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UN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아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숨’」이 국민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
오늘은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이 땅의 수많은 고문피해자들”을 위해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가 문을 연 지 꼭 1년 되는 날입니다. 또한 국제연합(UN)이 선포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United Nations Day in Support of Victims of Torture)’을 하루 앞둔 날입니다.
1998년 당시 UN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선포에 앞서, “오늘은 차마 말할 수 없던 사실들을 말하게 된 날”, “상상하기조차 힘든 고통을 인내해 온 이들에게 우리의 존경을 표하는 날”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수많은 고문 등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 당당하게 ‘피해 사실을 말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2011년 인권의학연구소의 고문피해자 실태조사에서 약 76%의 고문피해자들이 정신적 외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겪고 있었고, 2013년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기념치유센터의 ‘국내 및 재일동포 고문피해자’ 대상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는 약 80%의 고문 피해자들이 우울, 불안 등 고문 후유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최근 사법부는 인권의 최후보루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인혁당 재건위 사건, 동일방직 사건, 한국전쟁기 집단학살사건 등 과거 고문조작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국가배상판결에서 잇달아 국가의 책임을 경시하고 회피하는 선고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고문피해 생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처사입니다. 고문피해에 대해 정당한 국가배상을 회피하는 현재 사법부가 법전 뒤에 숨어 고문피해자들의 애끓는 호소를 외면한 과거 독재정권하 사법부와 과연 무엇이 다르다 할 것입니까.
이에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는 개소 1주년과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이하여 정부와 국민여러분들께 다음과 같은 주장과 호소를 하고자 합니다.
1. 국가는 고문피해자들에 대한 치유와 지원 대책을 즉시 수립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1. 국가는 과거 고문 조작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전면적인 진실규명 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1. 국가는 고문 가해자 처벌에 관한 시효를 배제하고, 고문범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통해 고문가해자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엄정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1. 국가는 UN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법을 준수하고 고문 근절과 인권 피해자들을 법적, 사회적, 의료적으로 보호하는 입법 조치를 지체 없이 실행해야 합니다.
1. 사법부는 고문 조작 등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자의적이고 강탈적인 국가배상 기준을 철회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실질적 배상을 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배상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2014년 6월 25일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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