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대표 인터뷰-②] “황홀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이웃을 찾아다닌 오늘공동체. 오늘공동체 박민수 대표와의 두 번째 인터뷰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오늘공동체가 어떤 곳인지, 어떻게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나게 되었는지를 들었는데요. 두 번째 인터뷰에서는 피해자 선생님들과 어떤 추억이 있는지, 인권의학연구소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등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핵심은 서로가 이웃이 되는 것
Q. 지난 시간 인터뷰를 보면서 오늘공동체는 행동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오늘공동체는 성경공부와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발견한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을 찾아다니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처음 피해자 선생님들을 만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부분이었나요?
(박민수) 그분들을 뵙기 전에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어렵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려웠던 부분을 뽑자면 처음의 서먹서먹한 시간을 견디는 거였던 겉 같아요. 저희 공동체는 어떤 면에서는 선생님들에게 막무가내로 찾아간 거였잖아요. 그래서 갔더니 당연히 서먹했죠.(웃음) 그리고 두 번째 갔을 때도 여전히 서먹했고요. 그런 시간을 견디는 게 그나마 어려웠던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고 관계가 형성되면서는 서로 전혀 어려움이 없었어요.
Q. 피해자 선생님들과 신뢰가 쌓이면서는 어떤 시간들을 보냈을까요?
(박민수) 처음 저희 공동체가 피해자 선생님들을 만났던 곳은 진실의힘이라는 단체였는데요. 그곳에서 ‘마음풀이’라고 해서 피해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피해자 선생님의 삶의 시간을 따라가면서 선생님들의 마음과 심리를 듣는 시간인데요. 그 프로그램이 몇 년 동안 진행되었는데요, 저희 공동체는 그 시간에 항상 참석했었어요.
Q. 오늘공동체는 무엇을 하기보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셨네요. 그리고 그분들 옆에 항상 있었던 거네요!
(박민수) 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저희가 무엇을 해드리기보다 이웃이 되어드리는 게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무엇을 하는 것은 부차적인 것 같고요. 가장 핵심은 서로가 이웃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황홀했던 시간들
Q. ‘서로 이웃이 된다!’ 건강한 관계의 표본 같은데요. 그럼 혹시 선생님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소개해주실 만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있을까요?
(박민수) 조금 많은데요! (웃음)
Q. 저는 예를 들면 오늘공동체가 김장호 선생님과 함께 필리핀 여행을 갔던 시간, 구명우 선생님 가족과 스위스에서 만났던 경험들을 들었거든요.
(박민수) 네, 그 시간들도 정말 기억에 남죠. 기본적으로 피해자 선생님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조금 과하게 표현하면 ‘황홀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을 함께 했던 시간들도 정말 정말 좋았었고요. 돌이켜보면, 저희 공동체는 선생님들이 함께 해주시니까 좋고요, 선생님들은 우리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편안함과 풍요로움을 누리면서 얼굴이 밝아지는 모습을 보면 그것 자체로 좋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건 저의 공동체가 전국에 계신 피해자 선생님들의 집을 방문했던 일들인데요. 저희는 한 번가면 8-90명이 한 번에 방문하는 거죠!
Q. 8-90명이요?? 우와.. 정말 대단하네요!
(박민수) 여수에 계신 김양기 선생님을 찾아뵙기도 했고요. 진도에 계신 선생님께도 갔었고요. 8-90명의 공동체 모두가 어린이들부터 해서요, 버스 대절해서 새벽부터 떠나는 거죠! (웃음)
Q. 관광버스 2대가 갑자기 방문하면 선생님들이 엄청 놀라시겠는데요!(웃음)
(박민수) 그렇죠! (웃음) 그리고 개야도에 계신 선생님께도 갔었어요. 거긴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가 없어서 결국 1박 2일로 다녀왔어요! 김장호 선생님이 송탄에 계실 때는 송탄으로 자주 갔었고요. 최근에 돌아가신 김태룡 선생님께도 방문했었죠.
Q. 정말 8-90명의 사람들이 전국으로 다니셨네요! 이렇게 오늘공동체가 방문하면 우리 선생님들은 큰 힘과 감동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박민수) 그러셨던 것 같아요. 이렇게 방문을 하고 서로 신뢰가 형성되면 한 가족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후로는 서로 작은 소식도 전하게 되고요. 그리고 선생님들이 시골에서 재배한 과일이나 채소가 있으면 저희에게 보내주시기도 하고요. 그때부터는 마음과 마음이 서로 오가더라고요. 급기야 김장호 선생님은 송탄에서 공동체가 있는 동네로 이사도 오셨고요. (웃음)
박민수 대표의 바람
Q. 그럼 오늘공동체와 대표님은 어떻게 인권의학연구소를 알게 되신 건가요?
(박민수) 김장호 선생님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저희 공동체가 처음에 선생님들을 알게 된 곳이 진실의힘이라는 단체였는데요. 그곳에서 많은 피해자 선생님들을 만나 뵈면서 제 나름대로는 여러 계획들을 생각했었어요. 예를 들면, ‘우리 피해자 선생님들을 위한 안식처와 기념관을 만들면 어떨까?’ 같은 거죠. 왜냐하면, 이분들의 역사는 국가적으로 기록해야 할 사건들이고, 이 같은 사건들을 기록하고 담을만한 공간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선생님들이 얼마나 계시는지 계산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하다가 그만뒀어요. 너무 많아서요. 이런 분들의 고초들을 그냥 땅에 묻는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분들이 당한 고초는 너무 크고, 그 고초를 가한 가해자는 국가고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가 사죄의 측면에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건 국가의 사명인 거죠. 국가가 안 하면 민간에서라도 먼저 나서서 기념비적인 공간들을 만들어야죠. 독일에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것처럼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국가가 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실의힘이라는 단체가 조금 와해되면서 굉장히 상심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찰나에 김장호 선생님을 통해 인권의학연구소를 알게 되고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조금 다시 생겼죠!(웃음)
Q. 정말요? 이런 큰 그림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웃음)
(박민수) 하하. 그래서 제가 김장호 선생님을 자극했죠. 지금 연구소가 수녀원에 있는데 도봉구 쪽으로 이사를 오면 우리 피해자 선생님들을 위한 활동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웃음)
Q. 빨리 도봉구에 땅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그럼 마지막으로 인권의학연구소에 바라는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주세요!(웃음)
(박민수) 연구소가 고문피해자들을 위한 치유를 활동들을 잘하고 있다고 듣고 있는데요. 연구소가 이 같은 활동들을 지속해나가는 부분에 대해 응원을 하고요. 추가적으로 여력이 된다면 피해자 선생님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과 제가 방금 말씀드린 그런 구상까지 같이 재밌게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연구소가 더 노력하겠습니다!(웃음) 정말 마지막인데요, 대표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박민수) 꿈은.. 공동체적으로는 오늘공동체와 같은 공동체가 곳곳에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희 공동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서로가 도움을 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공동체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고요. 다음으로 나라에 대한 바람인데요. 여전히 우리 사회는 뒤틀린 역사와 그로 인한 건강하지 않은 정치 구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너무 심한 것 같은데, 기득권이 여전히 자신들의 권한을 더 많이 가지려고 하면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고요. 이런 점을 고려하면, 좀 정상적인 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박민수 대표님은 마지막 꿈을 이야기할 때도 자신의 개인적인 꿈보다는 공동체와 나라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었던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인권의학연구소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가장 소외된 이웃을 찾아다녔고, 오랜 시간 그들 곁에 있었고, 지금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구상하는 오늘공동체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 앞으로 인권의학연구소와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하겠습니다.
(인터뷰 진행: 박민중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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