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가폭력 피해자 가족의 삶
2022년도 인권의학연구소는 “국가폭력 피해자 가족의 삶에 대한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가폭력 피해자 못지않게 고통 중에 있었던 가족의 기억을 기록화하고 있다.
전영주 선생 인터뷰 스케치
지난 3월 29일에는 울릉도사건 피해자 이성희 선생의 부인인 전영주 선생을 방문하고 심층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올해로 92세인 전영주 선생은 1974년 남편 이성희 선생이 중앙정보부로 불법연행되고 투옥되어 하루 아침에 혼자 남겨진 그 모진 세월을 대체로 잘 기억하고 있었다.
전영주 선생은 남편이 석방되던 1991년까지 17년간을 세명의 아들을 데리고 혼자 삶을 지켜왔다. 고령임에도 또렷한 기억력과 친근한 화법으로 인터뷰를 잘 진행했으나, 돌연 세상을 떠난 아들에 대한 부분에서는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리느라 잠시 멈추었다. 그 당시 재판을 방청하고 나서 ‘내가 아버지였어도 아버지처럼 결심했을 것이다“라는 말로 아버지 이성희 선생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표현했던 둘째 아들이 병환으로 사망하는 아픔을 겪었던 것이다. 이후, 남아있는 아들들을 지켜야한다는 것이 전영주 선생이 모진 시간을 버티게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고 한다. 전영주 선생은 생계를 위해 분식집과 옷가게에서 일을 하면서 두 아들의 성장과 결혼을 혼자 지켜보았고,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성희 선생의 면회도 매월 빠지지 않았다.
이성희 선생이 원심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되어 투옥 중인 상황에서 전영주 선생은 남편이 집으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성희 선생이 가석방되어 17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자 그 기쁨은 말로 다할 수없이 더 컸다. ‘나도 여기 남편이 있다’라고 소리치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도 외출하면 이성희 선생의 손을 꼭 잡고 다닌다고 한다.
석방 후 이성희 선생은 울릉도사건 피해자 중 단독으로 1기 진화위 신청하여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이후 이 진실규명 결정서를 근거로 이성희 선생을 비롯한 울릉도 사건 피해자 32명 전원이 재심을 신청하였으며, 모두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아파트 난간에서 손을 흔들며 배웅하시는 이성희 선생과 전영주 선생의 모습은 봄 햇살 못지않게 모두의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하였다. 두 분의 건강과 지금과 같은 소중한 일상이 늘 함께 하기를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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