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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 - 고사포 해안을 걷다 바다는 슬픔 가득한 듯도 했고 슬픔 따위는 모르는 듯했다. 고요하고 한가로웠다. 바람은 여유롭고 갈매기들은 유유자적하였다. 우두커니 서서 바다를 바라보다 슬그머니 내 슬픔 흘렸더니 파도에 쓸려 갔는지 바람에 묻어 갔는지 이내 사라지고 없었다. 흔적조차 남지 않아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하였다. 고사포 해안은 참 아름다웠다. 바다도, 모래도, 바람도, 소나무도, 새들도, 게들도,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슬픔들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그리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슬픔이 원래 아름다운 것일까. 슬픔은 때로 고요하고 한가로운 듯도 하고 때로는 찬란한 빛을 품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슬픔은 때로 아름답다. 찬란한 슬픔이고 아름다운 슬픔이다. 그래서 슬픔도 참 좋다. 더보기
받아 들이는 사랑 대지가 제 마음을 열어 수많은 생명들 품어 살리듯이 받아들이는 사랑을 해야 합니다. 커다란 바위가 제 단단한 가슴을 갈라 소나무들을 품어 살아가게 하듯이 받아들이는 사랑을 해야 합니다. 나무가 제 영혼을 열어 숫한 생명들과 함께 정령의 숲을 이루어 가듯이 받아들이는 사랑을 해야 합니다. 풀이 부드러운 제 몸 내어주며 바람을 받아 들이고 바람이 어우러져 흐르며 풀을 받아 들이 듯이 받아들이는 사랑을 해야 합니다. 산이 나를 받아들여 숲의 일부가 되게 하듯이 우리는 받아들이는 사랑을 해야 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주는 사랑이 아니라 받아 들이는 사랑입니다. 더보기
능소화 능소화는, 오지 않는 사랑 기다리다 세월을 잊은 꽃이다. 삶을 다하는 순간까지 죽음에 이르기 직전까지 저를 잊은 사랑을 탓하지 않고 잠들지 않은 영혼으로 몸 활짝 열어 기다리다 만개한 채 그대로 뚝, 떨어져 시드는 꽃이다. 처연한 슬픔을 품고 있는 꽃이다. 그래서 가슴에 저며드는 꽃이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꽃이다. 그런 사랑이 그립다. ( 사진 : 서융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