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함주명 선생, 영면하시다.
지난 4월 12일에 국가폭력 피해자 함주명 선생이 향년 92세의 나이로 소천하셨다. (정의를 구하는) 국가폭력 생존자회와 (사)인권의학연구소는 함주명 선생님의 부고를 접하고 정중히 조문하였다. 생존자회의 최양준 선생, 구명우 선생과, 인권의학연구소의 함세웅 이사장, 이화영 소장은 경희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하였다.
함주명 선생은 1983년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45일간 불법구금되어 고문 등 가혹행위를 겪은 대표적 국가폭력 피해자이다. 이후 함주명 선생은 남영동 고문기술자 이근안에 의해 위장귀순 간첩으로 조작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결국 16년 간 투옥되었다. 함주명 선생은 수감 중에도 계속 무죄를 주장하였으며, 1998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되자마자 진실규명을 위해 2000년 9월 재심을 신청하였다. 당시에는 진화위와 같은 과거사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이었으나, 개인적으로 재심을 청구하여 2005년 7월 15일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수많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함주명 선생을 진실 규명을 위해 가혹한 국가폭력에 끝까지 저항한 "조작간첩사건 재심무죄 제1호" 생존자로 기억하고 있다.
고문에 의한 조작간첩 사건의 피해자인 함주명 선생은 한반도 분단의 비극적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인 바, 2014년 출간된 선생의 저서 “나는 고발한다”에 다시는 이 땅에 선생과 같은 분단의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선생의 소망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함주명 선생을 공식적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뵌 것은 2019년 10월, 인권의학연구소 "우리 함께" 행사에서였다. 그 자리에서 함주명 선생은 조작간첩사건 피해자로서 과거사위원회나 단체의 도움 없이 개인적으로 재심 무죄를 이끌어낸 최초의 피해자로 소개되었다. 그 이후 수많은 조작간첩사건 피해자들이 함주명 선생의 재심 결과에 고무되어 재심을 신청하였고 또 무죄선고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내 생애 마지막 모임 같습니다. 즐겁고 보람 있는 모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 10, 4, 함주명 선생이 보내온 문자)
그 행사를 마치고 함주명 선생이 인권의학연구소에 보내온 메시지이다. 지난 연말까지 틈틈이 전화를 통해 안부를 여쭈었으나, 선생의 말대로 인권의학연구소의 “우리 함께” 행사가 여러 피해 생존자 선생들과 함께 했던 마지막 자리가 된 것이다. 선생의 부고를 갑작스레 접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생존자회를 통해 비통한 심정을 다음과 같이 전하였다.
“함주명 선생께서 타계하셨다는 부고를 받고 매우 슬프고 애석함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영원한 안식과 명복을 빕니다.
국가폭력 생존자회 전체 회원의 이름으로
가시는 선생님께 삼가 명복을 유족들께 위로를 드립니다.”
(국가폭력 생존자회 일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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