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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 소식

[인터뷰] 이화영 소장, “올해는 ‘행복추구 사업’이 가능해지길 바랍니다!”

[인터뷰] 이화영 소장, 올해는 행복추구 사업이 가능해지길 바랍니다!”

-()인권의학연구소 이화영 소장의 신년 인터뷰-

 

 2022년 임인년을 맞이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후원회원님들은 잘 지내고 계시나요? 새로운 한 해를 여는 시점에서 인권의학연구소 이화영 소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신년 인터뷰를 통해 소장님의 이야기와 2022년 인권의학연구소의 목표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Q. 소장님, 안녕하세요! 벌써 2022년의 1월도 지나가고 있는데요. 소장님은 주말이나 시간이 있을 때, 주로 어떤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이화영 소장) 질문하는 박민중 선생님이 궁금한 점이죠? (웃음) 요즘 저는 시간이 나면 무언가를 계속 치우고 정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결벽증도 좀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문득 오늘이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는 현실적 생각이 들면서 시작되었어요. 남은 누군가가 나 대신 치울 것을 생각하니 그 생각이 들 때마다 바로바로 치우곤 하는 거죠.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이 다리 골절을 두어 번 경험한 이후로는 약해지는 체력을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집 근처 산에서 둘레길 걷기를 합니다. , 그리고 맛있는 제철 음식을 한 가지라도 꼭 만들려고 해요. 예전보다는 분명 느리고 특별하지 않게 여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진-1> 지난 1월 19일, 눈이 내리자 이화영 소장님이 수녀원 마당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Q. 지난 한 해 인권의학연구소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순간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

(이화영 소장) 2021년 역시 인권피해자와의 만남에서 늘 걱정되는 것은 코로나 상황이었습니다. 노령의 피해자에게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생존하는 일이 급선무이기 때문이죠. 코로나19 상황에서 필요한 일상의 기능을 확보하도록 백신 접종 신청하기’ ‘QR체크인’ ‘택시 예약하기’ ‘온라인 생필품 주문하기 등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혀드렸는데요. 그랬더니 70~80대 노령의 선생님들이 공동체 영화 상영에서 젊은 관객처럼 자연스레 잘 입장하셨어요.^^

<사진-2>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인권의학연구소 소강당에서 열심히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12월 초에 제법 쌀쌀한 날씨였는데, 고문생존자 10여 분이 김근태기념도서관 개관식에 온 여러 관객 앞에서 타악기 공연을 했어요. 생존자 선생님들은 10개월 동안 매주 연습을 하면서 기량을 쌓으셨지만, 공연 직전까지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개관식의 모든 식순 중 가장 의미 있고 감동을 주는 공연이었다고 김근태기념도서관 주최 측의 후기를 전해 들었어요. 저 역시 쾅쾅 울려 퍼지는 타악기 소리를 듣는 내내 마음이 울컥하며 뜨거워졌었거든요. 감동이었죠.

  <사진-3> 지난 12월 4일, 국가폭력 피해생존자들이 김근태기념도서관 개관식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일은 인권의학연구소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3년 동안 진행해온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일이에요. 결과, 행정안전부로부터 훈·포상이 취소된 고문가해자들의 실명과 소속, 계급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았습니다. 행정안전부 직원이 직접 인권의학연구소를 방문해서 피해자와 수녀님이 지켜보는 앞에서 전달하였습니다. 

<사진-4> 지난 12월 30일, 행정안전부 상훈담당관실에서 인권의학연구소를 방문해 고문가해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이날 인권의학연구소 자문위원으로 김장호 선생님과 수녀원의 마리 비안네 수녀님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 이것도 빼놓을 수 없네요. 10년 전 인권의학연구소 집단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인연으로 만난 신순애 청계피복 노동활동가가 국가로부터 받은 민사 배상금 전액을 장학기금으로 기부하셨는데요. 지난주에 신순애 선생님이 출연한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을 보았습니다. 영화에서 당시 어린 노동자들은 우리의 소원은 배움, 꿈에도 소원은 배움이라고 노래합니다.  10시 넘어 작업이 끝나도 조금이라도 공부하려고 그 시간에 노동교실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배움에 목마른 노동자에게 국가는 폭력으로 대응했으니, 신순애 선생님이 국가폭력 피해자 자손의 장학 사업에 사용하도록 당부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장학 사업이 민주화 과정에서 조부모 또는 부모의 저항과 희생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도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돌아보니 많은 일들이 기억에 남는 한 해였습니다.

 

<사진-5> 지난 1월 20일 개봉한 [미싱타는 여자들] 영화 포스터로 왼쪽부터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 주연배우의 어린 시절의 초상화다.

Q. 2022년 인권의학연구소와 김근태기념치유센터의 목표 또는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화영 소장) 2022년에는 인권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행복추구 사업이 가능해지기를 바랍니다. 조작간첩사건의 피해자이신 김장호 선생님이 피해 생존자의 행복추구 사업에 사용하라는 지향으로 기부를 하셨어요.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면 생존자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그 사업에 속합니다. 지난해에 조작간첩사건 피해자셨던 하원차랑 선생님이 타계하셨어요. 갑자기 준비 없이 보내드려 참 마음이 아팠는데요. 지난해 사전연명의향서를 함께 작성했던 것처럼 노령의 선생님들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자 해요. 선생님들과 함께 결혼식 영상처럼 장례식 영상을 만들면 어떨까 하고 논의한 적이 있어요. 기억에 남기고 싶은 모습들을 사진 영상으로 엮어 남기는 작업이죠. 많은 분이 좋아하셨어요. 제 것도 함께 만들어야죠. (웃음)

  <사진-6> 지난 11월, 인권의학연구소에서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다같이 화보를 찍고 있다.

 또한, 올해는 국가폭력 피해자와 가족을 위한 공적 의료지원이 가능해지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지난 10년 동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해 노력해 왔던 고문방지 4의 통과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피해자 지원뿐만 아니라 가해자 처벌도 가능해지기 때문이죠.

  

Q. 마지막으로 인권의학연구소의 후원회원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화영 소장) 인권의학연구소는 민간 비영리단체로 후원회원님들의 기부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권의학연구소의 피해자 지원활동이나 의료인 인권 교육 등 모든 활동은 후원회원님들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 점에서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공동체 영화 상영 등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회원님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좀 더 자주 만나는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모든 회원님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화영 소장님의 인터뷰 글을 읽으며 지난 한 해 인권의학연구소가 많은 일들을 했다는 자부심(?)이 생기는데요!^^ 올해는 2021년보다 더욱 국가폭력 피해 생존자분들을 비롯한 인권피해자들의 행복추구에 인권의학연구소의 역할을 기대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이화영 소장님께서 빼놓으신 2022년 목표가 있는 것 같은데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연구소 후원회원으로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후원회원이라면, 주변에 있는 지인분들에게 추천해주세요!^^ 늘어나는 후원회원만큼 이화영 소장님의 기쁨도 배가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박민중 활동가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