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잊지 않고 잇다]
제주4.3평화공원 중앙에 있는 위령탑을 뒤로 두고 걸어 오르면 위패봉안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봉안실 건물 안쪽 중앙에는 제주4.3사건희생자영위가 서있고 그 뒤로 희생자들의 신위 14,412기가 놓여 있습니다. 유족과 참배객들은 이곳에서 희생자 영위에 분향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합니다.
국가폭력 피해 당사자이자 가족들인 선생님들께서도 희생자 영위에 추념하셨습니다.
죽은 자들은 말이 없습니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이 죽은 자들을 대신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살아남은 자들은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와 공동체는 오랫동안 그들에게 참상에 대한 기억을 말하는 것을 금하고 잊으라고 강요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외면하였고 묵인하였으며 망각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그날의 기억을 잊지 않고 이음으로써 그날의 참상과 그들의 존재가 버젓이 이 땅에 있었음을 기억하고 기억해나갔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 우리는 제주4.3사건을 기억하며, 희생자들을 추념하고 생존자들을 위해 힘쓰는 것입니다.
‘잇다’ 두 끝을 맞대어 붙이는 것, 끊어지지 않게 계속하는 것, 많은 사람이 줄을 이루어 서는 것입니다. 잊지 않고 잇는 것. 국가폭력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앞으로의 삶과 살아갈 자들에게 기억을 이었듯, 인권의학연구소 또한 기억을 잇는 일에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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