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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연대] 국가폭력 생존자회, 2023년 정기총회를 열다.

[연대] 국가폭력 생존자회, 2023년 정기총회를 열다.

 

지난 2월 22일 오후 4시, 인권의학연구소 2층 도서실에서 정의를 구하는 국가폭력 생존자모임(이하 국가폭력 생존자모임) 2023년 정기총회가 열렸다. 김순자, 김장호, 박순애, 나종인, 안승억, 유동우, 윤혜경, 이동석, 이사영, 최미경, 최양준 회원이 참석하였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김양기, 유정식, 이옥분, 진형대 회원은 위임장을 제출해 의결정족수를 충족했다. 정기총회는 2022년도 사업과 재정을 보고하였고, 2023년도 사업계획안과 예산안에 대해 의결하였다. 이후 신임 회장단을 선출하고, 정관을 개정하는 것으로 총회를 마쳤다.

 

< 사진 1. 국가폭력 생존자회 정기총회 기념 단체사진 >

 

지난 해 여러 사업과 활동을 보고한 가운데, 그 중 몇 가지 활동을 소개하겠다. 지난 해 활동 중 법률사업으로 회원들은 유정식 선생 재심 법정, 김영희 선생 등 거문도 간첩단 재심 법정, 재일동포 故 손유형 선생 상고심 재판에 동행하였다. 이 세 사건은 국가폭력과 간첩조작사건으로서, 사법부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았다. 회원들은 국가폭력피해생존자로서 모두 동병상련의 아픔과 슬픔을 갖고 있기에, 기꺼이 법정에 동행할 수 있었고 무죄 선고에 다함께 한껏 기꺼워할 수 있었다.

 

< 사진 2. 유정식 선생 재심 법정 동행 ( 왼쪽 ), 거문도 간첩단 재심 법정 동행 ( 오른쪽 )>

 

연대 사업 중 하나로 회원들은 지난 해 6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제 9회 국제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기념행사에 참여해 타악기와 합창 공연을 선보였다. 회원들은 인권의학연구소의 집단 문화치유의 일환인 타악기모임·노래부르기 프로그램에서 쌓아온 실력을 가감 없이 발휘하였다. 이후 회원들은 5명의 예술인과 함께 지난 행사의 전반에 대해 평가회를 가지기도 하였다.

 

회원 사업으로 회원들은 지난 4월 1974년 울릉도간첩조작사건을 되새기며 본 사건의 피해생존자인 이사영 선생과 함께 2박 3일 간 울릉도를 여행하였고, 지난 11월에는 제주 4.3사건과 제주에서 벌어진 간첩조작사건 등 국가폭력의 역사현장인 제주도를 2박 3일 간 다녀왔다. 이 두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역사기행으로, 피해생존자들은 국가폭력 사건이 단지 개별적인 사건이 아닌 제주 4.3사건처럼 분단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으로서 역사적·구조적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제주도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생존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기억을 공유하고 교류할 필요성을 찾을 수 있었다.

 

< 사진 3. 22.4. 울릉도 여행 ( 왼쪽 ), 22.11. 제주도 역사기행 ( 오른쪽 )>

 

회원들은 논의 끝에 정관의 일부를 개정하였다. 정관 1조 관련 ‘국가폭력 생존자모임’을 ‘국가폭력 생존자회’로 개칭하였다. 모임과 회는 동일한 의미이나 ‘회’로 바꿈으로써 보다 더 회의 격을 높이고, 회원들 스스로가 회의 중요성을 상기하기 위해서였다. 정관 4조 1항을 일부 개정하고 부칙을 신설함으로써 회원의 증대와 보다 더 적극적인 참여를 꾀하였다.

 

< 사진 4. 국가폭력 생존자모임 정관을 위와 같이 개정하였다 .>

 

이렇게 회원들은 국가폭력 생존자회의 원활한 진행과 활발한 행보를 위해 고심하며, 올 한 해 국가폭력 생존자회의 임원을 도맡아 생존자회를 이끌 임원들을 선출하였다. 회원들은 2023년도를 새롭게 이끌 회장단을 서로 추천하였으며, 투표 결과 안승억 회장, 김장호 부회장, 최미경 부회장, 유동우 감사가 선출되었다. 회장의 직권으로 윤혜경 회원이 한 해 더 총무를 연임하기로 하였다. 임원 선출을 끝으로 정기총회를 마무리하였다.

 

< 사진 5. 총회를 시작하며 국가폭력 피해자 가족의 삶 인터뷰 영상을 시청하였다 .>

 

인권의학연구소는 2023년도 국가폭력 생존자회 정기총회를 참여하며 이 모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았다. 특히, 이번 정기총회를 시작하면서 회원들은 지난 해 인권의학연구소에서 촬영한 국가폭력 피해자 가족의 삶 인터뷰 영상을 다함께 시청하였다. 국가폭력피해자의 가족인 인터뷰 참가자들은 “가해자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가해자들에 대한 징치를 토로하였다. 국가폭력 생존자 회원들은 해당 인터뷰 영상을 골몰히 숨죽여 보며 인터뷰 참가자들의 목소리에 호응하였다. 과연 국가폭력 생존자회와 인권의학연구소가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까?

 

< 사진 6. 연구소에서 작성한 글을 회원들이 다함께 보고 있다 .>


진실은 빛을 잃어보일지라도 꺼지지 않는다. 언제고 불쏘시개와 땔나무의 도움만 있다면 솟아 타오를 것이다. 보다 많은 피해자들이 재심을 청구해야 하며 그들을 도와야 한다. 재심 법정 동행과 무죄 선고를 통해, 그간 삶에 피해자들이 스스로 치부라 여겼던 국가폭력의 순간이 치부가 아니었음을 밝혀야 한다.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징치하는 데 목소리를 내고 모아, 가해자들이 치부에 이르렀던 국가폭력 가담과 가해의 순간이 형용할 수 없는 치부였음을 밝혀야 한다.

 

이로써 국가폭력 희생자의 무죄를 실현하고 국가폭력 가담자의 징치를 실현하여 정의를 구할 것이다. 무죄라는 진실과 처벌이라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국가폭력 생존자회 회원들과 인권의학연구소는 불쏘시개와 땔나무의 역할을 자처할 것이다. 또한 국가폭력이라는 아픔과 슬픔을 가진 이들이 모여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나누고 삶에 웃음을 회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