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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최창남의걷기

설겆이의 즐거움

설겆이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면서부터 좋다.
찬물이 손에 닿는 느낌도 좋고
깨끗해진 컵이나 접시의 감촉도 참 좋다.
내 마음도 깨끗해지는 듯하다.

청소를 해도 그렇다.
6일 간 비워 놓았던 집의 열린 창으로 들어온 먼지들을 쓸고 닦고 나면
내 마음의 묵은 것들을 모두 꺼내어 닦은 것 같다.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아 그저 묻어 두었던
사람들에 대한 아프고 나쁜 기억들도 깨끗이 씻어지는 것 같다.

내가 없는 동안
제각기 혹은 함께 있었던 모든 집기들, 가구들에게도
일일이 눈길을 주고 말을 건넨다.

잘 지냈는지...
외롭지 않았는지...
영화에서처럼 자기들끼리 파티를 하며 즐겁게 보냈는지...
내가 없어 좋았는지...
내가 그립지는 않았는지...

화분의 꽃들에게는 물론 말할 것도 없이 살갑게 이야기를 나눈다.

존재하는 것들 중
살아있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살아 있는 생명이다.
내게는 다 살가운 벗들이다.
생명 함께 나누고
인생길 함께 걸어가는 도반들이다.

기쁨과 즐거움은
특별한 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설겆이에도 있다.
설겆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고 즐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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