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극장’에 모인 수많은 ‘눈빛’들에 반짝반짝 물빛이 어립니다.
때로는 끝내 참지 못해 흐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그 얼얼해진 눈빛들에 자글자글 웃음기가 모이면서 폭소들이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웃고 울고, 그렇게 두 시간여 동안 극장 안에는 공감과 감동이 차오릅니다.
<상처꽃- 울릉도 1974> 는 4월 3일 공연이 시작된 후로 연일 좌석이 꽉 차고 있습니다.
그중엔 까메오 출연하시는 분들의 지인들도 계시고 김근태기념치유센터의 회원들도 계시고 소문을 듣고 인터넷으로 표를 구매한 분들도 계시지만 아무튼 빈 좌석이 없는 지경입니다.
극장문이 막 닫힐 지경이 되어 헐레벌떡 달려오신 분이 공연 끝나고 나올 땐 눈이 벌개져 서 울먹울먹하시며 안내 석에 서 있던 제 손을 잡고 “고맙다”고 “너무 감동받았다”고 한 일없이 졸지에 제가 인사까지 받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상처꽃-울릉도 1974-첫공연(4월 3일) 특별출연_함세웅 신부, 이철 전 의원, 이사영 님(울릉도사건 당사자)]
첫날 까메오로 출연하신 함세웅신부님은 사제복과는 어쩐지 비슷하면서도 다른 판사복을 입고 많은 생각이 담긴 표정으로 담담하게 법관배역을 잘 수행하셨고요, 울릉도사건 당사자이신 이사영선생님도 배석판사역활을 하셨는데 그 자리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셨을지 뵙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하더라고요.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전력을 지닌 이철 전의원은 또 어떠셨을지....
[상처꽃-울릉도 1974-4월 4일 특별출연_인재근 의원, 유은혜 의원, 최상명 김근태 민주주의 연구소 소장]
둘째 날 주심판사역을 하신 인재근의원은 역할 잘 하셨는데 객석에 앉아 관람하시는 동안 얼마나 눈물을 흘리시는지... 배석판사 유은혜 의원, 최상명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지만요.
인재근의원은 고문장면을 보는 게 힘드셨다고, 죄수복 입은 배우들이 힘겹게 고비를 넘던 장면, 아이들을 떼놓고 하루아침에 ‘간첩’이 되어 10년 이상을 복역한 여성배우의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팠다, 하시더군요.
[상처꽃-울릉도 1974-4월 5일 오후 3시 특별출연_장영달 전 의원, 조형국 님, 유형준 님]
셋째 날, 박문숙선생의 영결식을 치른 후 장지로 가던 길에 시간에 쫓겨 차를 돌려 오신 장영달의원은 눈빛이 형형하여 카리스마 넘치는 법관 같으셨고요.
이부영 의원님, 홍세화선생님 등, 한회에 세 분씩 벌써 10여분 이상이 까메오 출연으로 무대를 빛내 주시고요.
[상처꽃-울릉도 1974-4월 5일 오후 7시 특별출연_이부영 전 의원, 소설가 윤정모 님, 서울시극단 예술감독 김혜련 님]
[상처꽃-울릉도 1974-4월 6일 특별출연_홍세화 님, 학습공동체 '가장자리' 협동조합 조합원 김경미 님, 장성환 님]
마치 울릉도 사건의 당사자였던 듯, 잘 표현되어 배경화면을 채우는 김봉준화백의 그림과, ‘아름다운 사람’ ‘타박네야’ ‘세노야’ 등 음악들도 무대를 채웁니다.
그렇게 뛰어난 연출, 열정이 넘치는 배우들과, 사연 있는 까메오들, 깊게 공감하는 관객들이 어우러지면서 <상처꽃>은 4월의 대학로에서 영롱한 빛깔로 만개하고 있습니다.
이 연극 못 보시면 후회합니다.
좋은 님들 만나 마로니에 공원 산책도 하시고, 손 잡고 ‘눈빛극장’ 으로 오세요.
좋은 기억 한 장면, 지니게 되실 겁니다.
[상처꽃-울릉도 1974-미술감독 김봉준 님, 「난장」(1982)]
글: 장남수[ 노동저술가, 前 원풍모방 노동자, 『빼앗긴 일터』(창작과비평사, 1984) 저자,
인권의학연구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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