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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단상] 국민을 가리켜 간첩이라 하다

[단상] 국민을 가리켜 간첩이라 하다

사진. 양의남 씨 사진(출처 : 제주의 소리)

 

당시 한라기업사를 다녀오면 반병신 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게 내가 됐다.”

 

전두환 집권 시기 제주도에는 보안사령부의 지부로 민간 기업 형태인 한라기업사가 있었습니다. 당시 제주도에서는 한라기업사에 다녀오면 반병신이 된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하나둘 사라졌던 사람들은 몸이 크게 상한 채 다시 나타나곤 했습니다. 양의남 씨는 소문의 당사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한라기업사 직원들에게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양의남 씨에게 간첩 서경윤과의 연관성을 캐물었습니다. 알고 있다 답하니 대뜸 다음 질문으로 몇 번 북한을 다녀왔는지를 물었습니다. 다녀온 적이 없기에 사실 그대로 다녀온 적이 없다고 말하니 돌아온 것은 무수히 잔혹한 폭력이었습니다. 양의남 씨가 서경윤을 알게 된 것은 친형의 초대로 일본에 갔다가, 귀국길에 서경윤으로부터 그의 아내에게 돈을 좀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전달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돈이 공작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경윤 씨 또한 간첩이 아니었습니다. 서경윤 씨는 19841013‘6개망 간첩단 조작 사건의 피해자였습니다. 서경윤 씨 또한 모진 고문을 견디지 못해 허위자백을 해 간첩이 되었던 것입니다. 서경윤 씨는 20131128일 재심에서 조작임이 밝혀져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양의남 씨는 당시 고문으로 왼쪽 어깨의 인대 대부분이 끊어졌고, 무릎뼈가 나가 손으로 다시 넣어야 걸을 수 있었답니다. 수술을 받았으나 온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고문의 후유증과 그로인한 고통을 앓아오고 있습니다. 그는 국가로부터 어떠한 사과와 보상도 받지 못하였습니다.

 

양의남 씨는 말합니다.

 

내게 뭔 죄가 있다고 이렇게 반병신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지록위마(指鹿爲馬)’란 말이 있습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슴이 말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고한 시민이 간첩이 되었던 것은 막대한 국가권력이 그를 가리켜 간첩이라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불법 구금, 고문, 협박 등 무지막지한 국가폭력을 가했고 거짓 자백을 뱉게 한 것입니다. 또한 국가권력이 언론에게 의혹과 사실에 대한 취재 없이 그를 간첩이라고 일컫고 보도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대중은 무고한 시민에게 간첩이라고 손가락질 하게 되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간첩조작 피해자들이 그렇게 간첩이 되었고 반병신이 되었습니다.

 

. 없었습니다.

 

 

사진 및 기사 출처 : 제주의 소리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13735이라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