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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법률] 거문도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은 각 무죄.

[법률] 거문도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은 각 무죄.

-45년 만에 5명의 피고인들 모두 무죄를 받아-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지난 9 1() 서울중앙지방법원 418호 법정에서 잘못된 역사가 바로잡혔다. 정진아 부장판사(26형사부, 배예선, 김민기)는 소위 거문도 간첩단으로 알려진 사건의 피고인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하며 이례적으로 아래와 같은 재판부 소회를 남겼다.

 

폭력은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폭력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경우는 국가폭력입니다.
이 같은 국가폭력에 대항할 수 있는 개인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에서 대부분의 자료를 통해 피고인들이 국가폭력에 의해 진술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합니다
.
남북한 체제 경쟁하에 국가 안보·반공이란 명목으로 자행된 국가폭력에 고통당하고
희생당한 분들께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이자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립니다.”

 

이 같은 소회를 마치고 정진아 부장판사는 이미 돌아가신 2분의 피고인과 재판에 참석한 3명의 피고인들 모두 무죄라고 판결했다. 3명의 피고인들은 무죄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45년 동안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피고인들과 같은 국가폭력 피해자로 가슴 졸이며 재판을 동행했던 참석자들도 방청석에서 너나할것 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 사진 -1>  무죄 선고 후 ,  재판에 함께 참석했던 모두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번 재심사건은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 11 25, 피고인 김재민, 이포례, 김영희, 김웅호, 김지영은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으로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공소제기되었다. 1977 4 6, 서울형사지방법원은 제기된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이며 피고인 김재민에게 무기징역, 이포례에게 징역 7, 김영희에게 징역 4, 김웅호에게 징역 3, 김지영에게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1977 7 14일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기각하였고, 피고인들의 상고 또한 1977 10 11일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서울형사지방법원의 판결은 확정되었다. 1977년은 거문도에 평화롭게 지내던 한 가족의 삶이 국가에 의해 파괴되어 버린 해가 되어 버렸다.

 

이번 재심은 40여 년을 가슴에 묻고 지내던 유가족들이 지난 2020 3 30일 재심을 청구하면서 시작되었다. 비록 아버지 김재민과 어머니 이포례는 고인이 되었지만, 유가족들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용기를 내었다. 이 재심 청구에 대해 사법부는 2021 9 8, 당시 재심대상사건의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들은 피고인들을 피의자동행이라는 명목으로 강제로 연행하여 구속영장 발부 없이 구금하다가 내무부 치안본부로 인계하였고, 치안본부는 구금일로부터 24일 또는 28일 후에야 비로소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와 같은 수사기관의 인신구속은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긴급구속의 절차를 밟지 않고 피고인들을 불법으로 구금한 것으로 판단하며 재심 개시가 결정되었다. 지난 9 1, 무죄 선고를 받기까지 총 8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이 있었으며,  3차례의 공판이 진행되었다(아래 <-1> 사건일지 참고)

 

<-1> 사건일지

위의 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단순히 45년이라는 세월보다도 이 재심 개시 이후 실제 재심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6 13일 이후의 공판을 모두 참석한 인권의학연구소는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이 피고인을 향해 보인 비인권적이고 무자비한 태도에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을 담당했던 박순애 담당 검사는 지난 8 8일의 재판에서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작성된 진술서를 다시 들먹이며 1시간을 넘게 피고인을 몰아붙였다. 특히, 과거 진술조서에 피고인의 이름이 나오는 부분을 모두 발췌해 피고인 앞에서 읽으며 마치 당시 날조된 진술서를 가지고 피고인에게 2차 피해를 가했다. 이번 재판이 재심 재판이며, 9 8일 재판부가 재심 개시를 하며 당시 수사기관의 인신구속은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긴급구속의 절차를 밟지 않고 피고인들을 불법으로 구금한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음에도 당시 불법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작성된 진술서를 가지고 피고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재차 만들었다.

 

또한, 판사는 이날(8 8) 재판을 마칠 예정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며 검찰에게 구형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순애 검사는 오히려 추가 증거를 제출하면서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하였으며, 구형은 추후에 서면으로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 또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45년을 억울하게 지내야 했던 피고인과 2021 9 8일 재판부가 이 사건을 왜 재심 개시하게 되었는지를 고려한다면 이 같은 검찰의 행태는 피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폭력적 법률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날 검찰은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기일변경도 요청하였다. 이에 재판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분명히 하였다.

 

< 사진 -2> 8 월  8 일 재판 이후, 참석자들이 다같이 사진을 찍고 있다.

재심 개시 결정 후, 2 6개월 만에 피고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시한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5명의 피고인과 관련된 진술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상세하게 살펴본 재판부는 궁극적으로 이같이 피고인의 자백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에는 그 자백의 임의성 여부를 보는 것이 핵심인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이 불법 구금 이후 약 30일 이후에 작성된 점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에 의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의 판결이 이어지는 중 이 사건을 담당한 박순애 검사는 검사 측 자리에 앉아 본인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졸고 있었다. 가슴을 졸이며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으려는 피고인과 방청객들과는 너무 대비되었다.

<사진-3> 9월 1일, 무죄가 선고되고 서로 위로하고 있다.

어렵게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고, 마침내 9 9일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며 무죄는 확정되었다. 드디어  김재민,  이포례, 김영희, 김웅호, 김지영 씨는 45년 만에 거문도 간첩단 사건의 오명을 안고 그 모진 세월을 견뎌야 했던 멍에에서 해방되었다. 이제는 이 가족이 재판부의 소회처럼 그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국가폭력의 아픔에서 벗어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오는 9 29()  10 KBS ‘다큐인사이트에서 이 사건의 피고인인 김영희 씨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래 사진처럼 앞으로는 웃음과 행복만이 가득하길 다시 한번 바란다.

< 사진 -4> 오는 9월 29일(목), 밤 10시 KBS에서 김영희 선생의 이야기가 방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