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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행사]「함세웅의붓으로쓰는역사기도」출판기념회

​[행사]「함세웅의붓으로쓰는역사기도」출판기념회

 

 

지난 1월 14일 토요일 오후 2시에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인권의학연구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의 신간 「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기도」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인권의학연구소는 국가폭력피해생존자 및 그 가족인 김수정, 나종인, 박순애, 신순애, 안승억, 윤혜경, 이사영, 이숙희, 진의범, 최미경, 최양준, 황영애 선생과 함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였다.

 

<사진1. 함세웅 신부의 기도에 국가폭력피해생존자 선생들이 묵념하고 있다.>

 


출판기념회에는 김상근 목사, 문정현 신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안병욱 교수, 유시춘 EBS 이사장, 이부영 전 국회의원이 참석하여 축사를 해주었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도 참석하였다. 각계 명사의 축사 후, 함 신부의 연설과 그의 붓글씨 선생인 이동천 박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함 신부가 직접 쓴 붓글씨를 추첨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증정하는 것으로 기념회를 마쳤다.

 


「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기도」는 한국현대사와 민주화운동에 관해 52편의 글을 담은 책이다. 책은 ‘조선건국위원회’부터 시작해서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이르기까지 한국현대사와 민주화의 굵직한 사건들을 조명한다. 함세웅 신부는 자신의 자전적 체험을 붓글씨와 역사기도를 통해 해방에서 촛불까지 증언한다.

 

<사진2. 함세웅 신부의 저서, 「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기도」>

 


책의 361쪽, 41장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장에는 연구소가 2021년에 작성한 ‘국가기관에 의한 간첩조작과 진실규명의 역사’라는 이름의 포스터가 실려 있다. 당시 21년 10월 기준,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피해자는 449명이었다. 개인의 재심 청구 끝에 무죄 선고받은 피해자만 449명이니,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는 감히 추정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응당 국가가 자행한 죄악에 대해 국가 스스로가 발 벗고 나서서 피해자를 구제해야 하나, 현실은 개인의 지난한 노고와 질곡 끝에 무죄를 선고 받는 실정이다. 그러나 피해자 스스로가 홀로 진실을 밝히는 것은 더 없이 고된 길이다. 이에 연구소는 그 고된 길에 부족하나 감히 동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진3. &lsquo;국가기관에 의한 간첩조작과 진실규명의 역사&rsquo; 포스터>



간첩조작과 국가폭력에 가담한 가해자들은 그들의 치부(恥部)를 간첩조작과 국가폭력으로 쌓은 치부(致富)로 가려 스스로를 국가와 국민에 공헌한 애국자라 치부(置簿)한다. 이들에게 지난날의 과오는 ‘묵은 치부(置簿)책’에 지나지 않는다.


가해자들은 그들의 치부(恥部)를 치부(致富)의 수단으로 자랑스럽게 여기나, 도리어 피해자들은 그들의 고통과 고난을 치부(恥部)로 여겨 생의 전반에 감춰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재심을 통해 무죄가 밝혀지고 있다. 진실은 빛을 잃어보일지라도 꺼지지 않는다. 언제고 불쏘시개와 땔나무의 도움만 있다면 솟아 타오를 것이다. 보다 많은 피해자들이 재심을 청구해야 하며 그들을 도와야 한다. 피해자들 스스로가 치부(恥部)라 여겼던 생의 순간이 치부(恥部)가 아님을, 가해자들 스스로에게 치부(致富)가 되었던 순간이야말로 치부(恥部)였음을 밝혀야 한다.


작년 말 ‘구미유학생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인 김영찬, 김형걸, 정금택 선생이 37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또한 재작년 연구소와 피해자들은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제기한 간첩조작 관련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 등의 부적절한 서훈 취소 관련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하였다. 연구소는 계속해서 피해자를 도와 무죄를 밝히고, 가해자를 쫓아 과오를 밝히고 있다.


<사진4. 지난 해 12월 22일 김영찬, 김형걸, 정금택 선생이 37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1959년 죽산 조봉암 선생부터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까지 국가기관의 간첩조작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이면에서 지속되어 오고 있다. 함세웅 신부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도 재일동포 등 많은 분들이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보호해야 할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하고 고문과 조작을 통해 죄 없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악법을 창안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역대 대통령들과 이 법을 악용한 중앙정보부, 경찰, 보안사, 검찰, 판사 등의 실명을 모조리 밝혀 역사 앞에 고발하고, 당사자들과 후예들의 진실한 속죄를 받아 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역사 정화, 참된 회개, 그리고 인간성과 국격의 회복입니다.(중략)


국가보안법에 희생된 분들과 국가보안법 폐지에 몸 바치셨고 지금도 노력하고 계신 분들을 기억하며 희생자들과 가족 모두의 건강한 치유를 위해 기도하며 하느님의 은총을 청합니다.

(출처 : 「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기도」에서 발췌 인용)

 

 

<사진5. 2021년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하였다.>



출판기념회가 끝나고 연구소는 국가폭력피해생존자 선생님들과 식사자리를 가졌다. 함세웅 신부의 말처럼 연구소는 국가폭력피해생존자 선생님들과 가족들의 건강과 일상 회복, 치유를 바라고 행동하고 있다. 또한 국가보안법을 악용해 수많은 간첩조작사건을 만들어낸 가담자와 가해자의 거짓된 상훈을 취소하고, 실명을 밝히는 데 앞장설 것이다.


끝으로 기념회장에는 많은 분들이 자리했는데 대부분의 방문객이 연세가 많은 이들이었다. 이를 보니 한 가지 우려 섞인 고민이 들었다. 과거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운동, 그 정신과 유산이 단절되지 않고 세대를 거듭해 계승될 수 있을까?


이 정신과 유산이 거듭 이어질 수 있도록 현세대와 후세대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에 연구소는 동참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국가폭력도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