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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교육] 2022년 인권캠프, 두 번째 이야기.

[교육] 2022년 인권캠프, 두 번째 이야기.

 

 이 기사는 지난 8 17-19일까지 진행된 [2022 예비의료인을 위한 인권캠프]의 두 번째 기사입니다.

   인권캠프의 활동 내용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세 차례로 나누어 전달할 예정입니다.

 

일반인들은 의과대학생들이 의과대학만 들어가면 미래 의사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의과대학생들은 여느 대학생들처럼 진로 선택의 고민을 안고 대학생활을 하게 된다. 그들은 수많은 진료과들 중 어떤 과를 선택할 것인지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며, 이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성적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권의학연구소는 예비의료인들이 어떤 과를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여름 [2022 예비의료인을 위한 인권캠프]를 준비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사진> 인권캠프, 그 두번째 이야기.

 

둘째 날은 2개의 이론교육을 진행했다. 온라인 줌으로 진행된 첫 번째 강의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최민 상임활동가(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노동자 건강권이었다. 최민 상임활동가는 노동의 정의에서 시작해 건강에 미치는 일과 직업의 영향, 일이 놓인 자리와 건강, 공감하고 넓게 보는 의사라는 각 주제를 가지고 교육을 이어나갔다. 강의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바로 노동사회이며, 이 노동사회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노동에 기대어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러한 사회에서 산업재해는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의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과정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전문가가 바로 의사인데, 안타깝게도 일부 의사들은 객관성을 지켜야 한다는 명목 하에 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민 상임활동가는 노동자에게 공감하는 의사,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아우르는 안목을 가진 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사진> 둘째 날 오전 최민 상임활동가의 '노동자 건강권'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인권의학연구소 소강당에서 진행된 두 번째 강의는 인권의학연구소 이화영 소장의 국가폭력 트라우마였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배재되었던 국가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고 있는 이화영 소장은 과연 사람들은 질병만으로 아파할까?”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 한국의 근현대사 속에 내재되어 있는 수많은 국가폭력의 역사를 재조명했다. 국가폭력은 국가 체제 하에 법과 질서의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범죄이며, 이 범죄의 피해자는 개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가에 의한 피해자가 겪게 되는 트라우마는 일반적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이다. 특히, 인권의학연구소에서 지원하고 있는 고문피해자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증상을 소개하며 국가폭력의 실상의 설명하였다. 또한, 이화영 소장은 국제사회는 1984년 유엔고문방지협약과 1985년 권력남용피해자 인권선언 등을 제정하였고, 미국과 같은 특정 국가에서는 고문피해자를 구제 및 지원하는 법안이 제정되어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점을 밝히며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의 수준을 지적했다.

 

<사진> 둘째 날 오전 이화영 소장의 '국가폭력 트라우마'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론교육 후, 캠프 참여자들은 오후 첫 번째 현장교육 장소인 전태일기념관으로 이동했다. 전태일기념관에 도착하자 이숙희 노원노동복지센터 센터장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1970년대 청계피복의 노동자였으며, 얼마 전 개봉한 미싱타는 여자들의 주인공이었던 이숙희 센터장은 전태일기념관 곳곳을 돌며 당시 평화시장의 노동환경, 노동운동의 역사, 그리고 전태일의 정신 등을 소상히 설명해주었다. 오전에 노동자 건강권 교육을 듣고 이곳에 온 학생들은 노동과 인권의 실질적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우리(노동자)의 권리가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피부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사진> 둘째 날 오후 이숙희 센터장의 현장 교육이 전태일기념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1시간 30분의 노동현장 교육을 마치고 다 같이 남영동으로 이동했다. 공사가 한창인 남영동 민주인권센터에서 유동우 관리소장이 학생들을 맞이했다. 공사로 인해 실내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유동우 소장은 캠프 참여자들을 위해 1970-80년 당시 이곳에서 어떠한 국가폭력이 난무했는지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특히, 이 장소에서 고문피해자였던 유동우 소장은 자신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고문 트라우마를 다시 마주하는 것이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음에도 유동우 소장은 학생들을 위해 마다하지 않았다. 유동우 소장은 학생들에게 법조인, 건축가와 마찬가지로 의사라는 전문가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직업에 대한 개개인의 자세가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래 좋은 의사가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 둘째 날 오후 유동우 소장의 현장 교육이 남영동 민주인권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둘째 날은 두 개의 이론교육과 두 군데의 현장교육이 진행되었다. 오전부터 쉴 새 없이 진행된 캠프에 대해 한 학생은 오전에 들었던 이론교육 내용을 오후에 그 현장에서 듣게 되어 머리가 아닌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노동인권 증진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닌 많은 사람들의 투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이번 인권캠프가 여느 대학생들처럼 진로 선택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예비의료인들에게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사진> 전태일기념관 앞에서 다같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