을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쓰러진 『보안사』 저자 김병진 씨>

 

쓰러진 저자

 

 지난 1월 9일 김병진 씨는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졌다. 『보안사』의 복간을 불과 1주일 남겨둔, 추재엽 씨와의 소송에서 이긴 바로 그날이었다. 저자의 부인에 따르면(현재 저자는 뇌출혈로 인해 심각한 언어 후유장애를 겪고 있다), 1986년 일본에 돌아간 후 김병진 씨의 가족은 보안사 사건의 피해자들로부터도 '보안사 수사관'으로 고문조작에 참여했다는 비난과 협박을 받아왔다고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서 내쳐진 상황에서 심리적 충격이 컷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당시 다수의 피해자들이 재심을 통해 고문조작 사실을 밝히고 무죄판결을 받는 대해 저자 김병진 씨는 이 책에서 "고마운 소식은 내가 책을 통해 밝히려 한 간첩조작 피해자 대부분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피해자들이 법원에 내 책을 증거물로 제출한 사실이었다. 물론 시간이 너무 늦었지만 그나마 내 고발이 나름대로 제 몫을 해내서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 김병진 씨는 영화  '남영동 1985'의 정지영 감독, '두개의 문'의 김일난 감독 등과 함께 '환경재단'에 의해 2012년에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33인에 선정되었다>

 

 25년만에 재출판된 이 책은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들에게 묻고 있다. 우선, 고문을 통해 간첩을 조작해낸 일은 '애국'으로 포장될 수 없다. 공무원으로서 국가공권력을 남용하여 사욕을 추구함으로써 정당한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의혹을 조장하고 혈세로 조성된 국가자원을 낭비했으며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회복할 수 없는 고통을 준 행위를 '애국'이라 말한다면 가해자들은 국가를 두 번 배신하는 것이 된다. 가해자들에게 허용된 진정한 애국의 길은 다시는 고문조작이 없는 세상을 위해 스스로를 내려놓는 것에 있지 않겠는가.

 

 이 책은 동시대 피해자들에게도 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권력의 압도적 힘에 의해 지배당해 온 피해자들에게는 자신과 주변에 대한 성찰을 통해 심리적 상황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고 주체적인 삶을 구축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피해자 범주에 머물고 있는 의식과 행동을 극복하고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대자적 태도도 필요하다. 때로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방향을 일헝 사랑하는 가족 혹은 같은 피해자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아픔을 주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현재 저자 김병진 씨는 다행히 큰 고비를 넘기고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일본 땅에서 외롭게 싸우며 어려운 치료과정을 앞두고 있는 이 가족분들에게 따뜻한 도움과 격려말씀이 큰 힘이 된다. 아울러 일본 현지에 있는 가까운 피해자들의 격려도 구한다.

 

일본에 있는 김병진 씨의 이메일 주소는 kilsori@gmail.com 이다.

 


 

 

글쓴이: 임채도(인권의학연구소 연구기획실장)

임채도 연구기획실장은

인권 이슈 가운데 고문 범죄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많은 고문피해자와 가해자들을 만난 경험이 있답니다.

김근태기념 치유센터, 고문방지법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사)인권의학연구소 뉴스레터 29호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김근태기념치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