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피해자 지원법안이 시급합니다]
어제 고문피해자 선생님 한 분을 모시고 서울 아산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복잡한 종합병원을 다녀오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1. 국가폭력 피해자 선생님이 혼자 가시는 건 힘듭니다.
국가폭력 피해자, 특히 1970-80년대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선생님들의 나이는 대부분 7-80대입니다. 이분들 가운데는 오랜 감옥생활로 인해 출소 후 홀로 지내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일반인들도 7-80대가 되면 병원 가는 일은 일상이 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불법구금과 모진 고문을 경험한 분들입니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물론 온몸에 고문 후유증을 앓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이분들은 일반인보다 병원에 가야 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자주 느끼는 부분이지만, 아산병원과 같은 종합병원에 피해자 선생님이 혼자 가시는 건 매우 힘든 일입니다. 자녀의 도움이 없이는 처음 방문해 방문 카드를 생성하고, 기계에 개인정보를 입력해 출입증을 발급받고, 이전 진료기록 내역이 담긴 CD를 전달하는 등의 일들이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 같은 대형병원에서는 사람도 많을뿐더러 동선도 매우 복잡해 혼자 가시는 건 정말 힘들고, 본인과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자녀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고문피해자 지원법안 통과가 절실합니다.
진료를 다 마치고 진료비를 수납할 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문피해자 선생님들이 홀로 병원에 오시는 것도 큰 문제지만, 이분들이 병원비를 내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간첩으로 조작해 이 피해 당사자는 물론 가족 모두의 삶을 망가트렸다면, 이분들이 당시 고문과 오랜 수감생활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국가가 응당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많은 분들이 잘 모르고 있겠지만, 지난 2012년부터 10년 동안 인재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문피해자 지원법안이 국회에서 번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의 내용은 고문피해자들을 위한 의료지원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 19대와 20대에서는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한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인재근 의원은 이 법안을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으며, 이때 130명이 넘는 의원들이 공동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어제 고문피해자 선생님을 모시고 아산병원을 다녀오면서 이 법안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혼자 종합병원에 가셔야 하는 고문피해자 선생님들,
적어도 병원에 가시는 일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이 법안이 빨리 통과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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