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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치유] 2023년 1학기 ‘숨’ 교실, 『치유의 발견』

[치유] 20231학기 교실, 치유의 발견

 

인권의학연구소는 20231학기 교실을 시작했다. 이 교실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인권의학연구소 소강당에서 진행되며, 지난 328일 첫 모임을 가졌다. 첫 시간에 8명의 국가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김순자, 김장호, 박순애, 신순애, 안승억, 이동석, 최미경, 최양준)이 참여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이번 2023년도 집단치유모임의 제목을 치유의 발견으로 정했다. 이는 단순히 교실에 참여하는 국가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연구소에서 제공하는 치유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기도 하며, 프로그램 속에서 능동적으로 치유를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 사진  1> 2023 년  1 학기  ' 숨 '  교실 포스터 .

 

2023년도 1학기 교실은 건강ME, 일타 일어, 스마트시대 똑똑하게 살아가기, 나의 작은 자서전 이렇게 총 4개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건강ME와 일타 일어는 국가폭력 피해 당사자가 직접 강사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일본어 수업은 추후에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건강ME 프로그램은 청계피복 노동조합의 노동운동가였던 신순애 선생이 직접 강사로 나서 내 몸을 위한 혈기도를 진행한다. 고령의 국가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몸의 순환을 이끌어내는 다양한 동작을 알려준다. 참여자들은 처음에 어색함과 어려움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며 건강한 신체를 위해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다. 신순애 선생은 약 10년 동안 혈기도를 통해 자신의 몸 건강을 수련해 온 노하우를 가감 없이 공유하며 참여자들인 고문피해자의 건강을 돕고 있다.

 

< 사진  2>  참여자들이 신순애 선생의 안내에 따라 혈기도를 하고 있다 .

1시간 여의 몸 건강을 위한 시간이 끝나고 참여자들은 일상에서 필요한 스마트폰 활용법을 익히기 위해 자리에 착석한다. 자리에 앉은 참여자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필기구를 가지고 이 시간에 참여한다. 그 이유는 하나라도 더 기억하고, 집으로 돌아가 스스로 복습하기 위함이었다. 그만큼 참여자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기는 뜨겁다. 처음에는 와이파이 연결, 블루투스 연결 등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들을 익히고, 다음으로는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네이버 지도 등과 같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만 그 기능들을 잘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간다. 예를 들면, 단체카톡방의 이름을 설정하고, 단체카톡방에서 다른 참여자들과 투표하는 방법 등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캐치테이블과 같은 맛집을 찾고 예약하는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본인이 좋아하는 식당을 찾고, 예약하는 방법 등을 익히며 일상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 사진  3>  참여자들이 스마트폰 교실에 참여하며 서로 기능을 알려주고 있다 .

스마트폰 시간에는 참여자들이 서로 알려주며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혈기도 수업과 스마트폰 수업이 끝나고 고령의 참여자들은 피곤할 법도 한데, 그다음 시간을 준비한다. 마지막 시간은 나의 작은 자서전시간이다. 이 시간은 그 누구보다 소설 같은 삶을 살았고, 지금도 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참여자들의 인생을 스스로 정리해 보는 시간이다. 다른 곳에서는 이야기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서로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은 인권의학연구소에서 그 삶을 기록하고자 한다. 연구소에서 처음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국가폭력 피해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안내했을 때, ‘자서전이라는 건 유명한 사람들이나 쓰는 것이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뭐 쓸게 있냐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 사회의 그 어떤 누구보다 강인한 삶을 살아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후세대는 이들의 역사를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역사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왜곡된 것이 아닌 오롯이 이분들의 기록으로 남겨진다면 그 무엇보다 의미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참여를 원치 않는 분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으며, 내용 또한 참여자들이 원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첫 시간에는 인생그래프를 활용해 지난 날의 기억을 되집어보고, 그 인생그래프를 보다 세분화하는 자기 역사 연표를 만들어 하나씩 삶의 기억을 기록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흰 용지에 검은 볼펜으로 지난 날의 역사를 진지하게 하나하나 기록하는 참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는 이들의 삶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 사진  4> 2023 년  1 학기 나의 작은 자서전 프로그램 포스터 .

 

328일 화요일 시작된 인권의학연구소 치유의 발견프로그램(20231학기 숨 교실)은 약 한 달이 지났다. 건강한 신체를 위한 혈기도, 일상을 스마트하게 살아아기 위한 스마트폰 교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기록하는 나의 작은 자서전 프로그램까지. 인권의학연구소는 이 모든 시간들이 참여하는 국가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분들에게 행복한 순간이 되길 바라며 매주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