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의 이름으로 짓는 “고문피해자 트라우마 치유 센터”
인권의학연구소 (imhrc@naver.com)
지난 해 12월 30일 영면한 고 김근태 의장의 영결식이 열린 명동성당. 오전부터 추모객들이 모여들었다. 추모미사를 집전하는 함세웅 신부는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모두 그에게 빚을 졌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생전에 김 고문에게 '더 싸우라', '더 열정적으로 앞에 나서라'고 요구했다"며 "그가 혹독한 고문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함세웅 신부는 "전기 고문을 당한 김 고문은 이전과 다른 내적, 외적 상처를 입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 분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청년 시절의 열정을 갖고 앞장서라고 밀어붙였다"며 "그걸 반성하고 인재근 여사에게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오늘을 계기로 고문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한 치유센터 건립을 추진하겠다"며 "그동안 가족들의 아픔을 너무 잊고 살았다. 앞으로 국회를 통해, 법개정을 통해 치유센터를 건립할 수 있도록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8개월 남짓 시간이 흐른 지난 8월 20일 함세웅 신부와 인재근 의원, 김상근 목사, 이창복 전 전민련 의장, 이석태 변호사,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장 등은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설립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는 과거 독재정권하에서 발생한 고문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최근의 민간인 불법사찰 등 국가공권력 남용사건 피해자들의 정신적 신체적 외상 치유를 위한 민간단위의 전문 치유센터를 목표로 한다.
고문피해자와 유족, 그리고 각계의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설립추진위원회는 올해 안에 집행기구를 조직하고 50억원 설립기금 마련 등 치유센터건립을 본격적으로 기획 진행하기로 했다.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는 고문 피해자들을 위한 전문 치유와 재활 프로그램을 개발·진행하고, 국가폭력 피해와 피해자 치유에 관한 연구 조사 활동, 고문방지와 피해보상 법제화, 고문피해자들을 위한 사회연대 기금 조성, 국제고문방지기구들과 협력사업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한편, 2011년 인권의학연구소의 <고문피해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문피해자들의 76.5%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고, 신체화증상(43.2%), 대인관계 적응문제(27.7%), 우울(25.4%), 불안(31.9%), 적대감(27.7%) 등 정서적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을 시도한 경우는 24.4%로 일반인 평균에 비해 2.4배 높았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들의 경우도 비슷한 정도의 정신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고문피해자 본인과 그 가족들은 국가폭력을 경험한 지 20~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정상적 삶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90년대 중반 이후 5·18항쟁 피해자와 4·3항쟁 피해자를 비롯 다수의 과거사 사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정치적 사과와 경제적 보상, 지원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피해자들의 삶의 질은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제적 보상이 이미 이루어진 5·18 피해자들의 경우, 2006년 5·18기념재단의 보고에 의하면 전체 5·18 유공자 가운데 절반정도가 여전히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상태에 처해 있다. 5·18 유공자들의 자살 통계를 보면, 1980년대 25명, 1990년대 3명, 2000~20011년까지 12명으로 경제적 보상 이후 자살률이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가폭력피해자들의 온전한 삶으로의 회복이 법적, 정치적, 경제적 결정 외 시민사회 내 민주적 사회윤리의 정착과 피해자들에 대한 ‘기억’과 ‘치유’가 함께 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치유센터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근태기념치유센터 제5차 집행위원회 (0) | 2013.04.18 |
---|---|
김근태기념치유센터 설립을 위해 먼저 나선 사람들 (0) | 2013.03.20 |
권력에게 진실을 말하다 - 어둠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0) | 2013.03.15 |
무관심을 분노로, 분노를 행동으로 (0) | 2013.03.14 |
김근태기념치유센터 건립의 필요성- 함세웅이사장님 말씀 (0) | 2013.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