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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최창남의걷기

변산 - 고사포 해안을 걷다

바다는
슬픔 가득한 듯도 했고
슬픔 따위는 모르는 듯했다.
고요하고 한가로웠다.
바람은 여유롭고
갈매기들은 유유자적하였다.
우두커니 서서 바다를 바라보다
슬그머니 내 슬픔 흘렸더니
파도에 쓸려 갔는지
바람에 묻어 갔는지
이내 사라지고 없었다.
흔적조차 남지 않아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하였다.

고사포 해안은 참 아름다웠다.
바다도, 모래도, 바람도, 소나무도, 새들도, 게들도,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슬픔들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그리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슬픔이 원래 아름다운 것일까.

슬픔은
때로 고요하고 한가로운 듯도 하고
때로는 찬란한 빛을 품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슬픔은 때로 아름답다.
찬란한 슬픔이고
아름다운 슬픔이다.
그래서 슬픔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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