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이 부족한 이런 기사는 화가 납니다]
고 김병주 선생님의 재심 재판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아시아경제의 이 같은 보도와 논조는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기사입니다.
기사의 제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간첩혐의 재일교포 재심서 ‘사형→4년’ 감형… 42개 혐의 중 40개 무죄"
그리고 기사의 첫 문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간첩으로 몰려 사형 선고를 받고 10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한 재일교포가 37년 만의 재심에서
징역 4년형으로 감형받았다."
이 기사를 보면, 고 김병주 선생님 재심 재판부가 김병주 선생님에게
큰 호의라도 베푼 것처럼 보입니다.
형은 사형에서 4년으로 줄었고, 82년 당시 김병주 선생에게 씌워진 42개의 혐의 가운데
무려 40개가 무죄로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기사의 기자는 그냥 재판부의 판결만 듣고 기사를 작성하는 게 아니라
역사적 맥락, 그리고 재판부, 검찰, 그리고 변호인 측의 주장들을 살펴보고 기사를 작성해야 합니다.
이 재판은 82년 당시 국가기관의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인한 사건이며,
당시 재판의 하자가 있음을 현 사법부가 일정 부분 인정했기에 시작된 '재심' 재판입니다.
그리고 이날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 29부 김창영 부장판사가 유죄로 인정하 2개의 혐의의 근거와 증거는
82년 당시 법정에서 있었던 고 김병주 선생의 증언만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정황 증거, 물적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불법구금과 고문에 의해 날조된 기소, 그리고 당시 재판정에는 고 김병주 선생을 고문했던
고문수사관들이 방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려움에 내뱉을 수밖에 없는 허위자백만을 증거로 삼고 있습니다.
1982년이 아닌 2021년 재심 재판에서 말입니다.
기자는 단순히 2021년 재판부의 선고만을 기계적으로 받아 적지 말고
당시의 역사적 맥락, 재심 재판의 의미, 그리고 재판부 선고의 합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요?
8월 24일 오후 4시에 있는 고 김병주 선생의 항소심 재판에 참석해서
혹시 이 같은 기사가 또 나오는지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링크는 관련 기사입니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102030913439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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