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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좀 더 보잘 것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보잘 것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연못이라고 할 수도 없는 작은 웅덩이의 바닥에 놓인 낙엽처럼 주목 받음 없이 놓여진 자리나마 겨우 겨우 지키며 살아가는 날까지 살아갈 수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리 없이 물러나 듣고 흔적 없이 지나와 머무르며 뻗댐 없이 나댐 없이 드러남 없이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다 소멸하고 싶습니다. 좀 더 보잘 것 없으면 좋겠습니다. 제 삶 말입니다. 더보기
바람 머물던 풀숲 그리워하다 젊었을 때는 자신 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이들을 좋아하고 신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이들 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사랑하지 않습니다.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도 구원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이들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이들을 존중할 수 있겠습니까. 젊었을 때에는 마음 가득 사랑 넘치는 사람보다 신념 투철하고 의지 굳건한 사람을 좋아하고 신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보다 사상이나 신념이 앞서는 이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사랑하지 않습니다. 신념만으로는 풀 한 포기도 자라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뜻만으로는 풀 한 가닥도 흔들리게 .. 더보기
창살 안의 꿈 -황범주 시 내게 그 고통을 감내하라면 할수있을까? 오른쪽 긴 손톱밑을 파고드는 송곳의 서슬 이던가 금새 숨막혀 까무러칠듯 헐떡이게 하는 물고문이라던가 통닭구이라 했던가? 양손과 양발을 묶고 그 사이로 긴 막대를 끼워 책상 사이에 널어놓는...... 칠성판이라고도 했지 그 판위에서 뺑뺑이 돌면 사람의 핏물 눈물 똥물마져도 줄줄줄 흐르게 한다는 공포의 고문기 구. 앓던 사랑니 뽑기도 두려워 덜덜떨며 수 없이 망설였던 내 살던동네 약수터 치과병원의 기억도 몸서리 쳐지는데 내게 그 고통을 겪어내라면 그리할수 있을까? 내장이 항문으로 터져나와 제대로 앉기조차 힘들어했다던, 전기고문의 악몽같은 현실에 경기들린 어린아이의 진저리처럼 눈물조차 흘릴수 없었다던 그 사람 1975년 4월9일 채 자라지 않은 담쟁이 넝쿨 한번 보듬어 .. 더보기
“진실이 나를 살게 했어요” [고문생존자 인터뷰] “진실이 나를 살게 했어요” (조작간첩사건인 울릉도사건으로 17년 복역, 현재 재심을 기다리며 위암투병 중인 최규식 선생님) 1974년 박정희 유신정권은 독재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1월 긴급조치 1호를 발령하여 민주인사들을 영장 없이 체포한 데에 이어 4월 긴급조치 4호 때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250여명을 비상군법회의에 회부한다. 긴급조치 4호 발령 무렵 재일 한국인이 연루된 간첩사건이 발표된다. 이 사건이 바로 ‘울릉도 사건’이다. 재일 한국인 이좌영씨(전 재일한국인 정치범을 구원하는 가족․교포회 회장)의 인맥을 중심으로 작은 연결고리라도 있던 모든 사람이 체포되어 간첩으로 몰렸다. 총 47명이 체포되었는데 이들은 북에서 지령과 공작금을 받아 공작활동을 행하고 정부전복을 획책.. 더보기
봄날강변 -신동호 시 시인 김정수형은 "4월의산을 사상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저도 그 표현에공감합니다. 4.3의 한라산을 배워서가 아닙니다. 4.19민중의분노를배워서가 아닙니다. 그저 긴겨울을건너와 어떤것은 파란싹으로 또 어떤것은 붉고노란꽃으로 피어나는 저 수많은 씨앗들. 그 씨앗들의 겨우살이가 위대해보여서입니다. 춥고어두운 한파의터널을 어찌견디었는지 그 지혜를 묻고 싶어서입니다. 철학자 윤구병 선생께 배운대로라면 가을벌판에 남겨진 씨앗은 "있을건 있고 없을건 없는" 가장 소박한 형태로 겨울바람을 타고 다녔을게 분명 합니다. 부족하지 않을만큼의 수분은 눈알갱이 몇개가. 얼지않을 만큼의 홑이불은 나뭇잎 몇장이 대신했을 겁니다 지난 겨울 견디지 못할 만큼의 고통으로 삶의 위기가 닥쳤을 지도 모릅니다. 설령 그때 몇마디쯤 투덜거렸.. 더보기
소백산 걷기4 - 너도바람꽃을 만나다 잔설 남아 있는 이른 봄 낙엽 더미 사이에서 잔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바람의 딸 너도바람꽃을 보았다. 이제 막 피어나 내 숨결에도 상처 입을 듯 여려 보였다.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비밀'이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는데 아무래도 그럴 것 같지 않았다. 그저 아득하고 아련할 뿐이다. 더보기
소백산걷기2 - 늘 그 곳에 자신을 비워낸 자기 비움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소백은 하늘, 바람, 물, 풀 등의 숨결로 이루어진 세상이었습니다. 은은한 빛이었습니다. 그 순결한 숨결로 숨을 쉬고 그 은은한 빛으로 걸었습니다. 마음 고요하고 영혼 평안했습니다.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었습니다. 나 자신까지 말입니다. 그 길 순결한 숨결과 은은한 빛으로 늘 그 곳에 머물러 있습니다. 더보기
소백산 걷기3 -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오다 바람 따라 하늘길 머물다 바람에 실려 사람사는 세상으로 휘적 휘적 돌아오고 있습니다. 은은한 날 고요한 날이었습니다. 하늘 어찌 그리 시리도록 맑고 바람 어찌 그리 순결하게 선하던지요. 걷는 것만으로 설레고 들떠 내 영혼 자유로웠습니다 더보기
소백산 걷기1 - 산에 들다. 하늘의 별 품어 함께 잠든 소백산 천문대를 지나 아고산지대를 지났습니다. 부처의 세계 비로봉이 눈 앞입니다. 햇살 따스하고 바람 선선한 것이 도솔천이 따로 없습니다. 사람이 산에 드니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더보기
폭력 사건보다 더 큰 상처주는 2차 피해, 대책이 필요하다 폭력 사건보다 더 큰 상처주는 2차 피해, 대책이 필요하다 이 화 영 (인권의학연구소, 소장) 치료받지 못하는 정신적 외상 (트라우마) 폭력적 사건으로 생명의 위협을 겪은 이들은 신체적 상해보다 정신적 외상 (트라우마)으로 인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고문이나 강간과 같은 폭력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피해자의 약 90% 이상에서 만성적 심리 이상을 결과한다. 이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후에 오게 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PTSD) 때문이다. 과거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폭력은 수사기관에서의 고문이나 가혹행위와 같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었다. 구금시설이나 군대와 같은 폐쇄적인 조직에서 폭력은 일상적인 것이었고 여성이나 아동과 같은 약자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은 지금도 높은 비율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