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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뛴 삶 - 박노해 - 건너뛴 삶 -박노해- 오늘 해결하지 못한 고민들은 시간과 함께 스스로 물러간다. 쓸쓸한 미소이건 회한의 눈물이건 하지만 인생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건너뛴 본질적인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담요에 싸서 버리고 떠난 핏덩이처럼 건너뛴 시간만큼 장성하여 돌아와 어느날 내앞에 무서운 얼굴로 선다 성공한 자에겐 성공의 복수로 패배한 자에겐 붉은빛 회환으로 나는 내 인생의 무엇을 해결하지 못하고 본질적인 것을 건너뛰고 달려왔던가 그 힘없는 울부짖는 핏덩이를 던져두고 나는 무엇을 이루었던가 성공했기에 행복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마라 아무도 모른다 성공을 위해 삶을 건너뛴 자에게는 쓰디쓴 삶의 껍질밖에 남겨진 게 없으니 ...... 인생에 월반은 없다고 합니다. 삶에서 겪거나, 배우거나, 하지 않고 지나간 부분.. 더보기
좀 더 보잘 것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보잘 것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연못이라고 할 수도 없는 작은 웅덩이의 바닥에 놓인 낙엽처럼 주목 받음 없이 놓여진 자리나마 겨우 겨우 지키며 살아가는 날까지 살아갈 수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리 없이 물러나 듣고 흔적 없이 지나와 머무르며 뻗댐 없이 나댐 없이 드러남 없이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다 소멸하고 싶습니다. 좀 더 보잘 것 없으면 좋겠습니다. 제 삶 말입니다. 더보기
바람 머물던 풀숲 그리워하다 젊었을 때는 자신 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이들을 좋아하고 신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이들 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사랑하지 않습니다.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도 구원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이들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이들을 존중할 수 있겠습니까. 젊었을 때에는 마음 가득 사랑 넘치는 사람보다 신념 투철하고 의지 굳건한 사람을 좋아하고 신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보다 사상이나 신념이 앞서는 이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사랑하지 않습니다. 신념만으로는 풀 한 포기도 자라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뜻만으로는 풀 한 가닥도 흔들리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