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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치유] 제주 4.3 트라우마 치유포럼

[제주 4.3 트라우마 치유포럼]

 

 

지난 12월 1일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하고, 4.3트라우마센터와 제주 4.3연구소가 공동주관한 “2022 4.3 트라우마 치유포럼”이 제주시에서 열렸다. 2020년에 개소한 4.3트라우마 센터가 준비, 진행한 치유포럼은 국가폭력 피해자의 삶을 이해하고 올바른 치유 방법 등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4.3사건 유족들과 지역사회 관련자들이 청중으로 참석하였다.

 

<사진 1> 제주 아스타 호텔에서 열린 2022 4.4트라우마 치유포럼 (12.01 / 출처: 제민일보)

이날 포럼에서 인권의학연구소 이화영 소장은 “고문피해자의 삶과 트라우마”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이화영 소장은 “우리 사회는 분단과 한국전쟁, 그리고 군사독재정권을 차례로 겪으면서 무수한 국가폭력을 경험해왔으나, 가해자는 처벌되지 않았고 정확한 수조차 가늠할 수 없이 무수한 피해자는 침묵을 강요당했다”고 포럼 발제를 시작하였다.

 


이어 김근태기념치유센터 '숨'에서 만난 국가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의 트라우마 현황을 소개하면서 “국가에 의한 직접적 폭력 이외에도 우리 사회는 피해자와 가족에게 부정적 낙인과 고립의 고통을 가중했고, 이로 인한 피해자의 사회적, 정신적 고통은 수십년의 세월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하였다. 또한, 이 소장은 “2000년 이후, 일부 과거사 사건에 대해 정부 치원의 공식 사과와 경제적 보상이 이뤄졌지만, 피해자의 삶의 질에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이날 4.3 트라우마 포럼의 주제가 ‘트라우마 치유’인 만큼 “국가폭력피해에 대한 치유와 재활에 대해 국가는 가해당사자로서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이런 배경에서 “국가폭력 피해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것은 가해 당사자인 국가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과제”라고 하면서 “국가와 사회공동체는 직,간접적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 극복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 소장은 “피해자 트라우마 치유의 궁극적 목표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국가폭력 사건 이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공동체는 지지하고 지원할 책임이 있다.”고 마무리 였다.

 


한편, ‘4.3과 조작간첩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라는 주제발표에서는 조작간첩사건에 유독 제주 출신 피해자들이 많았고, 이 조작간첩사건에서 4.3사건이 이용되었음이 제시되었다. 전 4.3중앙위원회 김종민 위원은 발제자료에서 “4.3사건은 공산폭동이라고 오랫동안 군사정권에서 규정해 왔다. 따라서 정권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설득력있는 모양새의 조작간첩사건을 만들어야 해서 제주사람들이 타겠이 되었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제주에서 간첩으로 조작되어 투옥되었으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들은 확인된 경우가 다음과 같다.

 

 

김평강, 허간회, 양한병, 양동우, 오재선, 오성재, 김태주, 강광보, 임문준, 허두복, 김용담, 강희철, 이장형, 오경대, 고남일, 정승연, 김추백 등 (이상 모두 재심에서 무죄 선고받음)

 

 

<사진 2> 국가폭력 기억공간 '수상한 집'에서 강광보 선생(왼쪽 두번째)과 국가폭력 생존자회 회원들이 함께하다. (11.16)

 

 

인권의학연구소는 2019년 제주에 거주하는 ‘김평강’ 선생과 ‘강광보’ 선생을 찾아가 조작간첩사건 트라우마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또한, 2019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정승연’ 선생의 재심재판에 법정동행하면서 무죄선고를 함께 기뻐하였다. 지난 11월에는 ‘정의를 구하는 국가폭력 생존자 자조모임’의 생존자들이 강광보 산생의 ‘수상한 집’에 숙박하며 제주역사기행을 함께 하였고, 서귀포에서 ‘임문준’ 선생을 만나 늦은 밤까지 그간의 회포를 풀기도 했다.

 

<사진 3> 국가폭력 생존자회 회원들이 제주 서귀포에 거주하는 임문준 선생(오른쪽)을 만나다. (11.16)

한반도 분단, 남북한 체제 경쟁, 군사독재정권 하에 발생한 국가폭력 사건들은 모두 분단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조작간첩사건과 4.3사건, 여순사건, 보도연맹사건, 인혁당사건 모두 관통하고 있는 것은 분단 상황의 희생자라는 사실이다. 4.3사건의 유족들은 4.3사건 피해자와 함께 조작간첩사건으로 고통받은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강광보, 김평강, 임문준 선생을 함께 기억해야할 이유를 이번 포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종합토론에서 조성윤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는 그가 아직 강광보 선생의 국가폭력 기억공간인 ‘수상한 집’을 찾지 못했음을 미안해 하면서 포럼에 참석한 4.3 유족들에게 함께 수상한 집을 방문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4.3사건과 조작간첩사건은 결코 분리된 사건이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국가폭력 피해자입니다.”

 

<사진 4> 제주4.3트라우마센터를 방문한 국가폭력 생존자회 회원들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