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인권피해 생존자, 가을 화보를 찍다.
11월 3일(수), 인권피해 생존자들은 인권의학연구소에서 가을 화보를 남겼다. 화보라는 표현이 거창해 보이지만,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최고의 모델이었다. 이날 함께 사진을 찍은 인권피해 생존자는 총 14명으로, 그분들의 이름은 구명우, 김순자, 김장호, 김철, 나종인, 박순애, 안승억, 윤혜경, 이동석, 이사영, 이숙희, 최미경, 최양준, 황영애 선생이다. 이날 함께 사진을 남기지 못한 다른 인권피해 생존자들은 다음 기회에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
이날 이렇게 화보를 찍게 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연구소의 가을 단풍이 너무 멋있기 때문이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성북구 길음동에 성가소비녀회 수녀원 안에 위치하고 있다. 이 수녀원은 넓은 잔디밭과 함께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인데, 가을을 알리는 단풍들이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쉬웠다. 이에 지난 3월부터 연구소에서 집단 음악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인권피해 생존자들에게 화보를 함께 찍자고 권유했고,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둘째, 국내 유일의 아저씨 패션잡지인 ‘더 뉴 그레이’(the new grey) 때문이다.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이 잡지에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 남성을 모델로 멋있는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를 보자마자 연구소에 매주 집단 음악 치유에 참여하는 인권피해 생존자분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분들에게 화보라는 조금은 낯설지만 인생의 가장 젊은 오늘, 멋있는 사진을 조금이라도 선물해드리고 싶었다. 많이 부족하지만 아름다운 단풍이 지기 전 행동으로 바로 옮겼다.
짧은 시간이지만 사진을 찍으며 너무 행복했다. 그 이유는 이분들이 행복해하시기 때문이었다. 젊은 시절, 국가에 의해 일반인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국가폭력으로 청춘이 사라져야 했던 이분들에게 연구소는 조금이나마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다음에 정말 잡지 화보를 찍을 수 있을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지난 11월 3일, 행복했던 순간들을 공유합니다.
이날 인권피해 생존자 한분 한분은 최고의 모델이었다. 앞으로 연구소는 이분들이 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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