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인터뷰] ”아버지가 받아야 할 장학금을 제가 받은 것 같아요!“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3월 22일. 첫 인권의학연구소 1기 장학생을 만났습니다. 그 주인공은 올해 22학번이 된 새내기 ‘임현 학생’입니다. 임현 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담임 선생님의 ‘차별’에 대해 이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담임 선생님을 향해 당당하게 문제제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그런 본인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스스로 “이런 모습은 좀 아빠를 닮은 것 같아요”라며 웃는 임현 학생. 지금부터 인권의학연구소 1기 장학생 임현 학생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저희 인권의학연구소의 1기 장학생인데요. 먼저, 간단하게 연구소 후원회원분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임현) 저는 한양대 22학번이고 20살 임현입니다. 스스로 재수하지 않고 현역으로 신입생이 되었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요즘 대학생이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중이고요, 제 MBTI는 ENTP인데요. ENTP는 논리적인 사색가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사고하는 타입이고, 동시에 진실을 추구하는 스타일입니다!
Q. 인권의학연구소 후원회원분들이 MBTI로 자기소개를 하는데 익숙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웃음) 근데 ENTP의 너무 좋은 부분만 이야기하는 거 아니에요? (웃음)
(임현) 옳은 것을 알아야겠다는 욕심이 있어서요. (꿋꿋하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할 때도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제가 알고 있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만, 실천은 잘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제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임현 학생 전공은 무엇이죠?
(임현) 전공은 응용미술교육과예요. 중학생 때까지 미술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요, 고등학생이 되면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고, 그림을 더 그리고 싶어 졌어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응용미술교육과를 추천해주셨어요.
Q. 아버지께서 이 과를 먼저 추천하신 거예요?
(임현) 네! 아빠가 저보다 더 입시에 대해 알아보셨어요. 아빠가 거의 입시학원을 차려도 될 정도로 열심히 준비해주셨었어요. 저희 미술학원 선생님과 견줘도 될 정도였어요. 그렇게 안 보이시지만(웃음), 저에 대해서 생각을 엄청 많이 하셨더라고요.
Q. 이제 대학 새내기인데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임현) 일단은 대학생이 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고등학생 때는 동네 친구들 아니면 학원 친구들만 만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대학교는 전국에서 학생들이 오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Q. 대학생활은 어떠세요?
(임현) 제일 힘든 부분은 모든 걸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런데 동시에 가장 좋은 것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왜냐하면 고등학생 때까지는 짜여진 틀 안에서 살아야 하는데, 대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사회에 내던져진 그런 느낌이 들면서 외로울 때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이제 엄마, 아빠도 저를 챙겨줄 수 없는!
Q. 이제 부모님이 안 챙겨주시기로 한 거예요? (웃음)
(임현) 하하하 그게 아니라 이제 엄마, 아빠는 본인들의 노후를 사셔야죠. 이제 제가 먹여 살려야죠! (웃음) 그래서 벌써부터 그런 고민 같은 게 있어요.
Q. 인권의학연구소의 장학금이 좀 특별하잖아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셨던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부모님의 희생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장학금인데, 장학생으로 선정되었을 때 마음이 어땠어요?
(임현) 일단은 제가 이 장학금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장학금을 받는다는 것 자체는 저에게 좋은 일이지만,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아빠의 헌신 때문에 아빠가 받아야 할 장학금을 딸인 제가 받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내가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혹시 제가 받은 이 장학금을 잘못 사용한다면 아빠 이름에 먹칠을 하는 그런 일이 되기 때문에 어깨가 무거웠던 것 같아요.
Q. 이번 장학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부분은 있었어요?
(임현) 제가 장학금을 기부해주신 신순애 선생님이 나오는 [미싱타는 여자들] 공동체 상영회에 갔었는데요. 거기서 제가 영화가 끝나고 신순애 선생님의 손을 잡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었고 그래서 손을 잡고 했었어요.
Q. 어떤 말이었어요?
(임현) “이제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당연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어요.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신순애 선생님이 노동운동을 하실 때는 당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싸워주신 거잖아요. 그리고 그 결과를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거라고 꼭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이번 장학금을 받으며 우리 아빠도 그런 분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도 나중에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임현) 아빠는..(웃음) 전혀 예상을 못하시겠지만 저한테는 친구같이 잘해주는 아빠예요.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아빠는 어떤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와 제 동생한테 집에서는 정말 친구 같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정말 눈에 보여요! 예를 들어서 집에서 요즘 유행하는 춤을 따라 춘다거나(웃음!), 아니면 저에게 일상에 대해 물어보신다거나, 아니면 제가 요즘 유행하는 유행어를 가르쳐드리기도 해요. 그래서 집에서 아빠 되게 웃겨요!(웃음)
Q. 평소에 아버지에게 고마운 점이 있다면?
(임현) 저한테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부분이 정말 감사해요. 표현하기 힘든데요, 단순히 사랑을 주신다기보다 사랑 그 이상의 것을 주시는 느낌이 들거든요. 제가 나중에 제 자식이 있어도 저도 제 자식에게 이런 사랑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에게 큰 사랑을 주시는데 그게 감사해요. 물론 엄마도 저희에게 그렇습니다! (웃음) 근데 아빠만의 사랑이 또 따로 있는 것 같아요.
Q. 장학금은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가요?
(임현) 제 등록금에 보탤 생각이에요. 아니면 가족들이랑 여행하는데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이랑 같이 여행을 가서 아빠의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을 좀 가지고 싶어요. 그리고 이제 저도 아빠랑 같이 술도 마실 수 있으니까, 술의 힘을 빌려 속의 이야기도 좀 하고, 고민도 털어놓고! (웃음)
Q. 가족여행, 정말 좋네요. 그럼 그런 기회를 주신 신순애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은 있을까요?
(임현) 가장 먼저 존경스럽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미싱타는 여자들]을 보면서 제가 만약 12-3살이라면 절대 그렇게 못했을 것 같은데, 신순애 선생님이 그렇게 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지금 이렇게 변화된 사회에서 살 수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신순애 선생님과 연락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5년 후 임현 학생은 뭘 하고 있을까요?
(임현) 저는 직업을 꿈이라고 생각하는 건 편협한 것 같아요. 저는 5년 후에 스스로에 대해 믿음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양대 근처 카페에서 첫 만났을 때는 마냥 대학 새내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임현 학생과 대화를 할수록 생각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장학금이라는 계기를 통해 아버지를 더 많이 이해하고, 아버지와 같은 국가폭력 피해 선생님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신순애 선생님의 기부로 마련된 인권의학연구소 장학금이 국가폭력 피해 가족들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 진행자: 박민중 활동가)
'따뜻한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뷰] “고문은 그렇게 잘했으면서 피해자는 돌보지 않는다” (0) | 2023.02.17 |
---|---|
[박민수 대표 인터뷰-②] “황홀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0) | 2022.03.16 |
윤혜경 선생님의 목소리 (0) | 2022.02.17 |
[김성만 선생님 인터뷰-②]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싶어요!’ (0) | 2022.02.16 |
[후원회원 인터뷰] 가장 소외된 이웃을 찾아다닌 오늘공동체 (0) | 2021.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