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 토요일, 인권의학연구소와 김근태기념치유센터는, 울릉도 사건의 40주년과 재심무죄판결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1974년 3월 15일 중앙정보부가 울릉도사건을 조작해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때로부터 딱 40년이 되는 이 날, 맑은 하늘에 바람이 온화했습니다.
기념행사에는 울릉도 사건의 당사자 네 분과 가족 다섯 분이 참석하셨습니다. 더불어 1970,80년대에 다른 조작간첩사건과 시국사건으로 비슷한 경험을 하셨던 분들도 함께 자리하셔서, 행사의 의미가 더욱 뜻깊었습니다. 그 외에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내빈께서 함께 이 사건의 진실을 기념하고 위로와 지지를 보내셨습니다.
제일 먼저, 국가폭력 생존자와 가족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묵념으로 기념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1974년 3월 15일자 주요 일간지 1면에 중앙정보부가 ‘검거’한 ‘간첩단’으로 발표되었던 47인의 호명이 있었습니다. 40년 전 이맘때쯤 평화로운 일상을 빼앗긴 분들의 이름이 좀처럼 끝나지 않고 이어져 안타까웠습니다.
함세웅신부께서 기념행사의 문을 여신 후, 40년 간 울릉도사건의 시작과 진행, 그 이후의 시간을 담은 영상을 보았습니다. 이어, 울릉도 사건의 재심을 진행하는 데 큰 힘이 된 이명춘 변호사께서 ‘울릉도사건 재심 무죄의 의미와 과제’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셨습니다. 이러한 사건이 조작된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그에 비춘 울릉도 사건 재심무죄판결의 의의를 설명하시고, 재심무죄판결에 더해 생존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지지와 관심이 이 분들의 명예 회복과 치유에 필수적임을 강조하셨습니다.
강연에 이어 ‘울릉도 사건과 나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울릉도사건의 생존자와 가족, 관련자의 대담이 이어졌습니다. 2012년 11월과 2014년 1월에 각각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신 이성희, 김장곤 선생, 당사자의 아들이자 후에 이 사건과 관련해 본인도 간첩으로 조작된 이화춘 선생, 사건발생 당시 이성희선생 자제분의 친구였던 정동영 의원이 대담에 참여하셨습니다. 당시의 상황과 상처,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울릉도 사건을 소재로 하여, 국가폭력에 의한 상처와 그 이후의 회복을 그리는 연극 <상처꽃-울릉도1974>의 시연이 있었습니다.
2012년부터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울릉도사건의 재심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의 상고, 항소로 상급법원에서 재심이 개시되기를 다시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찾아와 먼저 사죄를 해도 시원치는 않을텐데, 재심을 신청하신 분들을 마냥 기다리게 하는 나라가 야속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날 울릉도 사건의 당사자분들께서는 밝은 표정으로 본인들의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거대한 폭력에 희생된 경험을 안고도 ‘인간’으로 생존하신 분들의 지혜와 힘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울릉도사건의 재심이 끝마쳐져서, 선생님들의 명예 회복을 열렬히 환영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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