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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연대] 두 번째로 공익제보자의 안부를 묻다

[연대] 두 번째로 공익제보자의 안부를 묻다

 

지난 7 15, 종로구에 위치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두 번째 공익제보자 소모임이 진행되었다. 이번 모임은 ()인권의학연구소와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가 공동으로 기획한 [2022년 공익제보자 정기모임]의 일환이며,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 모임이다. 이날 총 7명의 공익제보자가 참여했으며, 두 분의 공익제보자는 강원도와 제주도에서 각각 참여하였다. 안타깝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당초 참여하기로 했던 공익제보자가 다 함께 모이지는 못했다. 모임의 전체 진행은 ()인권의학연구소 손창호 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송지원 상담심리전문가가 진행했다.

< 사진-1> 2022년 공익제보자 정기모임 포스터.

지난 첫 번째 모임에서 만난 얼굴도 있고, 이번 두 번째 모임에서 처음 보는 참여자들도 있었다. 이에 참여자 대부분이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긴장하는 기색이 보였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송지원 심리상담사는 긴장으로 움츠려있던 신체와 마음을 이완하는 명상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참여자들은 일상을 나누면서 모임은 이어졌다.

 

조금씩 긴장이 풀린 참여자들은 자신의 일상과 함께 어려움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참여자 A씨는 손창호 이사의 스트레스가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과거 자신이 공익제보 이후 겪은 안면마비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A씨는 공익제보 이후 어려운 상황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참는 것밖에 없었으며, 지속적으로 참다가 자신도 모르게 안면마비가 와서 어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손창호 이사는 우리 몸은 긴장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는 등 여러 반응이 생기는데, 이 이상반응을 잘 감지하고 적절하게 해소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스트레스는 신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였다.

 

참여자 B씨는 공익제보를 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몸이 당시의 트라우마를 기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공익제보자는 내부의 비리를 고발하고 지금도 그 조직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동료들의 시선을 자신도 모르게 피하게 된다고 밝혔다. 조직을 위한 공익제보를 했음에도 오히려 그 조직의 다른 구성원들은 이 공익제보자를 문제의 원인처럼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이 제보자는 자신도 모르게 동료들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 익숙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계속 지내는 것이 맞는지 혼란스럽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손창호 이사는 어렵겠지만 진짜 두려움과 가짜 두려움을 구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인데 나를 향해 달려오는 차와 같은 진짜 위험한 상황이라면 피해야 하지만, 어릴 적 개에게 물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우리 주변에 있는 강아지를 보고 위협이라고 반응하는 가짜 위험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 사진-2> 공익제보자 두번째 정기모임 참여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긴장이 완화되고 서로가 비슷한 어려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참여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단 치유모임이 진행되던 중 한 참여자의 따뜻한 경험담이 있었다. 그 참여자에 따르면, 공익제보를 하고 오랜 시간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대해 후회를 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느끼게 된 가족들을 보며 많이 괴로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지난해 참여연대에서 발간한 책자의 공익제보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을 자녀가 발견하고 매우 좋아했다고 밝히면서 그 순간 자신의 공익제보가 잘한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공익제보자들을 위한 지지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공익제보란 한 조직의 구성원이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림으로써,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행위를 말한다. , 공익제보자(whistle-blower)는 공익을 위해 용기 있게 정의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를 살펴보면 사회 구성원인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공익제보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용기 있는 결단, 그리고 그 결단으로 인한 그들의 피해로 말미암아 우리가 그 혜택을 나도 모르게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구성원들은 공익제보자의 이 같은 노력과 어려움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보다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기억하고 이들을 위로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3> 정의의 호루라기를 불고 있는 공익제보자에게 우리와 우리 사회는 지지가 아닌 비난의 칼을 꽂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출처: Konwlaw)

이에 인권의학연구소는 2022년 공익제보자를 위한 2가지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첫째는 참여연대와 함께하고 있는 공익제보자 정기모임이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이 모임은 집단 치유모임의 형태로 같은 아픔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공익제보자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들의 안부를 물으며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과 인권의학연구소와 참여연대와 같은 단체들이 이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하기 위함이다. 둘째는 호루라기재단과 함께하고 있는 공익제보자 개인 심리상담 지원 프로그램이다. 참여연대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 집단 치유 프로그램이라면, 호루라기재단과 함께 하는 것은 개인 치유 프로그램이다. 호루라기재단을 통해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공익제보자분들에게 매주 연구소에서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2022년 총 6명의 공익제보자분들이 연구소에서 개인 심리상담을 받았고, 여전히 받고 있다. 

 

공익제보자들의 용기와 그 용기로 인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하면 인권의학연구소의 활동은 너무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인권의학연구소는 지속적으로 이들과 함께 하며 이들의 그 결단의 수혜자가 우리 사회 전체라는 것을 인지하며 응원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