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최창남의걷기

제주 걷기6 - 대평포구 아침 아침 바다 고요하다. 바람 잔잔하다. 어제 내내 그리 세차던 바람 흔적 없다. 바다에 잔물결만 일고 박수기정 드리워 있다. 대평 포구의 아침이다. 다가선 아침을 따라 걷는다. 길은 참 정직하다. 걷는만큼 열어 주니 말이다. 평온한 아침이다. 4.3의 영령들 남은 자들 모두에게 평온 깃들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더보기
제주 걷기5 - 삼나무숲 지나온 길은 모두 흔적을 남긴다. 하늘이 품고 땅이 풀어 놓은 삼나무숲 길은 영혼에 닿아있다. 하늘의 그림자 드리운 깊고 깊은 숲길 지나면 끝을 알 수 없는 적막함으로 때로 쓸쓸하고 때로 외롭다. 그 외로움 깊어져 투명해질 즈음 말간 얼굴을 한 영혼을 만날 수 있다. 그 영혼, 외롭고 설렜던 날들을 만날 수 있다. 부등켜 안고 어루만질 수 있다. 울고 웃다가 고요 속에 머무를 수 있다. 하늘 드리우고 땅 품은 삼나무 숲은 뭇 영혼 서성이는 영혼의 정원이다. 삼나무숲 거닐면 그 크고 작은 자유한 영혼들을 만날 수 있다. 숲은 자유이고 영혼은 자유롭다. 더보기
제주걷기4 - 치유와 명상의 숲, 월든 지나온 길은 모두 흔적을 남긴다. 한라산이 품고 숲이 더불어 키워낸 '치유와 명상의 숲, 월든'의 길은 마음을 향해 있다. 월든의 적막한 숲길 걸으면 마음을 만날 수 있다. 전생의 일처럼 잊고 있고 아득하기만 하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일들을 만나고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잃을 수 없는 사랑을 잃고 무릎 보듬어 뚝뚝 눈물 흘리던 밤들도 있고 잃을 수 없는 벗들을 잃고 가슴 저리며 묵묵하던 날들도 있다. 그 지나온 길들 다시 만나고 사랑으로 어루만지며 위로할 수 있는 날들을 만날 수 있다. 월든은 마음이다. 이 숲길 지나는 이들 모두는 마음을 지나는 것이다. 마음 가운데 있다. 고요하고 평온하다. 자유롭다. 더보기
제주 걷기3 - 군산오름 지나온 길은 모두 흔적을 남긴다. 바다가 품어 바다 곁에 있는 군산오름의 모든 길은 바다를 향해 있다. 물결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과 알 수 없는 물결 저 너머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해무를 품고 있다. 바다를 품고 있다. 꿈만 반짝이던 어린 날들도 있고 열정 부서지던 젊은 날들도 있다. 군산오름은 바다다. 오르는 이들 모두는 바다를 향해 있다. 바다 한 가운데 있다. 자유롭다. 더보기
제주 걷기2 - 큰사슴 오름 지나온 모든 길은 흔적을 남긴다. 큰사슴오름은 바람으로 길이 나고 바람을 향해 길이 나 있다. 바람을 품고 있다. 큰사슴오름에 오르는 이들은 모두 자유롭다. 더보기
제주 걷기1 - 윗세오름 지나온 길은 모두 흔적을 남긴다. 윗세오름은 하늘로 길이 나 있다. 윗세오름에 오르는 이들은 모두 자유롭다. 더보기
좀 더 보잘 것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보잘 것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연못이라고 할 수도 없는 작은 웅덩이의 바닥에 놓인 낙엽처럼 주목 받음 없이 놓여진 자리나마 겨우 겨우 지키며 살아가는 날까지 살아갈 수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리 없이 물러나 듣고 흔적 없이 지나와 머무르며 뻗댐 없이 나댐 없이 드러남 없이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다 소멸하고 싶습니다. 좀 더 보잘 것 없으면 좋겠습니다. 제 삶 말입니다. 더보기
바람 머물던 풀숲 그리워하다 젊었을 때는 자신 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이들을 좋아하고 신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이들 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사랑하지 않습니다.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도 구원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이들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이들을 존중할 수 있겠습니까. 젊었을 때에는 마음 가득 사랑 넘치는 사람보다 신념 투철하고 의지 굳건한 사람을 좋아하고 신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보다 사상이나 신념이 앞서는 이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사랑하지 않습니다. 신념만으로는 풀 한 포기도 자라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뜻만으로는 풀 한 가닥도 흔들리게 .. 더보기
소백산 걷기4 - 너도바람꽃을 만나다 잔설 남아 있는 이른 봄 낙엽 더미 사이에서 잔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바람의 딸 너도바람꽃을 보았다. 이제 막 피어나 내 숨결에도 상처 입을 듯 여려 보였다.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비밀'이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는데 아무래도 그럴 것 같지 않았다. 그저 아득하고 아련할 뿐이다. 더보기
소백산걷기2 - 늘 그 곳에 자신을 비워낸 자기 비움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소백은 하늘, 바람, 물, 풀 등의 숨결로 이루어진 세상이었습니다. 은은한 빛이었습니다. 그 순결한 숨결로 숨을 쉬고 그 은은한 빛으로 걸었습니다. 마음 고요하고 영혼 평안했습니다.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었습니다. 나 자신까지 말입니다. 그 길 순결한 숨결과 은은한 빛으로 늘 그 곳에 머물러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