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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법률] 47년 만에 열린 재심 재판

[법률] 47년 만에 열린 재심 재판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 유정식 선생의 재심이 시작되다-

 

 1 20() 오전 11 20, 서울 고등법원 서관 302호에서는 47년 만에 재심 재판이 진행되었다. 재심 재판의 주인공은 지난 1975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가 된 유정식 선생이다. 이날 재판은 재심이 개시되고 처음 열린 공판이다. 오늘은 유정식 선생을 비롯해 같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함께 재판에 참여해 유정식 선생을 응원했다.

 

  <사진-1> 재판이 끝나고 장경욱 변호사(왼쪽)는 유정식 선생(중간)에게 재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1 20분 시작된 재심 첫 재판은 재판부(재판장 윤승은)의 몇 가지 안내와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유정식 선생의 변호를 담당한 장경욱 변호사(법무법인 상록)와 신윤경 변호사(법무법인 동아)는 재판부에 항소 이유 보충서를 비롯해 다양한 자료를 제출했다. 이 자료들은 1975년 당시 유정식 피고의 진술서와 재판에서의 내용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자료 내용에 대한 질의를 이어나갔고, 변호인은 하나하나 답변했다. 이후 재판부는 검찰 측에 오늘 새롭게 변호인 측이 제시한 자료에 대한 의견을 묻자 검사는 의견 없음으로 일관했다.

 

 그렇게 20여분이 지나고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유정식 선생은 재판부를 향해 최후진술을 할 수 있는지 물었고, 재판부는 기회를 주었다. 준비된 원고를 꺼내 유정식 선생은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다. 유정식 선생은 1975년 갑자기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납치된 상황부터 설명했다. 45일간 중앙정보부에 불법 구금되어 수사관들에 의해 어떻게 고문을 당했는지 설명하면서 유정식 선생은 중간중간 울먹였다.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유정식 선생에게 진술서를 강요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즉각 옆방으로 데려가 고문을 하고 다시 진술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밝혔다.

<사진-2> 재판이 끝나자마자 삼척간첩단 사건의 피해자인 김순자 선생(왼쪽)은 최후진술을 하고 힘들어하는 유정식 선생(오른쪽)을 위로했다.

 또한, 재판 당시에도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재판에서 유정식 선생이 고문에 의해 작성된 진술서와 조금이라도 다르게 답변할 경우 엄청난 고문이 기다릴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협박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정식 선생은 어떠한 대처도 할 수가 없었으며, 속수무책으로 재판은 끝나버렸다. 결국 1심 재판의 결과는 사형이었다. 유정식 선생에 따르면, 1심 재판에서 사형이라는 재판부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고 한다. 그렇게 억울한 재판이 이어지고, 결국 유정식 선생은 23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살아야 했다. 이러한 내용을 재판부에 호소하면서 유정식 선생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밝혔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제 저는 올해로 나이가 83세입니다.
이제는 삶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부디 공정한 재판을 통해 저의 이 억울함을 풀어주시길 간곡하게 요청드립니다.”

 

 재심을 신청하고 4년여의 시간 만에 개시가 결정된 이 재판은 유정식 선생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상당하다. 1970-80년대 독재정권 하에 국가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개인의 삶을 통제하고 말살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당시 정당성이 결여된 독재정권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무고한 개인들의 삶에 개입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재판 과정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알리는 것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이 같은 국가폭력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 노력일 것이다. 

 

 앞으로 ()인권의학연구소는 유정식 선생의 재판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여 재판 과정과 내용을 소상히 알리고자 한다. 다음 재판기일은 오는 3 17일 오후 4 40, 서울 고등법원 서관 302호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