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불의한 국가폭력에 저항한 가톨릭 성직자 증언집”을 엮어내다.
인권의학연구소는 10월 말에 “1970~80년대 불의한 국가폭력에 저항한 수도자·성직자 증언집”을 출간하였다. 이 증언집의 기획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권의학연구소는 (사)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에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성직자와 수도자의 증언” 발간을 위한 연대사업을 제안했고, 이를 위해 두 단체가 함께 심층인터뷰를 계획하고 진행하였다.
증언자는 1970년대와 1980년대 군사독재정권하에서 국가폭력을 직접 겪은 경험이 있다고 알려진 성직자와 수도자들 중 심층인터뷰 참여에 동의한 15명으로 정하였다. 심층인터뷰 진행을 위해 임채도 인권의학연구소 사무국장과 김상숙 정회원, 이화영 상임이사는 1년 남짓한 기간동안 전라남북도, 인천시, 서울시, 강원도 등에 거주하고 있는 수도·성직자들을 방문하였다. 증언 구술에 참여한 수도·성직자의 평균 연령은 80.7세 (69세~91세)이고, 가장 많은 연령이 91세였다. 이들이 국가폭력을 경험한 시기는 1970년대 5명, 1980년대 9명으로 나타났다. 증언자들이 경험한 사건은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시기로부터 근 40년 이전의 사건임에도 비교적 그 사건들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뷰 시점에서 이미 선종한 김승훈 신부, 정호경 신부 등 여러 수도·성직자들을 생각하면, 이와 같은 구술과 기록이 좀 더 빨리 진행되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 사회는 과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부당한 국가 권력에 저항하고 앞장선 민주주의자들을 잘 기록해 왔으나, 가톨릭 수도·성직자들의 피해와 희생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이 기록하지 않았다. 이것은 한국가톨릭교회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피해를 경험한 수도·성직자 개인들은 종교적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자신들의 핍박받은 개인적 피해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시대의 아픔을 먼저 헤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증언을 통해 살아온 시대적 배경, 개인적 결단, 고통의 의미를 기록하는 일은 다시는 국가폭력이 이 땅에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또한 이 시대의 종교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어서 중요한 작업이라 하겠다.
이 시간에도 종교의 사회참여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정치적 사회적 현장의 한복판으로 투신했던 증언자들에게 인터뷰 중 종교의 사회참여 질문은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다. 사회참여의 댓가는 교회 안팎에서 예상보다 혹독한 것이어서 증언자들이 후회할 만도 하다. 그래서 현재 증언자들은 과거와 다르게 실천적 현장에서 다소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증언자들은 현재 현장 참여의 정도와 무관하게 강한 어조로 “신부가 그런 일을 안 하려면 뭐하러 사제가 돼?" 하며 그 쟁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90세가 넘은 노사제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경험이 자신에게는 영광이었으며 그럴 일이 있으면 또 참여하겠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을 위해 저항하지 못했던 부끄러운 역사를 가진 한국가톨릭교회가 정의구현사제단 활동을 통해 70~80년대 민주화운동에서는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과 역사적 의미를 증언하기도 했다.
이 증언집은 극히 일부의 증언만을 담고 있으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수도·성직자들의 증언 기록 작업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 불의한 권력에 저항했던 증언자들의 활동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은 한국가톨릭교회가 미래로 가는 이정표를 제시하기 떄문이다. 증언에 참여한 한 노사제의 고백을 소개하며 증언자의 자발적 고난의 의미를 전한다.
"나는 교회 테두리 안에서만 좁게 살 뻔했는데,
그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세상에 대해 눈을 떴어요."
(황상근 신부 증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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