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치유] 음악교실, 스마트폰 교실, 그리고 판소리 모임까지.
완연한 가을의 모습을 보여주던 10월, 인권의학연구소는 두 가지 집단치유모임을 시작하였다. 하나는 음악교실이며, 다른 하나는 길음판소리 모임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10명 미만이 모여 타악기 모임을 진행했으나, 코로나로 인한 인원 제한 및 방역조치가 완화되어 가을부터 이 두 모임을 재개하였다. 특히, 길음판소리 모임은 2019년 이후 약 3년 만에 재개되어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가을이 만연했던 지난 10월, 연구소에는 매주 반가운 분들이 찾아와 집단치유를 가졌다. 음악교실은 박경운 음악치료사가 진행했으며, 그는 지난 6월 국회 행사(김근태기념치유센터 개소 9주년 및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행사)에서 국가폭력 피해자 선생들과 함께 무대를 준비했었다. 모임 전 박경운 음악치료사는 참여자들의 신청곡을 미리 받는다. 모임에서 신청곡을 부르며, 신청했던 피해자가 왜 이곡을 함께 부르고 싶었는지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기도 했다. 키보드는 물론 작은 타악기를 이용해 다 함께 부르는 노랫소리가 연구소 사무실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음악교실에 참여했던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여전히 연구소 소강당에 앉아 그다음 수업을 준비했다. 그 다음 수업은 지난해부터 함께 했던 스마트폰 강의였다. 이 수업은 박민중 인권의학연구소 사무국장이 담당하였는데, 일상생활에서 매우 유용한 스마트폰 활용법들을 알려드리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검색 포털과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찾길 원하는 장소와 그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것, 스크린샷 등이다. 이러한 활용법들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너무 익숙하지만, 고령의 피해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기능들이다. 이에 인권의학연구소는 강의에 참여한 피해자들이 가고 싶은 곳이나 관련 정보를 검색하시는 것에 익숙해져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마트폰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인권의학연구소의 집단치유 모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판소리 모임으로 이어진다. 음악교실과 스마트폰 교실이 월요일에 진행된다면, 길음판소리 모임은 수요일 오후 3시에 연구소 소강당에서 진행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로나19로 인해 약 3년 동안 진행되지 못한 모임이 올해 들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지난 19일 모임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있었다. 구명우, 박순희, 신순애, 정명자 선생들을 비롯해 오랜만에 흥겨운 판소리 가락이 길음 전체에 퍼지는 듯하였다.
길음판소리는 2015년부터 임진택 명창의 지도 하에 시작된 치유모임으로, 우리 가락에 맞춰 응어리진 마음을 소리로 훌훌 풀어내는 곳이다. 이 모임에는 1970·80년대 군사독재 정권 하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분들과, 민주노동운동 간 고초를 겪은 노동운동가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피해자 한 명 한 명이 소리 가락에 목청껏 소리를 실어 쌓이는 소리가 부르는 이, 듣는 이 모두 즐거운 한 때이며 한 판이다.
이번 인권의학연구소 소식을 후원회원에게 전하는 동시에 판소리모임의 이름인 ‘길음’을 생각하게 된다. 길음(吉音)은 길할 吉, 소리 音이다. 서로 간에 소리를 나누고 쌓으며 서로가 복되길 바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지 않을까 감히 짐작한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운율과 박자에 맞춰 말을 내뱉는 것이자 숨을 내쉬는 것이다. 말은 감정의 표현이고, 숨은 마음의 온기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서로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서로에게 감정을 표현하고 마음의 온기를 전하는 것이다. 결국 같은 공간에 자리하여 노래 부르는 것은 온정을 나누는 것이다.
서로의 감정과 마음을 헤아리며 알아주는 이를 ‘지음(知音)’이라고 한다. 이 판소리 모임에 참여하는 피해자들이 소리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지음(知音)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후원회원들도 피해자들의 지음이 되어주길 바라며, 추워가는 날씨에도 마음 가득히 따스하게 온기 나누는 나날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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