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27일에 (사)인권의학연구소 심리상담전문가 네트워크 소속 심리상담사들은 남영동 인권센터에서 현장 교육의 기회를 가졌다. 현장 교육은 유동우 소장(기념관추진단, 남영동 인권센터 보안관리소장)의 해설로 진행되었다. 남영동 인권센터는 (가칭)민주인권기념관으로로 거듭나기 위해 2021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잠정적으로 2년간 폐관하게 되어, 올해로서는 마지막 현장 교육이 된 셈이다.
불행했던 한국의 현대사에서 치안본부(경찰청) `남영동 대공분실`은 `남산`으로 불리던 중앙정보부(국정원), `서빙고호텔`로 불리던 보안사령부(안기부) 대공분실과 함께 3대 고문수사로 악명이 높았던 곳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의 공식명칭은 `경찰청 보안3과`이나 공식명칭보다 `남영동 대공분실`이란 별칭이 훨씬 잘 알려져 있다.
1호선 남영역 플랫폼에서 바라다 보이는 검은색 건물의 남영동 대공분실은 1976년 치안본부가 대간첩 수사를 명목으로 만들었다. 검은 벽돌로 지은 이 건물은 당시 가장 유명한 건축가였던 김수근이 설계하였다. 김수근은 자신의 대표적 건축물인 '공간' 사옥과 같이 검은 벽돌로 이 건물을 건축했다. 김수근은 당시 존경받는 유명한 건축가였으나, 남영동 치안본부의 건축구조를 보면 그 용도를 분명 알고 있었을 것임을 쉽게 짐작하게 한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애초에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세력을 탄압하거나, 이들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조작하여 희생양을 만들 목적으로 충실하게 설계된 건물이다.
우선 입구에 들어설 때 굉음을 내며 열리는 육중한 쇠문은 연행되어 눈을 가리운채 끌려온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다른 수사기관과 달리 조사실을 지하에 두지 않고 꼭대기 층인 5층에 두었다. (이후 1983년, 전두환 군사정권에 의해 2개 층을 더 증축해서 현재와 같은 7층 건물이 되었다.) 마당으로 들어와 검은 벽돌건물을 올려다보면 당시 조사실(고문실)이었던 5층의 창문이 다른 층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문을 받다 고통에 못이겨 창문으로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성인의 머리가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의 좁은 이중창으로 되어있는 것이다.
남영동 치안본부로 불법연행된 사람들은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해서 5층 조사실까지 이동했다. 대개 2명의 수사관에게 앞 뒤로 머리카락과 허리춤을 붙잡힌 채로 몇 층인지를 알 수 없게 설계된 나선형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마침내 5층에 도착한다. 또는 3명이 타면 꽉 차는 비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조사실로 이동하기도 했다.
유동우 소장의 설명을 들으며 상담사들은 나선형 계단을 한참 올라 5층 조사실 복도에 이르렀다. 5층에는 15개의 조사실이 서로 대각선으로 마주보게 설계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조사실 문이 열려도 맞은 편 조사실 내부를 볼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똑같은 구조의 `조사실` 공간에는 책상과 의자, 침대, 욕조, 변기가 설치되어 있다. 설치된 가구들은 자해를 방지하기 위해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각방은 내부를 감시하는 CCTV 시설이 있었고 각 방에 있는 창문은 폭이 좁고 위아래로 긴 2개의 창문만 나 있어 비명소리가 새어나가기 어렵게 장치되어 있다. 남영역에서 쉽게 올려다 보이는 5층 조사실이지만, 1985년 515호에서 김근태 전 민청련의장이 물고문, 전기고문의 고통에 시달리고, 1987년, 509호에서 박종철 학생이 물고문을 받으며 죽어가던 그 시절, 남영역을 지나는 전철 안 일반 시민들은 이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반인권적 가혹행위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인권의학연구소, 김근태기념치유센터에서 심리상담 중인 고문피해자 중 상당수가 남영동 대공분실 피해자들이 있다. 이들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심리상담사들이 피해자의 고문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남영동 피해자였던 유동우 소장의 해설을 들었던 이 날의 경험은 피해자 사건에 대한 시대적 이해가 확장될 뿐 아니라 당시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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