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유엔이 정한 2021년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아
한국 정부의 고문피해자 지원책을 살펴본다.
매년 6월 26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이다. 유엔은 1984년 12월 10일에 고문방지협약을 채택하고, 그 협약을 공식 발효한 1987년 6월 26일을 기념하여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United Nation’s International Day in Support of Victims of Torture)을 제정하였다. 전 UN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은 “오늘은 이 땅의 수많은 고문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이들의 희생에 존경을 표하는 날입니다” 하고 하였다. 그들의 희생을 거름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자라났기 때문이다.
6월 26일,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아 고문피해자에 대한 지원에 대한 국제 및 국내의 노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유엔은 1984년 12월에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의 방지를 목적으로 “고문방지협약”을 채택하였으나, 우리나라는 10년이 지난 1994년 12월에 국회 동의를 얻어 1995년 2월 8일에 정식 발효하였다. 이 고문방지협약 제14조 1항을 보면, “당사국은 국내 법체계 안에 고문 피해자가 구제를 받고, 완전한 재활 및 공정하고 적절한 배상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또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피해자 가족이 배상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엔 “범죄 및 권력 남용 피해자에 관한 사법의 기본원칙 선언“ (1985년) 제19조를 보면 ”국가는 권력 남용을 금지하고 그 피해자를 구제하는 기준을 국내법에 편입시켜야 한다. 특히 구제에는 피해 배상 및 보상 그리고 필요한 물질적, 의료적, 정신심리적, 사회적 지원을 포함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먼저,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에는 1998년 고문피해자 구제법안 (Torture Victims Relief Act of 1998)을 제정하고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Health and Human Service (HHS)에 예산을 책정하여 다음과 같이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 고문의 신체적 정신·심리적 후유증 치료를 포함한 고문피해자 재활서비스
- 고문피해자의 법적 사회적 서비스
- 치유센터 보건의료인들을 위한 교육과 연구
미국에는 약 50만명의 고문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고문 피해자들은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또는 아시아 등에서 자국의 내란 또는 정치적 핍박을 피해 미국에 난민신청을 해온 피해자들이다. 엄격히 말하면 미국 정부가 만들어낸 고문 피해자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치유와 재활을 위해 미국 정부는 법을 제정하고 행정부는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불행했던 과거사에서 독재정권이 양산한 수많은 고문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인재근의원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2012년 12월에 ”고문방지 및 고문피해자 구제지원에 관한 법률안”(58명 공동발의)을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이후 법사위 법안소위에 상정되었으나 당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등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논의 자체가 무산되었고 결국 2016년 5월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인재근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에 재선의원으로 당선되자, 2016년 6월에 20대 국회 시작과 함께 첫 법안으로 “고문방지 4법안” (55명 공동발의)을 대표 발의하였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가 단 한번도 열리지 못한 상태에서 2020년 5월에 다시 한번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21대 국회의원에 3선의원으로 당선된 인재근 의원은 2020년 7월에 “고문방지 4법안” (130명 공동발의)을 대표 발의하였다. 19대와 20대에 앞장서 반대의견을 표명한 김진태 전 의원은 현재 21대 국회에 없으나, 여전히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소위에 회부되어 계류 중일 뿐 특별한 논의조차 없는 실정이다.
올해 6월 26일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았지만, "고문피해자들의 삶의 원상회복을 위한 고문방지 4법안”은 10년째 그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다. 피해자 당사자뿐 아니라 시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국내법에 고문피해자 구제법안 통과를 외치고 있으나 한국의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20여 년 전에 고문피해자 구제법안을 제정한 미국 입법부와 행정부의 노력에 비하면 참으로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제 70~80대 노령으로 접어든 한국의 고문 피해자들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야만 하는 것일까? 2021년 6월, 고문 피해자 지원의 날에도 구제법안과 지원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우리 사회는 고문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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